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B코드’…마쉬는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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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B코드’…마쉬는 몰랐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10.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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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 나오자 감사 착수…불법 리베이트 의혹도
계약자 자기대리점 컨설팅…계약은 일정 비율 분배
태양열발전소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양열발전소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국내 1위 보험중개사 마쉬코리아(마쉬)에서 초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소속 A 전무가 계약자의 자기대리점 설립을 돕고, 계약을 나누며 부당 이득을 취해왔다는 이른바 ‘B코드’ 사태다. 

B코드란 별도의 대리점을 만들어 운영하는 걸 의미하는 보험업계 은어다. 계약자의 친인척 등을 내세워 법인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계약자에 대한 리베이트, 보험모집인의 부당 이득 목적 등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A 전무는 모 태양광 관련 사업체의 보험계약을 담당해왔다. 그러면서 해당 업체의 자기대리점 설립을 컨설팅해줬다. 이후 태양광업체가 본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보험계약을 마쉬와 자기대리점으로 나눴다. 또 자기대리점에서 체결한 계약 모집수수료 일부를 착복하고, 이 과정서 고가의 시계와 그림 등이 오갔다는 리베이트 의혹까지 받고 있다.

사건은 내부고발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A 전무가 속한 팀원들이 자체 컴플라이언스팀에 보고했다는 설과 최초 금융감독원으로 제보가 들어갔다는 말이 엇갈렸다. 마쉬는 A 전무의 컴퓨터를 압수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보험업법에선 보험계약의 대가로 제공하는 특별이익을 원칙적으로 금한다. 가입한 보험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물품이라면 최초 1년간 보험료의 10% 혹은 20만원 중 적은 금액에 상당하는 선에서 제공할 수 있지만, 자기대리점을 통해 계약자에 종속되는 이익은 본 취지에도 맞지 않고 허용된 범주를 훌쩍 넘는다.

마쉬코리아는 내부통제기준을 통해 특별이익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료: 마쉬코리아 내부통제기준
마쉬코리아는 내부통제기준을 통해 특별이익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료: 마쉬코리아 내부통제기준

마쉬 또한 자체적으로 내부통제기준을 두고 이러한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여기선 모든 임직원은 업무 수행에 있어 법령과 감독규정, 회사 내부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직무 과정에서 사적인 업무 취급과 이로 인한 이익 추구를 금지하고,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선물, 호의 또는 부당 이득을 받거나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제 쟁점은 이러한 상황을 마쉬가 인지하고 있었느냐로 넘어간다. 몰랐다면 A 전무 개인의 일탈이다. 물론 관리 부실의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하지만 알고도 묵인한 거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수익을 위해 위법을, 회사가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마쉬는 적어도 B코드의 존재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련 계약을 마쉬와 B코드대리점이 일정 비율로 나눠왔기 때문이다. 이는 마쉬가 스스로 마련한 내부통제기준에 위배된다. 기준에선 회사(마쉬)는 보험사와 그 임직원, 보험설계사 및 대리점과 동일계약을 공동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동일계약이 아니라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마쉬와 자기대리점이 서로 무관한 별도의 모집조직으로 기능했다면 계약을 나누는 비율을 마쉬가 관리할 이유도, 그 비율이 정형화될 이유도 애초에 없었다. 만약 어떤 형태로든 보험중개사인 마쉬가 계약자의 자기대리점을 위한 업무를 수행했다면 이는 특별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업계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계약자의 자기대리점 문제는 보험중개사들이 보험사의 직급영업을 비판할 때마다 늘 부작용으로 들던 사례였다. 그런데 굴지의 보험중개사에서 임원이 연루된 B코드 자기대리점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게다가 보험중개사들은 오랜 기간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보험계약을 중개하는 유일한 모집채널임을 자부해왔다. 대외적으로도 그러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해오던 중 전해진 B코드 사건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나서면서 건전하게 사업을 영위해오던 보험중개사들에 불필요한 규제가 강화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중개사업계 관계자는 “와전됐길 바라지만,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건 단순히 해당 회사에서 사임하고 끝낼 사안이 아니다”면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선 이 사건 하나로 보험중개사들이 모두 그럴 것이란 부정적 인식이 씌워질 수 있다”며 “업계 차원에서 사태를 진단하고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면 개선해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과 반론권 보장을 위해 공식적인 입장을 요청했으나 마쉬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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