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 20% 책임지는 기간산업이지만, 외국인 해기사 고용 불가
농촌·항공 등 외국인 고용 확대 정책에도 연안해운업계만 역차별
전문가 “선원법 개정 등 정부 정책 변화 시급, 골든타임 잡아야”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연안해운업계의 선원 인력난이 심각하다. 일할 사람이 없어 선박 운행을 못할 지경이다. 유일한 해법은 외국인 해기사 고용이지만 정부는 ‘카보타지 원칙’을 들어 금지하고 있다. 농촌, 공장은 물론 항공 분야까지 외국인 고용을 허용한 것과 비교하면 차별대우를 받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물류비 1%로 전체 20%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연안해운업계가 살아나려면, 정부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안해운이란 우리나라 영해 내에서 화물, 여객 등을 운송하는 것을 뜻한다. 연안화물선은 국내 주요 항구와 섬을 오가며 유류, 철강, 시멘트 등 다양한 원자재 등을 실어 나른다. 연안여객선은 전국 60개 항구와 470여개의 섬을 드나들며 수십만명의 관광객과 도서민들의 발이 돼준다.
연안해운은 한 번에 대량으로 화물과 승객을 운반할 수 있어 단위 운송비가 훨씬 낮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화물 1톤을 1㎞ 운송하는 데 드는 수송비는 자동차 716.6원, 철도 64.6원, 배는 44.1원으로 자동차의 16분의 1, 철도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연안화물선은 국내 수송비 1%로 톤-Km 기준 국내 분담률 2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러한 내항상선 업계를 지탱해오고 있는 선원 수는 2022년 12월 기준 총 7435명으로, 해기사 5789명·부원 164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선박 운항에 꼭 필요한 해기사(항해사, 기관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내항상선 업계에는 청년 선원의 유입이 거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어, 2022년 기준 60세 이상 인원 비율이 전체의 57.2%에 달한다. 인력부족으로 선박운항이 언제 중단되도 이상하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해기사의 씨가 마르면서 선주들이 배를 띄우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심지어 업무 태만 등으로 선박 사고를 일으켜서 하선시킨 선원을 다시 고용할 정도로 해기사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내국인 선원 유입 ‘태부족’
우리나라 내항상선 선원은 정부 주도로 해양대·해사고 등으로 연간 1000명 이상 양성되고 있다. 그러나 내항상선은 물론 외항선에도 장기승선으로 이어지는 유입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선원직이 육상 대비 높은 임금(최저임금 기준 월 47만원)에도 불구하고, 고립된 선박에서의 장시간 근무, 사회와 단절된 업무 환경, 기상악화·위험물 운반 등의 고된 노동 강도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3D 직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층의 경우, 원하는 업무환경과 차이가 큰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한국해운조합 등이 민간 최초로 인천해사고 부설 해기교육원을 개설하는 등 선원 양성에 힘을 쏟고 있으나, 내국인의 선원직 유입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해양수산부도 선원 부족의 원인으로 ‘선원 직업선호도 감소로 신규해기사가 취업 후 5년 내 78%가 육상직으로 이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청년선원의 경우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승선기간(병역의무기간)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승선하지 않고 있어 교육기관 등을 통한 선원 양성만으로는 해기사 고령화 및 구인난 극복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도 내항상선 선원의 소득 비과세 혜택은 제외된 상태로 외항 선원의 소득 비과세 한도만 월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되어, 지정교육기관에서 배출된 해양대⋅해사고 졸업생들의 외항상선 선사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다.
그 결과 내항상선 선원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으며, 현재 승선하고 있는 인원이 60대 이상 고령층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5년 이내 약 3000명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연안여객선원 고령화로 국민 안전 위협
도서지역 주민들의 대중교통 수단인 연안여객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여객선의 경우 60대 이상이 44.5%에 이르고 있고, 이 중 일부는 80대 고령선원도 있어 국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선원 연령대별 재해자 발생비율을 살펴보면, 내항선원의 경우 전체 재해자 중 57.4%가 60대 이상이 차지한다. 특히 재해자의 부주의로 인한 발생 사고율도 60대 이상이 53.1%로 빈도가 높아 선원 고령화에 따른 신체능력 저하와 피로도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해운업계에서 선박현대화에 투자하고 싶어도 고령 선원이 새로운 기술변화와 규제 변화에 적응이 어려워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 탄소중립·녹색성장 기술 개발을 통한 친환경·스마트 선박 상용화가 되고 있지만 투자하고 싶어도 국적 전문 해기사 수급이 어려워 선박현대화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해상풍력관련 특수선박 도입을 추진하다 특수선 전문해기인력이 외국인밖에 없어 도입이 무산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현 시점에서 내항선원 수급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외국인 선원을 도입하는 것이다.
연안해운업계만 역차별, 선원법 개정해야
해기사 수급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슈는 아니다.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해기사 인력난은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지금 당장 선제적으로 내항상선의 해기사 도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선원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와 국제해운회의소(ICS)에서 2021년 발행한 선원 노동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89만명의 선원 중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선원 수는 약 27만여명으로 전체 14%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양국 선원의 승선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영국 해운전문 컨설팅 업체 Drewry의 조사 결과, 2023년 선원 수요 대비 공급의 부족분 수치는 8% 이상으로, 균형 수준을 나타낸 2019년 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해기사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전 세계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도 선원 수급에 있어 악영향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3년 5150만명에서 2030년 5120만명으로 30만명 감소하고, 2041년에는 5000만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해기사 확보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상황이 전망되는 만큼 내항상선 업계에서는 신속한 외국인 해기사 도입 결단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내항상선 외국인선원 고용제도는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내항상선의 경우 외국인 부원에 대해서만 노·사 합의에 따라 총 1200명 규모 이내로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내항상선의 외국인 해기사 도입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서는 내항상선의 외국인 해기사 도입에 대해서는 ‘카보타지 원칙(유료 연안운송 권리를 자국선이 독점하는 국제 관례)’ 및 외국의 내항상선 외국인 해기사 도입 사례가 없는 점을 들어 도입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서 3D업종으로 분류되는 다른 산업의 경우, 외국인력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가 궁색하다. 정부는 올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력(E-9)의 규모를 16만5000명까지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9만5000명, 57.5%), 농축산업(1만6000명, 9.7%), 서비스업(1만3000명, 7.8%), 어업(1만명, 6%)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유독 연안해운업계만 외국인 해기사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영석 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외항선은 외국인 선원들이 일부 타고 있으나, 내항선의 경우 외국인 해기사 고용이 선원법 등으로 막혀 있다”며 “작년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국무총리실에서 외국인 선원 도입을 풀어주려는 움직임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안해운업계가 국가기간 산업으로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수부 등은 외국인 해기사 고용을 허용해줘야 한다”며 “동남아 등 한국 근무를 선호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정주여건⋅제도를 마련해주고 내항선에 근무하게 한다면 연안해운업계의 고질병인 인력난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선원정책과에 공식 입장을 물어봤으나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