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적 화물의 법률 및 보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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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적 화물의 법률 및 보험 상관관계
  • 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soonyoung@berkleyasia.com
  • 승인 2024.12.1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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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화물이 선박의 갑판에 선적되어 해상운송되는 광경. 사진: Swedish Club
갑판적 컨테이너화물이 해상운송 중 무너지는 모습. 사진: gov.uk
출처: 유튜브 Nauctis 영상 캡처. (LIFE INSIDE Big Container Ships in Storms: How Container Ships Not Sink when Hit By Monster Waves)
갑판적된 화물이 해상운송 중 거친 파도와 조우하고 있는 광경. 출처: 유튜브 Nauctis 영상 캡처. 

1. 들어가며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위의 사진을 살펴보자.

해상운송 시 화물을 선박의 선창이 아닌 갑판 위에 선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긴급한 화물 운송이 필요한 화주가 제한된 선박의 공간을 고려하여 갑판적 운송을 요청하거나, 운송인이 스스로 운항이익 극대화를 위해 갑판적 운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선박의 구조 및 화물의 특성상 갑판적 운송이 통상적인 운송 방법일 수도 있다.

한편, 화물이 선창이 아닌 갑판 위에 선적되는 경우 앞선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해상의 악천후에 직접 노출되어 손상되거나 멸실될 가능성이 선창 내 선적의 경우보다 증가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화물의 갑판적 화물운송에 따른 운송인의 책임관계와 위험관리, 관련한 보험증권의 담보 및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2. 갑판적 운송과 해상운송인의 책임

해상운송에서 화물을 갑판 위에 선적하는 것을 갑판적(甲板積)이라고 한다. 갑판적 화물의 운송과정에서 멸실·훼손·변질 등이 일어나는 경우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의 경감 또는 면제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자.

갑판적 화물이 운송 중 손상되거나 멸실되는 경우, 운송인의 책임 여부는 다른 해상운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운송계약의 내용을 근거로 판단한다.

많은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 약관에 “운송인 사정에 따라 화물을 갑판적 운송할 수 있으며 그러할 경우 화물손상 및 멸실은 운송인 책임이 아님”을 기재하고 있다(갑판적 자유/면책조항). 이러한 계약조항의 유효성은 각 국가별 법률 및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상법 제799조 제2항은 “산 동물의 운송 및 선하증권이나 그 밖에 운송계약을 증명하는 문서의 표면에 갑판적(甲板積)으로 운송할 취지를 기재하여 갑판적으로 행하는 운송에 대하여는 제794조부터 제798조까지의 규정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효력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즉, 갑판적 운송의 경우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운송인이 면책약관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법 규정과는 별개로, 운송인이 특히 유의할 점은 갑판적 운송에 대하여 당사자 간에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합의하였거나 확립된 상관습(예를 들어 비바람을 맞아도 문제가 없는 원목 및 컨테이너 화물은 해운실무 상관습으로 갑판적이 허용되는 것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에 의하여 송하인에 의한 갑판적 운송이 승인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히 선창 내에 화물을 적재, 운송해야 한다는 점이다.

갑판적 화물은 운송과정에서 해수, 빗물, 해풍, 직사광선 등 극심한 환경변화에 노출되어 멸실·훼손·변질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선창 내에 적재·운송하여야 함에도 갑판적 운송을 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운송계약의 불이행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운송물이 파손·멸실·변질된 경우 그 권리자에 대하여 불법행위까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이 같은 논리에 기초하여, 컨테이너에 적입할 수 없는 화물이라면 송하인의 동의가 없는 한 선창 내에 적재하는 것이 해상운송업계의 통상 관행이고, 가령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선하증권 표면에 그러한 사실이 명시돼야 하는데 그러한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갑판적 운송을 ‘무모한 행위’로 판단하여, 운송인의 갑판적 화물에 대한 책임제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대법원 2006.10.26 선고 2004다 27018 판결).

