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실손보험 강제전환 이슈로 떠들썩하다. 정부가 실손보험 개혁방안으로 5세대 실손보험을 고안하면서, 초기 실손보험에 대해 법 개정을 통한 강제전환 방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1~4세대 실손보험보다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개혁안이다.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비급여 보장을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함인데, 기존 실손 가입자들이 전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1~2세대 초기 실손보험의 경우 약관 변경 조항이 없어 만기 때까지는 보험사 마음대로 변경된 약관을 적용할 수 없다. 보상금 등 인센티브를 통해 초기 실손 가입자들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초기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적고 비급여 보장 범위가 넓어서 보험사의 적자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특히 소수의 ‘도덕적 해이’로 의료쇼핑을 한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비급여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도 보장돼 꼭 필요하지 않아도 과잉진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초기 실손보험의 보장내용은 좋다. 웬만한 당근책이 주어지지 않고선 5세대로 전환하는 실익이 없다. 정부도 그걸 알기에 법 개정을 통한 강제전환 카드까지 들고나온 것이다.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병원 갈 일이 많아지고, 보험사의 손해율도 올라갈 것이 자명하다. 그러니 몇 년마다 실손보험 개혁안을 제시하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실손보험 제도 자체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실손보험 가입률을 낮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험사와 상호 동의 하에 사적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왔는데, 정부가 개입해 강제로 계약 내용을 바꾼다니 말이다. 보험사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초기 실손보험을 판매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 아내만 해도 보험비를 꾸준히 내면서 정작 병원은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다. 비록 지금은 실손보험 덕을 볼 일이 없지만, 언젠가 중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것에 대비해 보험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도덕적 해이를 막는다며 그 피해는 기존 가입자들이 부담하라니 공감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
“Pacta sunt servanda”이라는 라틴어 법언이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의미인데, 이는 민법과 국제법의 대원칙이다.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보호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보다 현명한 대안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