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AI가 대세다. AI가 어느 순간 업무 속으로 훅 들어왔다. 멍청한 질문을 던져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을 보내준다. 특히나 맨땅에서 기획해야 할 때, 관련 정보를 찾아주고, 글의 뼈대를 잡아주는데 아주 유용하다.
ChatGPT 답변이 맘에 들지 않으면, 계속 다른 대답을 요구해도 짜증내지 않는다.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글만 골라서 쓰면 되니 이보다 편한 파트너가 없다. 내가 쓴 문장을 다듬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주어진 문장을 부드럽게 다듬거나, 원하는 대로 문장의 길이를 조절하는 것도 능수능란하다. ChatGPT가 문과의 끝판왕이란 별명이 지어질 정도로 활용도가 눈부시다.
AI의 등장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실현도 가능케 하고 있다. 초개인화는 개인의 상황, 성향, 필요에 맞게 알고리즘을 분석하여 개별적인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예전에는 무척 많은 공수를 들여야 했다. 특정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정보를 모아야만 했고, 정보를 가공하기 위해 오랜 기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등장으로 모든 개인에게 맞춤화된 경험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다. 일례로 내가 상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특정 플랫폼에 쌓이면, 어느 순간 관련 제품을 추천해 주거나,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이 리스트에 노출된다. 초개인화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AI의 등장은 보험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개인이 가진 금융 정보의 취합은 손쉽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보험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하다. 생명보험, 실비보험, 재해보험, 자동차보험, 암보험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개인의 성향, 회사 복지, 지인의 추천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보험이 없는 사람들도 많고 내가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 구성에는 정답이 없다.
수많은 보험 상품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고 있으니, 그저 주변 설계사가 해주는 피드백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단편적인 정보를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편견이 담긴 지식일 수 있고, 나의 상황을 100% 이해하고 건네준 조언은 아니다. 개인의 니즈와 상품 구성의 차이는, 실제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 정작 도움이 되는 보험이 없게 되는 것이다.
AI는 개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 개인이 처한 재무 상황과 여태까지 개발된 보험 상품 이력을 충실히 학습시켜 놓고, 보험상품에 대한 리모델링을 요청한다면 아마 어떤 설계사보다 가장 정확하게 상품 포트폴리오를 내어줄 것이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검토를 요청해도 된다.
AI의 가장 큰 장점은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계속 퇴짜를 놓고 반복 업무를 시켜도 사람처럼 화를 내거나 거절하지 않는다. 내 맘에 들 때까지 상품 구성을 수정할 수 있고, 또 관련된 근거를 내어놓으라고 하면 출처까지 기재해서 설명해 준다. 보험 구성의 장단점을 분석하라고 하면,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서 보여주기까지 한다. 설명이 부족하다고 피드백하면, 더 상세하게 알기 쉽게 안내해 준다. 게다가 빠르다. 24시간 어느 때나 엔터를 치기만 하면 답장을 바로 건네준다.
1년 전 필자는 ‘AI 보험설계사의 미래’라는 주제로 공제보험신문에 기고했다. AI 설계사가 등장하면, AI가 잘하는 일은 전적으로 맡기고, 나머지 사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니 AI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잠재 고객’을 ‘보험 생태계’로 끌어올리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라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초개인화를 통해서 충분히 AI가 수행할 수 있다. 개인감정에 대한 분석도 손쉽게 해내고, 맞춤 피드백도 해준다. 당장은 AI 기술을 본인 업에 잘 쓰는 사람이 살아남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AI는 업을 아예 없애 버릴 수도 있고, 인간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정의해 버릴 수도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1년 뒤에 AI가 우리 삶 속에 얼마나 침투해 있을지 두렵다. 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보험업은 AI를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진지하게 되물어봐야 한다. AI 설계사와 함께하는 소비자는, 보험업계의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쥐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개인이 필요한 상품을 AI 설계사가 기획하고, 되려 보험사에 나를 위한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보험사는 업의 본질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까? AI에게 어디까지 일을 맡겨야 할 것인가? 서둘러 대답을 찾아야 한다. AI는 지금도 아무런 불만 없이 24시간, 365일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