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터미널 손해배상책임과 히말라야약관의 적용
상태바
항만터미널 손해배상책임과 히말라야약관의 적용
  • 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soonyoung@berkleyasia.com
  • 승인 2024.10.04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1. 들어가며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은 운송인의 이행보조자가 운송 관련 의무를 이행하는 동안 화물이 멸실 또는 훼손되는 경우에, 이들 이행보조자가 화주가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이 누리는 책임제한, 면책, 및 단기제척기간 등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선하증권상 히말라야약관이 편입되어 그러한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운송계약조건으로 편입되어 있더라도 그간 사용인, 대리인, 이행보조자의 개념만 존재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상 인정되기 어려운 독립계약자(복합운송주선인 및 항만터미널운영업자)는 운송인의 이익을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으나, 대법원의 2007년 4월 27일 선고, 2007다4939 판결 이후로 히말라야약관의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다.

2. 대법원의 ‘2007다4939 판결’

선하증권 뒷면에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운송인 이외의 운송관련자(anyone participating in the performance of the Carriage other than the Carrier)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 그 운송관련자들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보호받는 운송관련자들에 하수급인(Subcontractors), 하역인부, 터미널운영업자(terminals), 검수업자, 운송과 관련된 육상·해상·항공운송인 및 직·간접적인 하청업자가 포함되며, 여기에 열거된 자들에 한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이 기재되어 있다면,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 한, 독립적인 계약자인 터미널 운영업자도 위 약관조항에 따라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영미법은 제3자가 계약상의 이익을 얻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하역사나 터미널운영업자 등 제3자는 자신이 당사자가 아닌 계약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영국은 대리의 법리를 통하여 히말라야 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영국에서는 사용자의 면책주장을 부인하는 판례가 나올 때마다 약관의 문안을 수정하여 영국법원도 인정하는 문구가 탄생하였고, 마침내 히말라야 약관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삽입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선하증권의 당사자는 명시된 의사표시로 계약상의 이익을 제3자에게 확장할 수 있고, 하역업자는 선하증권의 당사자는 아니나 운송인의 면책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판시를 통하여 유효성을 인정해왔다. 또한 독일은 면책약관에 관하여 의사해석의 확장해석을 시도하여 히말라야 약관의 적용을 긍정하는 등 대륙법계에서도 히말라야 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

독립계약자란 선박소유자(혹은 운송인)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으면서 선박소유자(혹은 운송인)의 보조자 역할을 하는 자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기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주어진 업무를 완성하는 사람이며, 그 대표적인 예로는 하역업자, 창고업자, 선급협회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독립계약자는 해상운송에 있어서의 적부, 양하작업 등을 전문적으로 행하며 운송인으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 따라서 운송인으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인과 구별된다. 또한 운송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수임사무를 처리하는 대리인과도 구별된다.

문제는 독립계약자를 수익자로 포함한 히말라야 약관이 유효한지 여부이다. 이와 관련된 상법의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이와 달리 인적 범위를 확대하는 약정은 유효하므로 독립계약자도 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도록 특약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볼 것이다. 더군다나 독립계약자에게 히말라야 약관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독립계약자는 그러한 위험을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여 회피하게 될 것인데 그 보험료는 운송인에게 전가되어 결국 화주의 최종 부담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독립계약자를 수익자로 포함한 히말라야 약관을 인정하더라도 화주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힐 염려가 없으므로 그 유효성을 인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독립계약자를 수익자로 포함한 히말라야 약관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하우스 선하증권(House Bill of Lading)의 이면에 “화물의 분실, 손상 등과 관련하여 운송인 이외의 운송관련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된 경우 그 운송관련자들은 선하증권, 적용이 가능한 요율표, 관련법규가 허용하는 모든 항변, 면책, 책임의 제한, 특권 등을 선하증권의 당사자들처럼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보호받는 운송관련자들에는 하수급인, 하역인부, 터미널운영업자, 검수업자, 운송과 관련된 육상, 해상, 항공운송인 및 직간접적인 하청업자가 포함되며, 여기에 열거된 자들에 한정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히말라야 약관이 기재되어 있다면 독립적인 계약자인 터미널운영업자도 히말라야 약관에 따라 운송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대상판결은 히말라야 약관은 해상운송의 위험성 등을 감안하여 선하증권 이면에 일반적 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유효한 약관임을 분명히 하였다. 아울러 히말라야 약관은 간접적으로 운송의뢰인이 부담할 운임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3. 실제 사례 탐구

아래에 실제 우리나라 항만터미널(이하 “터미널”)에서의 운영 중 발생한 사고 사례에 대하여 살펴보자.

