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며
물류업자가 수행하는 주된 기능은 운송 주선과 보관·하역·통관 대행 등 순수한 물류 지원을 생각할 수 있다. 전자(前者)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보면 물류업자는 Freight Forwarder에 해당한다. Freight Forwarder의 의미에 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다. 실무적 관점에서는 “화물의 운송에 관련된 제반 업무를 취급하는 운송주선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법적인 관점에서 상법상 운송주선인의 정의를 차용해 보면 “자기명의로 (타인의 계산으로) 물건 운송의 주선을 영업으로 하는 자”를 의미한다.
한편 운송인은 “육상, 해상 또는 항공에서 물건 또는 여객의 운송을 영업으로 하는 자”라고 정의할 수 있을것이다.
여기서 ‘주선’이라는 용어와 ‘운송’이라는 용어를 대비해 보면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Freight Forwarder의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된 과정에서 접하는 어려운 문제가 Freight Forwarder가 어떠한 법적 지위를 갖는지, 보다 구체적으로는 단지 운송주선인의 지위를 갖는 것인지, 아니면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2. Freight Forwarder- 운송주선인 or 운송인?
우리나라 상법은 운송주선에 관해서는 주선의 대상이 되는 운송이 해상운송, 육상운송, 항공운송 내지 복합운송인지를 구별함 없이 상법 제2편 제8장(114조부터 124조까지)을 통해 통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반면 운송인에 관해서는 운송의 종류에 따라 나눠 규율하고 있는데, 상법 제2편 제9장은 육상운송, 상법 제5편은 해상운송, 상법 제5편 제816조는 복합운송 그리고 상법 제6편은 항공운송에 관한 사항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Freight Forwarder가 법률적인 관점에서 운송주선인과 운송인 중 어느 지위를 갖는지, 또 그 운송주선인이 관여한 운송이 육상운송, 해상운송 및 항공운송 중 무엇인지에 따라 해당 운송주선인의 법적 지위와 책임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달라지며, 그에 따라 법적인 권리와 의무 그리고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Freight Forwarder가 해상운송에 관여한 경우 법 적용에서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첫째, Freight Forwarder가 운송주선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 상법 제2편 제9장에서는 책임제한에 관한 조항을 두지 아니한 관계로 관련 선하증권 또는 기타 운송증권 계약에서 책임제한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두지 않는 한 해당 Freight Forwarder는 화주에 대해 책임제한 항변을 주장할 수 없다(앞서 게재된 “항만터미널의 손해상책임과 히말라야약관의 적용” 참조).
또한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1년의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없으며, 상법 제2편 및 상법총칙에 관련한 규정이 없는 경우 민법상 위임계약에 관한 조항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둘째, 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상법 제5편(해상운송)이 적용돼 상법 제797조 등에 따른 포장당 책임 제한 항변을 주장할 수 있고, 상법 제814조에 따른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며, 상법 제5편 및 상법총칙에 관련한 규정이 없는 경우 민법상 도급계약에 관한 조항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물론 상법에서는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을 구별하는 두 가지 정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상법 제116조에 따르면, 운송주선인이 직접 운송을 하거나 화주의 요청에 따라 화물상환증을 발행해 운송에 개입한 경우에는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송주선계약에서 운임을 확정액(fixed sum 또는 lump sum)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으로의 지위를 갖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론이다.
운송주선인이 화물상환증이나 그에 준하는 선하증권, 항공운송장 등의 운송증권을 발행했는지, 또는 운송주선계약에서 운임액을 확정액으로 정했는지는 사실판단의 문제로서 운송증권이나 계약서의 문언 내용에 기초해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경우는 ‘운송주선인이 직접 운송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고, 여러 제반사정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바, 여기서 법원의 판례가 해석의 기준이 된다.
대법원은 2005다654493 판결에서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았다 하더라도 운송을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하나,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ills of Lading)의 발행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운송을 의뢰받은 회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책임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ill of Lading)의 발행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실제로 관여한 정도 등을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의 구별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한 2011다103564 판결을 통해 운송인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재산적 바탕(선박 등 의 운송수단과 상업적 신용)을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했다.

3. Freight Forwarder의 배상책임보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Freight Forwarder의 손해배상책임 여부와 범위 등을 확정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운송주선인의 지위이든, 운송인의 지위이든 Freight Forwarder의 화물 및 기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보험이 Freight Forwarder’s Legal Liability Insurance(국문으로 옮기자면 ‘복합운송(주선)인 배상책임보험’ 정도로 해석 가능할 것이다)인데, 영미의 시장에서는 아래와 같이 담보범위를 구성하여 왔다.
Cargo Liability 혹은 Customer Liability : 물건운송계약의 당사자, 즉 화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담보.
Errors & Omissions Extension : 업무상 과실(사무적인 착오나 탈루)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담보.
Third Party Liability Extension : 물건운송계약의 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주로 제3자의 인명이나 재물에 발생한 손해배상책임 담보.
이외에도 각 보험자마자 판매하는 보험약관마다 상이한데, Fines & Duty(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벌과금 또는 관세가 부과되는 경우 담보), Defense Costs(운송계약상 분쟁 발생시 법률비용 담보), Warehouse Operator’s Liability(복합운송 수행과정에서 창고 보관이 그 일환으로서 발생하는 경우 담보) 등이 추가보험료를 전제로 확장담보 되기도 한다.
