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손보는 성장, 저렴한 보험료·간편가입 앞세워 ‘계약 갈아타기’ 유도
[한국공제신문=강태구 동경특파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 손해보험회사의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5월 수입보험료는 대형 손보 4개사(동경해상일동, 손보재팬, 삼정주우해상, 아이오이닛세이동화손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9월 이후 3년 8개월만이다.
반면 인터넷 손보사들은 저렴한 보험료와 간편한 가입 절차를 내세워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대형 손보에서 ‘계약 바꿔타기’가 급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 손보사의 움직임은 국내 손보사나 손보상품 취급 공제회들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대형 손보
2010년 이후 대형 손보사들의 수입보험료는 완만하게 확대 기조였으나, 코로나 영향으로 2020년은 예년보다 감소로 가능성이 크다.
손보 각사가 발표한 영업성적 발표에 의하면, 5월 수입보험료는 △동경해상일동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 △손보재팬이 7.7% 감소 △삼정주우해상이 5.4% 감소 △아이오이닛세이동화가 2.1% 감소를 기록했다. 4개사 합산 감소액은 약 310억엔(3520억원)이며, 2019년 5월의 전사 수입보험료는 약 5600억엔에서 5.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자배책보험)의 감소분이 약 240억엔을 차지했다.
자동차 운행을 위해 필요한 강제보험인 자배책보험은 신차 구입이나 자동차검사시 가입하는 일이 많다. 자동차사고의 감소를 반영하여 2020년 4월에 자배책보험료율이 16.4% 인하됐고, 코로나에 대응해 자동차 검사 유효기간을 7월 1일까지 연장한 영향도 있으나, 딜러의 영업 실적 하락 등으로 신차가 팔리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동경해상일동은 “신차구입시의 자배책보험에 한정하면 5월의 수입보험료는 예년의 절반 이하로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여행상해보험의 판매도 떨어졌다. 손보사들은 “해외여행보험의 계약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95% 이상 감소했고, 국내 여행상해보험도 90% 이상 감소했다”고 우려했다. 여행수요가 회복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기업활동을 지켜주는 신종보험이나 해상보험 성적도 좋지 않다. 손보상품은 기업의 설비나 생산물, 경영자나 종업원을 지키는 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하며, 사업활동이 활발할수록 보험료 수입은 증가한다. 코로나로 생산이나 물류가 정지해 설비투자가 멈춘 상황에서 손보 수요는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기업 대상 배상책임보험 등 신종보험은 기업의 전년도 매출액을 기초로 보험료가 산출되는 예가 많아 코로나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떨어지면 보험료도 떨어져 버린다.
대형 손보 이외의 중견 손보인 공영화재는 5월 수입보험료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 일신화재는 동 2.0% 감소하였고, 양사 모두 자배책보험은 30% 이상 떨어졌다.
손보업계 전체 수입보험료는 2019년도에 약 9.6조엔이었다. 한 대형 손보 관계자는 “신형 코로나 영향이 길어지면 2020년도 손보업계 전체의 보험료는 2000억~3000억엔 감소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외출 자제로 ‘계약 바꿔타기’ 잇따라
대면판매를 주축으로 하는 대형·중견 손보에 비해, 인터넷 손보사들은 코로나를 등에 업고 실적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 전업인 SBI 손해보험은 4~5월 자동차보험 신규계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 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대형 손보로부터 계약 바꿔타기가 늘어난 것이 실적 향상 이유 중 하나다. “외출 자제로 재택하는 사람이 텔레비전 광고 등을 보고 인터넷으로 자동차보험을 비교 검토하는 예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SBI손해보험사 측의 설명이다.
같은 인터넷 전업인 e-디자인손보도 4~5월 합계 신규계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5.8% 신장했다. 삼정다이렉트손보는 신규계약 자동차보험료 수입(4~5월 합계)이 11.8% 늘어났다.
인터넷 손보는 저렴한 보험료와 인터넷에서의 간편한 가입 절차를 무기로 매년 계약 갱신기간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타사에 가입한 자동차보험을 바꿔타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요 전략 중 하나이다. 코로나 여파로 자동차판매점이나 손보대리점 등 대면판매에 의한 계약 획득이 둔해지면 인터넷 손보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으로 고민하는 일본에서 향후 손해보험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신형 코로나라는 새로운 리스크는 손보업계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