(1) 사례 1 : 야적장 보관중인 채종박(Bulk화물)의 자연발화 사고

1) 사고 개요
자연발화로 인한 채종박 손상 약 4668.14톤

2) 사고 내용
* 2022년 7월 20일에 입항 한 “XYZ”호에서 하역한 화물 “채종박”, 총 18,970.000톤은 항만의 72번선석에 하역하여 부두 야적장 및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으며, 화주의 양도양수를 통하여 지속적인 출고가 이뤄지고 있었다.

* 2023년 2월 6일 화물 출고를 위하여 방수포를 벗겨낸 화물(채종박) 더미에서 산패된 화물을 발견했다.

* 명확한 현상 확인을 위하여 굴삭기 등의 장비를 이용하여 채종박 보관 더미를 빼내어 확인한 결과 더미 내부에서 상당량의 화물의 변색/변질(산패)된 것을 발견했다.

* 사고 발생 이후, 터미널에서는 장비를 이용하여 즉시 선별 작업을 실시했으며, 동 사고 사실은 2023년 2월 6일 항만하역사의 배상책임보험자에게 통보됐다.

* 보관창고 및 화물손상 상태: 터미널 담당자의 현장방문 당시 심한 냄새(탄 냄새)로 인하여 민원이 발생됨에 따라 방수포로 덮혀져 있는 상태였으며, 손해액 최소화를 위해 굳어진 채종박을 부셔서 일부 정상품 화물과 조금씩 출고를 하고 있었으나, 현재 남아있는 약 4668.14톤 정도의 화물의 산패 정도가 심하여 더 이상의 출고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3) 사고원인과 예상 손해액
관련 당사자와의 인터뷰 및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상기 사고원인은 여름철(7월)에 인도에서 수입된 채종박을 장기간 이동/환기 등의 필요한 조치 없이 창고에 보관하면서 갑작스러운 온도 하강 및 Bulk 화물의 특성상 발생되는 내부 습기로 인하여 발화점이 낮아지면서 발생된 산패 작용으로 추정된다. 이는 화물의 안전한 보관 책임을 가지는 터미널의 관리 구간에서 발생된 사고로 추정됐고 발생손해액은 약 2,336,000,000원으로 추산됐다.

 

(2) 사례2: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트랜스퍼 크레인을 이용하여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 중 사고

1) 사고 개요
하역 중 크레인 기사의 부주의로 컨테이너가 낙하했고, 총 16개의 컨테이너 및 화물을 파손시킴

2) 사고 내용
* 2023년 2월 11일 인천항에 컨테이너선 “ABC” 호의 입항 후 선적과 양하 작업 수행 중 오전 11:10경 본선 하부 마샬링 야드에서 대기 중이던 야드트랙터에 화물이 적입된 컨테이너를 양하함. 작업 중 크레인 기사의 부주의로 컨테이너가 낙하하였고, 연쇄적으로 주변에 있는 컨테이너에 낙하하여 총 14개의 컨테이너 및 화물을 파손시킴.

* 사고 당시 연쇄적으로 파손된 컨테이너에 적입된 화물의 가액과 추정 손해액은 다음과 같이 요약됨.

* 위의 손해내역 중 퀼트 화물을 제외한 중고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화물은 동일 송하인의 수출화물이었음. 수출 선적을 위하여 컨테이너 야드(CY)에 입고되었고, 선하증권은 화물의 중량이 미기재된 채 유효하게 발행됨.

* 위에 언급된 추정손해액 USD266,618은 전부 터미널의 손해배상책임액으로 인정되어, 항만터미널배상책임보험에서 공제액의 공제 후 보험금 지급이 결정됨. 

