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공제·플랫폼노동공제·간호인공제·청년스타트업공제 등 논의 활발
21대 국회, 정책 지원 통해 사회안전망 강화에 앞장서야
[한국공제신문=김요셉 기자]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와 청년을 위한 공제단체 설립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퇴직 금융노동자를 위한 금융인공제는 물론 배달의민족 라이더나 카카오 대리운전 기사 등을 위한 플랫폼 노동공제, 코로나19로 중요성이 높아진 간호인공제회, 스타트업 노동자의 건강관리와 복지 지원을 위한 청년스타트업지원공제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공제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법안 마련을 통해 노동·청년 분야 공제 설립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퇴직 금융노동자를 위한 금융인공제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금용노조는 지난 2월말 조합원의 복지증진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각 회사별로 산재된 각종 복지제도를 아우르는 금융인공제회를 설립키로 했다.
현재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은 각 회사별로 노사합의에 의해 재직자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퇴직 후 재취업 지원이나 생활안정을 위한 뒷받침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금융노조는 지난 2009년부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교섭에서 공제회 설립의 당위성을 피력해 왔고 사용자협의회와도 공제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금융노조는 금융인공제 설립에 대해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 측에 정책 제안을 했으나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금융인공제 설립 지원을 약속했으나 4.15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정책적 지원이 힘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인공제회가 설립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갖추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출범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노동분야에서 특수고용직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방안이 논의되면서 이들을 위한 공제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IT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등장한 직종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나 카카오 대리운전 기사, 대리주부 가사도우미 등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문화예술·IT 등 프리랜서 노동자들까지도 플랫폼으로 유입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와 이들의 노동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 확대는 단시간, 일회성 호출 등 노동 상시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고용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플랫폼·프리랜서 당사자들은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사회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등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은 21대 국회 출범 직후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배달노동자와 기업이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얼굴을 맞대고 있는 데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도 플랫폼분과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하면 국회는 의제를 수용할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맞춰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플랫폼 노동자 공제설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탁 노동공제포럼 대표(노회찬재단 사무총장)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노동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들은 특수 고용의 형태로 4대보험조차 지원받지 못해 노동공제설립이 절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체의 전통적인 노동자들의 퇴직 후 대책을 위한 노동공제도 시급하다”면서 “정부나 국회가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간호종사자들의 노후생활 보장과 후생복지 지원을 위한 간호인공제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간호인력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드러났다. 또한 우리나라는 현재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환자 증가 등으로 보건의료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해하고 있다.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간호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같은 세계적인 재난에 대비한 간호 인력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은 보건복지부에 간호전담부서인 간호정책과를 설치하고 간호종사자 처우 개선과 인력확보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김승희 미래통합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간호 인력의 양성 및 처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간호인력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한국 간호 인력공제회를 설립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이다.
청년을 위한 공제설립도 추진된다. 미래통합당은 가칭 청년스타트업지원공제회를 신설해 정보통신기술(ICT)·스타트업 노동자의 건강관리와 복지를 지원키로 했다.
미래통합당은 현재 약 90여만 명에 달하는 정보통신기술 종사자의 근로, 복지, 처우, 노후를 지원할 수 있는 법,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그러나 4.15총선에서 참패하면서 당초 예정대로 정책지원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이석구 전문위원은 “노동과 청년의 경우 심각한 일자리문제가 화두인데, 앞으로 사회안전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공제사업은 필수요소”라면서 “정치권이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과 공제회가 결합한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전태일재단의 봉제인공제회는 지난 2018년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봉제공장 노동자들은 2018년 노조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노조 산하에 상조·의료·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제인공제회를 만들었다.
노조와 공제회를 결합한 ‘노동공제회’는 국내 첫 시도다.
봉제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권리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이자 영세사업장 사장이기도 해서 노동권을 요구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이들은 서울시와 사용자단체가 참여하는 3자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을 주도한 ‘직장갑질119’는 노조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노동권 상담을 제공하며 노조 결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