신용장 통일규칙(UCP 600)에서 갑판적 운송이 표시된 선하증권은 은행의 신용장 수리가 금지되어 신용장을 근거로 거래하는 화주가 선하증권에 갑판적 표시를 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화주의 동의가 없고 선하증권에 갑판적 표시가 없는 운송인의 일방적 갑판적 운송인 경우 운송인은 포장당/중량당 책임제한 등 해상운송인으로 누릴 수 있는 법적 책임제한 권리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한 법적 입장 또한 각 국가별로 상이하다.

해상운송인의 영업 목적과 화주의 은행 신용장 미수리 문제로 화물이 갑판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하증권 등 운송증권 표면에 갑판적을 명시하지 못하고 발행되는 경우, 선주 등 해상운송인이 가입하는 P&I에서도 그 배상책임위험을 담보받지 못하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화주로부터 Letter of Indemnity(LOI, 선주 등 선하증권 발행자에 대한 면책약정)를 징구하거나 Ship Owners’ Liability Insurance(SOL)에 별도로 가입하기도 한다.

3. 갑판적 운송과 화물배상책임보험

앞서 게재된 “Freight Forwarder의 배상책임과 보험”편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대다수의 Freight Forwarder가 가입하는 International Freight Movement Operators Insurance 보험약관 상으로는 갑판적 화물에 대한 배상책임에 관한 특별한 조항이 없다. 따라서 특별한 조항이 편입되지 않는 한 화물배상책임보험에서는 갑판적 화물에 대하여 담보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위험에 대한 노출도를 감안하여, 우리나라 보험계약 인수 실무상으로는 보험명세표(Policy Schedule)에 아래와 같은 조항이 편입되고 있다.

“Freight loaded in bulk on deck is not covered unless agreed”

이 조항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unless agreed” 문언에서 동의의 주체가 화주인지 보험자인지가 불분명하다.

둘째, 만일 그 동의의 주체가 화주이고 갑판적 표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라면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또는 경감이 가능하므로 이 조항의 존재의 실익이 없다.

셋째, 여러 현실적인 여건 상 갑판적 표시 선하증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라면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화물에 대한 책임제한 주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배상책임 보험자의 부담이 너무 상당하다.

넷째, “Freight loaded in bulk” 문언에서 “…in bulk”라 함은 함은 앞서 게재된 “Dry Bulk 화물의 언더라이팅(곡물화물을 중심으로)” 칼럼과 “Liquid Buk 화물의 언더라이팅” 칼럼에서 언급된 산적화물을 의미하는 것인데(이런 산적화물들이 갑판적될 수는 없다), 갑판적되는 철강재 및 중량화물, 재래화물 등을 “… in bulk”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본 동의의 주체를 화주와 보험자로 동시에 명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Breakbulk freights shipped on deck are not covered unless deck bills of lading is issued and unless agreed by cargo owners and underwriters”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의 여러 측면을 고려하였을 때 합리적인 표현이다.

4. 갑판적 운송과 해상적하보험

앞서 언급한 상당한 위험노출도를 감안하여 우리나라 해상적하보험실무상으로는 아래와 같은 On Deck Clause(갑판적약관)가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Notwithstanding any average warranty (inclusive of coverage for any extraneous risks if granted hereunder) and the clause 8(8.3) of the Institute Cargo Clauses, It is specially understood and agreed that in the event of the interest hereby insured of any part thereof being carried on deck, the conditions on such deckload shall be amended to ICC(C) (subject to Risks Clause contained in the Institute Cargo Clauses(C) including the risks of Washing Overboard as from the commencement of this insurance.”

번역: “해손담보조항(부가위험의 담보를 포함) 및 협회적하약관 제8조 3항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에서 담보하는 화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갑판에 적재되어 운송되는 경우에는 위험개시시점부터 담보범위가 투하 및 갑판유실위험을 포함하는 ICC(C) + WOB로 변경됨.”