(3) 히말라야 약관의 원용과 손해배상액의 산정 

(1) 사례1

본 사례에서 운송인의 중량당 책임제한 적용의 원용 이전에 운송인의 면책사유 중 운송물의 고유한 성질 및 하자(Inherent Nature / Vice)로 인한 항변을 시도하였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가능하다. 물론 터미널이 화물을 장기간 방치하였다는 사실은 그러한 책임제한의 원용을 불가능하게 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순차적으로 운송인의 중량당 책임제한 원용의 가능성을 살펴 보자. 

* 훼손된 화물의 수량 4,668.14톤(= 4,668,150 kg)

* 운송인의 책임제한 적용시 : 중량당 2SDR(환율은 편의상 대략적으로 1SRD = USD 1.5 적용)

* 터미널의 손해배상책임 : 4,668,150 kg X 2SDR (USD 3.0) = USD 14,004,450 (대략 원화로 환산시 18,906,007,500원)

따라서, 운송인의 면책이나 중량당 책임제한이 불가능하거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하였다면(운송인 면책을 원용하기에는 장기간 화물이 방치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고, 수하인이 주장하고 검정인이 손해액으로 산정한 2,336,000,000원보다 훨씬 고액이므로 운송인 면책 및 책임제한 원용의 실익이 없다), 산패된 화물을 잔존물 매각 등을 통한 손해액 경감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별도로, 산적 건화물(Dry Bulk Commodity)에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선하증권양식인 CONGENBILL 1994 양식에는 히말라야약관이 편입되어 있지 않다(CONGENBILL 2022에는 international Group of P&I Clubs / BIMCO Himalaya Clause for Bills of Lading and Other Contract 2014 조항에 의하여 편입됨).  

결국, 산적 건화물 등에는 선하증권상 히말라야약관을 활용한 운송인 책임제한의 원용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2) 사례2

위의 각 컨테이너에 적입된 수량이 선하증권에 포장갯수로 기재되었고, 이에 따라 선하증권에 히말라야약관이 앞서 언급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발행되었다면, 터미널의 손해배상책임은 히말라야약관에 의하여  아래와 같이 제한될 수 있다. 

* 훼손된 중고자동차 및 자동차화물의 선하증권 기재 포장 갯수 : 53개

* 운송인의 책임제한 적용시 : 포장당 666.67 SDR(대략적으로 1SRD = USD 1.5 적용하면 USD 1,000)

* 터미널의 손해배상책임 (중고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 53개 X 666.67SDR X USD 1.5 = USD 53,000

* 퀼트 화물의 경우 앞에 언급된 사례 (1)의 경우처럼 포장당 책임제한을 원용할 실익이 없음. 따라서 추정손해액 USD 2,000을 전액 손해배상책임액으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실익이 있음.  

(3) 문제점

필자는 배상책임보험자의 초기 대응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본다. 과연 배상책임보험자가 초기부터 손해액 경감을 위한 가이드를 검정인 및 터미널에 제공하였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1) 배상책임보험자는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 법원의 히말라야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사례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가?

2) 인지하고 있었다면, 손해액 경감을 위한 방어자료로서 초기부터 증거자료(선하증권 등의 운송과 관련한 운송계약)의 수집하였는가? 

* 왜냐하면 터미널은 해당 화물의 선명 및 화주를 인지하고 있으므로,  선박대리점 및 화주로부터 선하증권 기타 운송 관련 계약 관계 증빙을 사고 발생이전부터 파악할 수 있었다. 

* 또한 터미널의 하역 및 보관 담당자는 그러한 법률관계에 취약할 수 있으며, 검정인은 손해의 원인 등의 사실 관계, 손해액의  규모, 현장에서의 잔존줄 매각 등을 통한 손해액 경감 등에 집중하므로,  오히려 법률적인 배경과 경험을 축적한 배상책임보험자가 초기부터 적정한 가이드를 해주었으면 충분히 법률상 손해액의 경감을 위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3)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등으로부터 초기부터 적시에 조력을 받을 방안을 강구하였는가?

결론적으로, Claims(보험보상) 처리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공제보험신문=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연구의 결과물이며 정보의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므로 Berkley Insurance Asia / Berkley Insurance Company의 공식 입장이나 보험약관의 해석과 무관합니다. 
따라서, 본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독자의 오해에 대해 Berkley Insurance Asia / Berkley Insurance Company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