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위험관리, “보험 활용 상벌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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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위험관리, “보험 활용 상벌제 필요”
  • 만소영 기자 jessica.man@kongje.or.kr
  • 승인 2024.09.27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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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배터리 화재위험과 보험의 역할’ 세미나 개최
전기차 보급 확대로 화재 가능성↑…외국은 신규 안전장치 마련
위험관리 우수 사업장에 보험 인센티브, 미흡 사업장엔 패널티
원인불명 사고에 대한 과실주체 판단 등 사회적 합의 필요
26일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배터리 화재위험과 보험의 역할’ 세미나에서 최명영 전략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br>
26일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배터리 화재위험과 보험의 역할’ 세미나에서 최명영 화재보험협회 R&D전략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만소영 기자] 최근 인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위험관리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26일 ‘배터리 화재위험과 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려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지하주차장 화재가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어 보험사와 협업 등 위험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 보급 확대, 화재사고 가능성↑

보험연구원은 26일 ‘배터리 화재위험과 보험의 역할’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명영 한국화재보험협회 R&D전략팀장은 “전기차 보급은 2024년 6월 기준 60만대, 2030년 기준 420만대로 예상되며, 글로벌 ESS시장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등 리튬형배터리 사용 증가로 인해, 화재 위험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최근 청라 사고처럼 전기차 지하주차장 사고시 2차 피해 등 대규모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최 팀장은 청라 전기차 화재가 대형사고로 번지게 된 원인을 분석하며, 앞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다.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을 돌아보면, 화재 발생시각은 오전 6시 7분으로 인적이 드물고 주차 차량이 많을 때여서 피해가 더 컸다.

또한, 내연기관 자동차는 화재 발생시 불이 수직으로 치솟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불길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어 주변으로 불길이 확산됐다.

게다가 배터리팩 내부에서 열폭주가 발생하고 전이되어 순식간에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재 진압이 까다롭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의 59%는 지하주차장에 설치돼 소방차 진입이 힘들고, 주차장 천장 또한 가연성 단열재 및 배관보온재를 사용하여 화재가 쉽게 전이됐다. 스프링클러 작동도 제대로 되지 않아 진압에 애를 먹었다.

이와 함께 전기차는 외부 충격이 하부에 쌓여있다가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작은 하부 충격에도 화재 가능성이 있다.

최명영 팀장은 “전기차 배터리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상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팀장은 “습식 스프링클러 등 우수한 소방시설을 갖추고, 불연소단열재를 사용하는 등 위험관리 우수 사업장에는 보험 계약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위험 관리 강화를 유도하고, 추후 관련법 개정을 통해 위험관리 미흡 사업장에는 패널티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광민 교수의 사회와 함께 정범진 프로(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김정민 부장(뮌헨 재보험), 천지연 연구위원(보험연구원)이 토론중이다.<br>
(오른쪽부터) 김정민 뮤니크리 부장, 정범진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프로,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토론을 하고 있다. 

무분별한 ‘전기차 포비아’ 안 돼

이어서 주제토론에서는 정범진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프로, 김정민 뮌헨 재보험 부장,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와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을 펼쳤다.

천지연 연구위원은 “이번 청라 화재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면서 “책임규명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전기차 화재 피해보상 보험상품에 대한 논의, 무분별한 전기차 포비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 연구위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화재 원인 중 원인불명이 48%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처럼 원인 불명으로 과실주체 판단이 어려운 경우 누가 얼마를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청라 화재의 경우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명확한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배터리 화재 특성상 발화와 동시에 고열이 발생해 CPU 등 저장장치가 모두 타버리기 때문에, 차량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 벤츠 차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누가 얼마를 배상할지를 판단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천 연구위원은 “과실주체 판단의 어려움에 따른 피해보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개인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만큼 추후 전기차 화재 피해보상 보험상품에도 리스크를 얼마만큼 반영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천 연구위원은 “국내 전기차화재 관련 보험상품은 자동차보험, 전기차 충전사업자 배상책임보험, 아파트 화재보험 및 개인 화재보험 등인데, 자동차보험의 경우 전기차 등 차량별 사고발생의 빈도와 심도를 반영해 보험요율을 차등하고, 배터리수리와 교체에 대한 평가기준 및 안전성 테스트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대형화재로 비롯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이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돼 눈길을 끈다.

예컨대 2023년 10월 영국 루틴공항에서 발생한 디젤차량 발화 화재로 1200여대 차량이 파손되고, 330억원 규모의 건물이 붕괴됐다. 그러나 사고를 계기로 디젤차 안타기 운동이 벌어지진 않았다.

전기차 역시 새롭게 태동한 산업으로 배터리 화재 등 기존에 없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언론 등에서 그 부분만 강조해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천 연구위원은 “지금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안타자’ 이렇게 가고 있는데, 그보다는 합리적 대책 마련 및 대응방안 전파가 중요하다”며 “전기차 화재예방에 대한 연구와 관련 제도 개선, 전기차 운전자의 화재대응 가이드라인 교육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토론자들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김정민 뮤니크리 부장은 “현재 16층 이상 아파트는 단체의무보험으로 화재보험에 가입 중인데, 15층 이하 아파트는 화재보험 가입 여부가 선택”이라며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화재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하고, 전기차 배상책임 한도도 현재 20억원 수준보다 더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프로는 “예전에 물류창고가 대형화되면서 화재 사고 등으로 보험사 손실이 컸다. 이로 인해 보험료가 비싸지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심사 단계부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다보니, 스프링클러, 건축자재 등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생겼다”면서 “전기차 화재 사고 역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사고를 막기 위한 소방시설 강화 등 자구책이 마련되고 선순환구조가 확립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에 스프링클러 물 방출밀도를 30% 증가시켰고, 네덜란드는 2021년 충전소 충돌위험 방지장치 설치와 독성 연소 환기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스트리아는 2023년 충전소 충돌위험 방지장치를 설치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주차장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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