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협회 재건축, 왜 리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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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협회 재건축, 왜 리츠일까?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8.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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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난리통에 밀어붙이는 재건축 계획
공모 예외기관 아니지만…주식 발행해도 이득 전망
비영리 사단법인 기본재산 증식, 목적사업 활용은?
화재보험협회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파트너사로 리츠 방식의 여의도 사옥 재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사진=화재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파트너사로 리츠 방식의 여의도 사옥 재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사진=화재보험협회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화재보험협회(화보협회)가 여의도 사옥 재건축을 추진한다. 파트너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하고 리츠 형태의 운용을 계획 중이다. 기존 1만8731㎡의 연면적은 재건축 후 약 6만6115㎡에서 최대 8만2644㎡로 늘어날 전망이다.

화보협회 사옥은 지난 1977년 9월 10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시설물 노후화로 보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화보협회가 밝힌 재건축 추진 배경이다. 화보협회는 지난 2011년에도 같은 이유로 재건축을 계획했다가, 손해보험사들의 비용 부담 호소로 무산된 바 있다.

화보협회는 지난해 말에도 손해보험사들에 재건축 관련 문제를 협의했었다. 인근 여의도 상권과 오피스 임대상황 등을 분석한 외부 컨설팅 자료를 토대로 재건축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단계별 건축 계획 및 자금 조달 방식까지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때도 화보협회의 숙원인 재건축은 불발됐다. 당시 제시했던 자금 조달 방식이 문제였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심각해진 시점에서, 사모펀드(PEF)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올해 4월 화보협회는 다시 한번 사옥 재건축 사업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수행 기간 10주에 배정된 예산은 3억5000만원. 통상, 기간과 예산이 수행 난이도에 비례해 늘어나는 걸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과 이에 대비되는 많은 금액이다. 특히, 인접한 삼천리 건물부지(대지면적 2159㎡)까지 포함한 개발안을 요구했다는 점도 흔치 않은 일이다.

화재보험협회가 삼천리 사옥과 공동 개발안을 의뢰한 용역과업지시서. 자료: 나라장터
화재보험협회가 삼천리 사옥과 공동 개발안을 의뢰한 용역과업지시서. 자료: 나라장터

2개월 뒤 화보협회는 사옥 재건축 위탁운용사 선정공고를 냈다. 삼천리와의 동반 개발은 포기했다.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1단계에선 설계 및 인허가, 2단계에선 공사와 준공 및 운영으로 업무를 구분했다. 2단계에 돌입하면 부동산간접투자기구를 설립, 자산관리회사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위탁관리리츠다.

화재보험협회 사옥 재건축 위탁운용사 선정 제안요청서. 자료: 나라장터
화재보험협회 사옥 재건축 위탁운용사 선정 제안요청서. 자료: 나라장터

화보협회는 앞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의 TP타워 개발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연금은 TP타워 재건축을 위해 코람코자산신탁을 위탁운용사로 선정하고 코크렙티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세웠다. 

리츠는 운용사가 건물을 매입한 뒤 발생하는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형태다. 건물주가 재건축 때 리츠를 택하는 이유는 개발 비용 문제 해소나 추후 수익성 극대화, 손쉬운 관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자본이 넉넉한 사학연금의 경우 개발 비용 부담보단, 지하 5층~지상 42층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의 전문적인 관리와 수익성 제고가 목적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화보협회와 사학연금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사학연금은 부동산투자회사법이 정하는 주식 공모 예외기관이다. 리츠는 1인당 주식을 50% 이상 소유할 수 없고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공모해야 하지만, 연기금으로서 공모성을 인정받아 이러한 규제의 예외를 적용받는다. 즉, 리츠로 하더라도 사실상 100% 소유와 다름 없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다.

반면 화재보험협회는 예외 대상이 아니다. 리츠로 개발 비용 부담을 덜고 관리의 편의성을 가져갈 수 있는 대신, 건물에 대한 주식 보유가 제한된다. 건물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익 등도 이렇게 제한된 주식 비중에 따라 배당받게 된다. 

물론 주식 보유의 제약을 받더라도 화보협회의 이익은 기존보다 커질 수 있다. 연면적이 4~5배가량 늘어나며 임대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지고, 역세권 신축 오피스란 점을 내세워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리츠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의 의문도 제기된다. 화보협회가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흔히 특별법에 의한 유관기관들이 특수법인으로 설립되는 것과 다르게, 화보협회는 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법인 리스트. 자료: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법인 리스트. 자료: 금융위원회

비영리 사단법인도 영리활동은 가능하다. 단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영리활동의 이유가 본래 목적사업을 위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리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분담금을 내는 구성원( 화보협회의 경우 손해보험사)들에 환원할 수 없고, 본연의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또 비영리 사단법인은 부동산을 포함한 기본재산의 매도나 증여, 교환(대체) 등 처분에 있어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정확하게는 기본재산에 관한 사안을 정관으로 정하기 때문에, 이 정관을 개정하기 위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건축 리츠는 토지 및 건물의 소유주가 개발을 위해 설립한 부동산투자회사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개념으로 시작된다. 이 경우 화보협회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기본재산인 사옥을 처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정관 개정과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예상되는 수익을 본 목적사업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포함돼야 한다.

회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여전하고,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복잡한 문제도 얽혀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전례 없는 리츠 카드까지 꺼내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는 화보협회.

이러한 움직임은 동여의도 일대 재개발 바람으로 인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오랜 기간 재건축을 염원했던 화보협회로서는, 인근 아파트 재개발과 함께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으로 최대한 용적률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지금이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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