담보범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Cargo Liability 또는 Customer Liability를 기본약관으로 하므로 이에 대한 가입없이 확장담보만을 단독으로 가입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각 보험회사의 특종보험부에서 해외 일부시장에서 사용되던 International Freight Movement Operators Insurance보험약관이 도입되어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으나, 거의 대다수의 중소형 복합운송(주선)업체가 가입하는 화물배상책임보험 증권의 약관 및 담보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Section 1. Cargo Liability (앞서 언급된 내용과 같음)
Section 2. Professional Indemnity (앞서 언급된 Errors & Omissions Extension 과 같음)
Section 3. Trailers / Containers All Risks (트레일러 및 컨테이너 보험)
Section 4. Goods All Risks (적하보험)
상기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의 실무상 Trailers / Containers All Risks은 해상보험요율서의 컨테이너보험 또는 물류종합보험 등의 영역에서의 장비보험 등의 별도의 보험상품, Goods All Risks는 Institute Cargo Clauses에 기반한 적하보험의 영역으로 인수 중이기 때문에 인수실적이 없다.
이 보험약관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Insured Activities (담보되는 운영)의 문제
보험약관의 문언대로만 해석하자면 해상 및 항공운송, 복합운송에 관계되는 전 업체가 해당될 수 있다.
“Freight Forwarders, Aircraft and/or Ship Brokers, Bailees, Carriers, Clearance Agents, NVOC’s, Container Operators, Customs Brokers, Packers, Shippers, Stevedores, Terminal Operators, Warehouse Keepers, Wharfingers, Removers, Cold Store Operators or any similar operators subject to the definitions in the general conditions.”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보험약관 개발자의 취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으나, 해상 및 항공운송, 복합운송에 관계되는 전 업체가 해당될 수 있고, 보험명세표(Policy Schedule)에 담보하는 운영형태에 대하여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거나, 약관상 위의 문언을 변경 또는 삭제하지 않은 경우에는 담보하는 운영위험에 대하여 보험사고 발생시 분쟁의 소지가 상당히 다분하다는 점이다.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에 대하여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원의 판례 등을 살펴볼 때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2) Professional Indemnity (업무상 과실 - 사무적인 착오나 탈루)의 담보범위의 문제
가장 큰 문제는 Section 2. Professional Indemnity의 영역에서 피보험자(Freight Forwarder)의 “…dishonest, fraudulent, criminal or malicious act or omission”(간단히 고의적이고 범죄적인 행위 정도로 번역된다)까지도 담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렇게까지 담보를 구성해야 할 필요와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은 별개로 하더라도 심각한 고민없이 현재까지 이 보험약관으로 Freight Forwarder의 배상책임위험이 인수되어 왔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업무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는 Professional Indemnity 및 Errors & Omissions (전문인배상책임보험)의 원칙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 지면을 빌어 무분별한 해외약관의 수입 및 사용, 보험약관의 근저에 내재된 담보 취지와 괴리가 있는 무분별한 가입 설계와 사용 등을 조심스럽게 지적하고자 한다.
4. 특종보험인가? 해상보험인가?
굳이 이 부분을 언급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 이 보험상품이 특종보험 영역에서 인수되었던 이유는 단지 ‘배상책임보험은 특종보험’이라는 오랫동안 답습되었던 인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International Freight Movement Operators Insurance가 국내에 도입된 1990년대에 해상보험은 적하보험, 운송보험, 선박보험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적하보험의 반대편에 위치한 보험이 이 보험상품인데 과연 이를 특종보험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둘째, 앞서 언급하였듯이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 및 확정의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선하증권의 개념과 기능 등에 대한 각별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육상에서 운영되는 기업관련 배상책임과는 해상의 고유한 다른 개념들이 적용되는데, 이를 특종보험 계약인수 및 손해사정 담당자가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해상보험 계약 인수와 손해사정 담당자는 선하증권과 기타 운송증권의 개념과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합목적적인 계약인수와 손해사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국내 손해보험사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는 대형 Freight Forwarder를 위주로 앞서 언급한 영미시장에서 도입된 보험약관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까지도 대다수의 중소형 Freight Forwarder의 배상책임위험은 특종보험으로 분류되는 International Freight Movement Operators Insurance 약관으로 인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보험상품이 계속적으로 특종보험으로 분류되면 해상보험 계약 인수와 손해사정 담당자가 업무에 관여하지 않고, 보험사고 발생시 일반기업 관련 배상책임 경험이 있는 검정인 및 손해사정인이 선임되어 앞서 언급한 해상의 고유한 개념의 이해에 따른 전문적인 업무 처리가 어렵다.
필자는 실제로 Freight Forwarder가 운송인의 지위에서 포장당 또는 중량당 책임제한이 가능한 사고 사례(법률상 손해배상책임)에서 피해자가 요구하는 전액 보상을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경우도 목도한 바 있다. 과연 이를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Freight Forwarder의 배상책임위험과 배상책임보험이 합리적이고 합목적적인 기준에 따라 해상보험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한국공제보험신문=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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