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규제 강화…지연 송금 방지 내부통제기준 마련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보험중개사업계 외화송금 문제가 해를 넘겨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과는 다시 한번 견해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고,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기획재정부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단 입장을 전했다.
이와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정‧청산 지연 송금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기준안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만달러 이상 송금시 한국은행 신고…보험중개사 예외 없어
외화송금 문제는 지난해 9월 불거졌다. 같은 해 6월 진행된 금감원의 은행권 일제검사에서 막대한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적발된 게 발단이다. 제재를 받은 은행들은 외화송금에 관한 기준을 강화했고, 이 여파가 보험중개사업계로 튄 것이다.
보험중개사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관계부처들을 만났지만 유의미한 진전은 없었다.
우선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이 문제에 관한 유권해석이나 업무개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기관이 아닌 한국은행 역시 자의적으로 현행 법령을 풀어서 확대해석할 수는 없고, 보험중개사의 해외송금을 제3자 지급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외국환 관련 법령을 주관하는 기재부의 결론은 유권해석과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창구로 요청하라는 것과 사안의 특성상 금융위원회, 금감원, 한국은행 등과의 협의가 필요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거란 전망이었다.
보험중개사업계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유권해석을 접수하고 외국환 관리규정 개정 요청 공문을 보냈다. 기재부는 1월 이후 규정 개정 대상 건을 일괄 검토하겠다 했지만, 사실상 기약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반적인 법령 개정도 간단하지 않은데, 기재부가 협의 대상으로 꼽은 한국은행과는 생각의 간극이 크다. 금융위, 금감원도 은행발 이상 외화송금이란 대형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 보험중개사업계만을 위한 예외를 인정해달라 주장하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 역시 같은 법 규정을 준수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보험중개사만 업종의 특성을 인정해달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업무적으로도 법인별 등록 후 인터넷을 통한 심사 신고가 가능해 큰 문제는 없단 입장이다.
금감원 내부통제기준 마련, 고의 지연 제재
금감원은 ‘재보험중개 정‧청산 업무 내부통제기준 표준안’을 마련했다. 2022년도 보험중개사들의 재보험 정‧청산 업무 관련 전반을 검사한 결과 전용계좌에 입금된 재보험료와 재보험금을 지연 송금하는 문제가 발견된 데 따른 후속조처다.
주요 내용은 ▲개별 재보험금이 식별되면 지체없이 송금하도록 기한 명시 ▲정‧청산부서 외 독립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정‧청산 전담직원 지정 및 관련 서류 관리체계 수립 등이다.
본래 보험중개사는 전용계좌에 입금된 재보험료‧재보험금을 곧바로 송금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인력 및 시스템의 미비로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자 수익이나 환차익을 노리고 고의로 지연한 사례도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이에 내부통제기준에도 지체없이 송금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시하고 타 독립부서가 이를 모니터링하도록 하며, 업무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 송금이 지연되는 경우 그 사유를 즉시 통지토록 하고 송금 후엔 상세내역을 알리며, 정‧청산 내부통제 담당자 지정(임직원 5인 미만 제외) 및 해당 담당자는 분기별 1회 이상 미지급 보험금 내역과 사유 등을 점검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표면적으로는 기존에도 있었던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부통제기준 표준안이 공식적으로 제정, 시행된다는 건 향후 준수 여부에 관한 금융당국의 점검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히 보험중개사의 업무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