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인도네시아에 승부수 던진 한화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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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談] 인도네시아에 승부수 던진 한화생명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5.08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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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그룹 아드리안 수헤르만(Adrian Suherman) MPC대표(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한화생명 김동원 CGO 사장(사진 왼쪽 첫번째)과 리포그룹 존 리아디(John Riady) 대표(사진 오른쪽 첫번째)가 바라보는 가운데,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리포그룹 아드리안 수헤르만(Adrian Suherman) MPC대표(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한화생명 김동원 CGO 사장(사진 왼쪽 첫번째)과 리포그룹 존 리아디(John Riady) 대표(사진 오른쪽 첫번째)가 바라보는 가운데,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스토리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를 매입했습니다. 말이 지분 매입이지, 사실상 인수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지분매입의 노림수는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화생명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주력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누적 손익 흑자를 기록하고 첫 배당을 받기도 했죠. 법인을 세우고 무려 15년 만에 일궈낸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그만큼 생명보험사가 해외에서 자리 잡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생명보험업계에서도 명실상부 대형사로 손꼽히는 한화생명조차 수익을 내기까지 1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단 얘기죠.

생명보험업의 특성적 한계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산업과 사회적 인프라가 발전하는 모습은 과거 국내의 상황과도 유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손해보험과 달리, 생명보험의 진입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여기까진 일반론적인 얘기였고, 한화생명의 인도네시아 투자에는 상당한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나라입니다.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많은 인구와 넓은 영토,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많은 인구 중에서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크고요. 천연자원 중에는 2차 전지의 핵심 소재가 되는 니켈, 이 니켈의 매장량이 세계 1위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이면 미국, 중국, 인도와 함께 인도네시아가 4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죠.

이제 노부은행 건을 보겠습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으로부터 노부은행 지분을 샀습니다. 리포그룹은 지난해에도 한화생명에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 47.7%, 한화손해보험 14.9%)를 매각했었죠. 굉장히 친밀한 비즈니스 파트너입니다.

노부은행은 현지 30위권 정도의 중소형은행입니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내실이 좋습니다. 개인 모기지대출과 중소기업 운전자금대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밝은 데다 부실채권비율이 0.6%(현지 업계 평균 2.19%)밖에 되지 않는 자본 건전성도 강점이죠. 무엇보다 현지에서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고요.

한화생명은 오래 공을 들여 인도네시아 법인을 상당 수준으로 키워냈고, 손해보험사를 인수했습니다. 이어 금융당국이 해외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 곧바로 은행까지 손에 넣었죠. 이로써 한화생명은 본업인 생명보험업 외에도 손해보험, 은행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사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한화생명은 유기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노부은행을 찾는 개인 모기지대출 고객과 운전자금대출을 받으려는 중소기업은 한화생명의 잠재 고객이 될 겁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빠르게 성장 중이라 은행을 찾는 이들은 계속 늘어날 테고요. 은행의 인지도와 인프라를 토대로 방카슈랑스를 확대해나갈 수도 있겠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내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한화생명의 보험사업은 건강보험 위주가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도네시아는 JKN(Jaminan Kesehatan Indonesia)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국민의 82% 이상이 가입돼 있을 정도로 활성화된 제도죠.

그런데 JKN은 질병이나 상해에 대해 정해진 수준의 의료비만을 지원합니다. 1~2주분의 약값과 의료수가에 정해진 의료비만 보상하는 구조인데요. 저렴한 약을 기준으로 하기에, 실제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생활 수준에 비해 의료수가가 굉장히 높은 국가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민영보험에 대한 수요가 크겠죠. 소득수준도 올라가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만한 여력도 커질 겁니다. 한화생명이 자신 있는 분야죠. 게다가 지난해 인수한 리포손해보험. 당시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손해보험사 77개 중 14위였지만, 건강‧상해보험 판매 기준으론 시장 점유율 2위에 자리했던 회사입니다. 앞으론 한화생명과 리포손해보험의 강점이 어우러진 상품 포트폴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은 전망이고,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한화생명이라 더 기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화그룹 2세이기도 한 김동원 사장(최고글로벌책임자, CGO)이 주관한 사업이기 때문이죠. 단기간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리기 어려운 해외사업은 아무래도 임기가 정해진 CEO보다, 확신을 가진 오너가 직접 밀어붙일 때 더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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