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소액단기보험사 활성화 목마른 금융당국에 단비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마이브라운이 보험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가운데, 마이브라운에 지분투자를 한 삼성화재의 전략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액단기보험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에 호응하면서도, 자회사가 아닌 지분투자 형식이라 삼성화재에서 펫보험을 계속 판매할 수 있다는 점, 펫보험을 장기보험으로 전환한 경쟁사와 달리 일반보험 형식을 고집해 보험 비교 플랫폼에서 소비자에게 가격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포석이 깔린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화재가 지분투자한 마이브라운이 보험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이후 본인가 승인을 마친 뒤, 내년 상반기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지분투자란 점이다. 삼성화재는 마이브라운의 준비 단계부터 주도해왔다. 대표이사와 감사에 삼성화재 출신 인사가 선임됐고, 직접 자본금을 증자했으며 상표권 출원까지 담당했다. 하지만 투자액은 대주주 요건에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마이브라운과의 관계를 지분투자자로 한정한 삼성화재는 일반보험 형태의 펫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소액단기보험사인 마이브라운은 만기가 짧은 일반보험 구조로만 펫보험을 운영할 수 있다. 만약 자회사로 설립했다면 삼성화재는 일반보험 형태의 펫보험을 유지할 수 없었다. 현행법상 보험사가 특정 상품만을 취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건 가능하지만, 모회사가 자회사와 같은 상품을 판매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일반보험 형태 펫보험에 관한 삼성화재의 고집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가 선보인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논의되던 단계에서도 삼성화재는 일반보험을 주장했고 끝내 관철했다. 펫보험을 운영 중인 타 보험사들이 모두 장기보험으로 판매하고 있는 점, 삼성화재가 펫보험시장에서 갖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각에선 이 역시 마이브라운 효과라고 풀이한다. 펫보험 활성화는 정부의 일관된 기조였고, 소액단기보험사 출범은 금융당국의 숙원이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몇 년간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까지 소액단기보험사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성과는 없었고, 이 부분에 대해 줄곧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마이브라운은 금융당국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성과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 외 모든 손해보험사가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장기보험을 원했던 상황, 객관적인 비교가 이뤄지려면 상품구조가 같아야 하는 실정에서 금융당국은 삼성화재의 손을 들었다.
일반보험과 장기보험의 장단점을 안내하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만기가 다르고 갱신형과 재가입형으로 구분되는 두 유형의 상품은 동일한 비교 선상에 놓이게 됐다. 펫보험 부문 리딩컴퍼니 메리츠화재와 메리츠화재를 맹렬히 추격하던 DB손해보험은 한발 물러섰다.
장기보험을 내놨다가 소비자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느니, 일반보험 형태로 다시 준비해 천천히 합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많은 이목을 끌었던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3개 회사만으로 문을 열었다.
일반보험 형태의 펫보험은 메리츠화재를 비롯해 여러 보험사가 판매했었다. 장기보험 구조가 주류가 된 건 시장 논리에 의해서였다. 반려동물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은 다소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넓은 보장을 원했고, 다년간의 운영으로 데이터를 쌓은 보험사들은 보장 범위와 기간을 늘릴 수 있었다. 이어 크진 않아도 수익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그에 반해 일반보험 구조의 펫보험은 아직도 관리비를 제하면 사실상 마진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이는 삼성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삼성화재가 일반보험을 고집한 건 시장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었단 평가도 나온다.
삼성화재는 펫보험시장에선 후발주자다. 당장 앞선 회사들과 장기보험으로 경쟁하기보다 당분간은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보험료가 저렴한 일반보험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 추후 보장이 넓고 만기가 긴 장기보험으로 유인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 최초의 펫보험 소액단기보험사 마이브라운, 이를 만든 삼성화재라는 타이틀은 충분한 홍보 수단도 될 수 있다. 자회사가 아니기에, 별다른 제약 없이 계속해서 자사의 펫보험 전략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이브라운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삼성화재에는 더 큰 이득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