이 약관의 취지는 갑판적 화물의 위험의 노출도를 감안하여 갑판적 화물의 합리적인 담보범위를 제공하는데에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운관습상 갑판적이 통용되는 컨테이너 화물을 포함하는 것인지, 갑판적이 화주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해상운송인의 갑판적 재량에 의한 것인지 등의 구별의 실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급이 없고, 이에 대하여는 해상보험 요율서에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보험계약체결 당시 갑판적화물 여부를 알지못한 경우: 갑판상 적재화물은 ICC(C) 또는 ICC(C), W.O.B.로인수함을 원칙으로한다. 그러나, ICC(C), W.O.B.보다 넓은 조건으로 인수한 계약이 갑판적으로 판명되었을 경우에는On-Deck Clause를적용한다.

보험계약체결 당시 갑판적 화물인 것을 알 경우: 갑판적화물에 대하여 ICC(C) 보다 넓은조건으로 인수하고자할 경우에는 Under-Deck 화물요율의 50%를 가산한다(ICC(C), W.O.B., I.S.E., W/S.R.C.C.는 제외한다). 그러나, R.O.D.위험은 S.S.B.C.에 직접 기인한경우 이외에는 담보하지 않는다.

밀폐형 Container(Open Top, Flat Rack Container는 제외) 화물에 한하여 On-Deck Clause를 적용하지않는다.

화물의 일부가 갑판적인 경우는 별도 분리하여 상기 ①,②,③항의 규정에 따라 적용한다.

보험증권의 담보범위는 해당 보험증권상에 명시된 적용약관으로 규율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약관이 아닌 해상보험요율서에 명시된 조항으로 담보범위를 규율하다 보니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적절한 이행 여부에 위험성이 항상 상존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해운물류 전문가가 아닌 소형 화주의 입장에서는 밀페형 컨테이너, Open Top Containers, Flat Rack Containers 등의 전문적인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 한다.

5. 맺으며

앞서 언급된 것처럼 화물의 갑판적으로 인한 법률문제와 보험보상의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해상적하보험에서 미비한 보험약관을 가지고, 특히 보험약관이 아닌 해상보험 요율서상의 적용특칙으로써 담보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물론 On Deck Clause(갑판적약관)의 위험노출도를 관리하고자 하는 취지는 분명 명확하고 훌륭한 것이나, 갑판적임을 화주(피보험자) 및 보험자가 인지하는 경우에 적용될 보험약관이 미비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해외시장에서 사용되는 약관 중 도입 여부를 검토할만한 약관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ON AND/OR UNDER DECK CLAUSE (to cover all risks condition)

Shipments on deck are covered hereon on cover terms and conditions including jettison washing and loss overboard. Insurers hereon reserve the right to charge additional premium in respect of any shipment where an on-deck Bill of Lading is issued.

이 약관의 맥락과 취지는 첫째, 갑판적 화물임에도 전위험 담보조건인 All Risks 조건 또는 ICC(A) 조건으로 담보범위를 유지하는데에 있고, 둘째,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상당한 위험노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판적 선하증권이 발행되는 경우 운송인의 포장당 / 중량당 책임제한이 가능해지므로 해상적하보험자의 운송인에 대한 구상권 행사시 손해액의 보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추가보험료를 부과할 권리를 보험자에게 유보함에 있다.

물론, 기존에 사용되어 오던 On Deck Clause와의 조화를 위하여 문언의 변경 등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갑판적 화물 또는 그 배상책임위험을 담보하여야 하는 보험자의 입장에서도 항상 직면하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해상보험실무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적절하게 확립되어 있는지는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연구의 결과물이며 정보의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므로 Berkley Insurance Asia / Berkley Insurance Company의 공식 입장이나 보험약관의 해석과 무관합니다. 
따라서, 본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독자의 오해에 대해 Berkley Insurance Asia / Berkley Insurance Company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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