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만난 중국인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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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서 만난 중국인 아주머니
  • 고라니 88three@gmail.com
  • 승인 2024.12.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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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기흉이 재발했다. 흉관삽입술을 받고 괜찮아진지 8개월 만이다. 병원에서는 한번 재발하면 또 재발할 확률이 80% 이상이라며 수술을 권유했다. 수술하면 재발 확률은 5%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호캉스보다 병원에 입원한 날이 많은 해라고 투덜대며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은 5인실이었는데 빈자리 없이 꽉 차 있었다. 옆자리 환자는 폐암 수술을 받은 70대 아주머니였다.

처음엔 한국말이 워낙 유창해서 몰랐는데, 알고 보니 중국인이라고 한다. 20년 전에 한국으로 건너와 인천에 양꼬치집을 열어 지금은 점포를 3개나 운영 중이다. 남편과 두 아들도 한국에 자리를 잡았고, 며느리는 소래포구의 항만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문득 얼마 전에 봤던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적자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국적의 외국인 재정수지는 흑자인데 중국인만 적자인 이유가 궁금했다. 명확한 분석은 찾기 어려웠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늘었다는 의견, 중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 정도가 다였다.

건강보험공단은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 및 보험료 부과 기준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2019년에는 임의가입 제도를 의무가입으로 변경했다. 우리나라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 거다.

올해 4월에는 피부양자 자격도 높였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이 건보료를 내지 않더라도 보험 혜택을 받는 제도다. 이전에는 외국인 가족에 대한 피부양자 등록 제한이 없었다.

그래서 국내에 입국하자마자 피부양자로 등록한 뒤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건보 혜택만 누린 뒤 출국할 수 있었다. 이제는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받는 사회보장제도다. 그렇게 되기까진 오랜 세월 쌓아온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강제로 가입해 소득이 오를수록 더 많이 내는 구조이기에 개인에게 그 부담은 절대 작지 않다.

그럼에도 건강보험료에 대한 불만이 적은 이유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많이 내는 만큼 연로한 나의 부모님과 어린 자식들이 병원비 걱정을 덜 해도 된다는 믿음 말이다.

이렇듯 소중한 재정을 지키려는 건보 당국의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성실히 일해서 건보료를 내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커질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는 옆자리 아주머니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20년간 경제활동을 하면서 손자, 손녀도 보고 한국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건보료도 꾸준히 냈을 테니 건강보험 혜택을 볼 자격은 충분하다. 20년 전에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중국인이라고 표현한 게 맞나 싶기도 하다.

내 병원 동기가 금방 쾌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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