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초장기 국채 선물이 씁쓸한 코리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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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초장기 국채 선물이 씁쓸한 코리안리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4.02.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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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넘기는 공동재보험과 달리 자산 듀레이션 증가 강점
K-ICS서 효과적 금리위험 관리 및 자산운용 방안으로 대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30년 국채 선물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30년 국채 선물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30년 만기 초장기 국채 선물이 상장됐다. 원금과 이자의 상환이 확실한 상품에 투자하며 자산 듀레이션을 늘릴 수 있게 된 보험사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공동재보험의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마주친 코리안리에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채 선물은 미래 특정 시점에 국채 매매를 약속한 계약이다. 금리 변동으로 보유한 국채의 손실이 예상될 때 정해진 금리로 국채를 판매, 리스크를 헤징할 수 있는 형태다. 2년부터 50년까지 다양한 만기가 있으나, 그간 정부는 3년, 5년, 10년 만기 선물만 발행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9월 채권선도를 보험사의 금리위험 관리수단으로 허용했다. 기존 RBC보다 금리위험을 더욱 정교하게 평가하는 K-ICS 도입(2023년)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리스크관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채권선도 역시 선물과 마찬가지로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향후 채권 매수를 약정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30년 국고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5년 선도채권계약은 5년 후 30년물 국고채 매입을 뜻한다. 2020년 9월 8000억원 수준이었던 보험사들의 채권선도 거래 규모는 1년 만에 10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선도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장외거래에 따른 신용위험이 불가피하다. 낮은 비용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 결제 시점이 도래하면 채권 매입을 위한 자금확보가 필요하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반면 선물은 한국거래소를 통한 장내거래가 이뤄진다. 평가가격에 관한 일일정산, 만기 때 실물 인수가 아닌 가격 차익에 대한 결제, 잔존기간과 표면금리 등이 표준화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30년 초장기 국채 선물의 상장으로 보험사들은 현물거래 때보다 적은 금액으로 금리위험을 관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또 이렇게 확보한 금액은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 K-ICS 하에서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자산운용 수익 증대 두 가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공동재보험엔 악재일 수 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개선이란 결국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을 줄이는 거다. 공동재보험이 부채를 줄여 요구자본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라면, 장기 국채 선물은 자산을 늘려 가용자본을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보험사엔 다른 선택지 하나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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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공동재보험 계약 체결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보험사는 신중한 모습이다. 높은 재보험료, 금리상승 시 낮은 효용성 등을 간과할 수 없어서다. 투자 형태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장기 국채 선물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선물 상장 전에도 보험사들은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었다. 공급 대비 많은 수요로 채권 가격 상승을 우려한 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장기채 매입에 나서면서 더 가파른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30년 이후 국채 수익률이 20년 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수익률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30년 만기 선물 상장을 결정한 데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채권시장의 큰손인 보험사들의 수요가 확실하고, 현물과 선물의 차익 거래가 가능해지면 수급요인에 따른 수익률 역전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의 우려도 있다. 30년 장기 국채 선물 역시 파생상품이라는 한계다. 보험업법에선 보험사들의 파생상품 거래 한도를 총자산의 6%, 장외파생은 3%로 위탁증거금(장외파생은 약정금액)의 합계액으로 산출한다. 즉 장기 국채 선물을 활용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적이란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해결돼도 문제는 남는다. K-ICS 체계에선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파생상품 거래 때 위험자본이 추가로 부여된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수단임에도, 되레 지급여력비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상장된 10년 국채 선물도 시장에 안착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이 때문에 30년 국채 선물 또한 곧바로 두드러지는 성과가 보이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장기상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보험사들에 있어, 비용을 들여 비교적 단기간의 리스크만 분산할 수 있는 공동재보험보다 매력적인 옵션이란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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