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 기념백서 제작, 체크포인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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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 기념백서 제작, 체크포인트 3가지
  • 박형재 기자 parkhyungjae@kongje.or.kr
  • 승인 2024.01.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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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로 조합 역사 집대성, 주요행사·공제상품·비전 등 한눈에
사사편찬위원회 등 TF팀 구성, 메인컨셉 잡고 사진·디자인 등 편집
완성물 보면 뿌듯하지만 만들어놓고 안 봐… 일각에서는 ‘무용론’도

“10년의 길, 100년의 문을 열다” (어린이집안전공제회, 10주년 기념백서)
“더 미래로, 열린 공제회” (한국사회복지공제회, 10주년 기념백서)
“신뢰의 40년, 조합원과 함께 미래를 열다” (전기공사공제조합, 40년사)
“대한민국 건설금융의 역사” (건설공제조합, 60년사)

주요 공제기관이 발행한 기념백서 제목들이다. 보통 10년 주기로 발행하는 백서에는 조합이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관 설립 배경, 법 제도 개선, 주요 공제상품, 이로 인해 조합원에게 기여한 부분 등 하나의 역사서를 펴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한정된 지면에 수록할 사진 한 장, 문구 하나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사사(史事) 편찬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공제기관에서 제작한 기념백서 모습.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정표로 삼으려는 목적에서 발간하고 있다. 
공제기관에서 제작한 기념백서 모습.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정표로 삼으려는 목적에서 발간하고 있다. 

사사 편찬 이유

공제기관들은 설립 10주년에 처음 사사(史事)를 제작한다. 아이들이 태어난지 1년을 기념해 돌잔치를 하는 것처럼, 공제기관도 설립 당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제는 사업이 안정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됐음을 알리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첫 돌 이전에 사망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돌잔치는 아직까지 살아있음을 알리고, 이제 사람구실을 하게 됐음을 선포하는 행사였다.

공제기관도 이와 비슷하다. 특별법에 의해 기관이 설립되더라도 실제 운영은 별개 문제다. 신규 공제상품을 개발하고,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사업이 안정화된다. 공제조합 백서에는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로 어린이집안전공제회 10주년 기념백서를 보면,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정표로 삼고자 10주년 기념백서를 발간한다. 백서가 단순한 역사기록물로서 가치를 넘어 앞으로 안심보육환경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집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명시돼있다.

설립 20년 이상 공제조합들은 그동안 중점 추진사항을 바탕으로 조합의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대표에 따라 주요 사건이나 이벤트를 나열하고, 산업 발전 및 조합원 발전에 기여한 부분, 앞으로 조합이 나아갈 방향을 언급한다.

이를 통해 조합의 역사를 객관적·체계적으로 정리 보존하고,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비전을 위한 이정표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사 편찬 과정

사사 편찬은 만만찮은 일이다. 조합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재정비하는 것은 의미있지만, 10년 가량의 연도별 주요 사건을 추리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피곤한 작업이다.

공제기관 이사장 등이 사사 편찬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보통 사사편찬위원회 등 TF팀을 구성한다. 위원회에는 공제조합 부장·국장급 직원 1명이 책임자, 과장·대리급 직원 2~3명이 보조로 붙는다.

그리고 조합에서 인터뷰, 기획, 편집, 인쇄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없기에 전문 출판기획사와 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합의 주요 사업, 행사, 사진 등의 자료를 내부 직원이 취합해서 전달하면, 용역입찰을 통해 선정된 출판기획사에서 전문 작가를 투입해 글을 완성하고 디자인과 편집 등을 진행한다.

사사 편찬 기간은 보통 1년이며 비용은 1억원에서 6억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작년에 사사를 발간한 모 공제조합은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아파트 인테리어처럼 추가 옵션을 붙일 때마다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발행부수는 500여권으로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무료 배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체크포인트_ 컨셉 잡기

사사 편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컨셉 잡기’다. “그냥 10주년이 됐으니 만들자”가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지, 무엇을 담을지, 어떻게 활용할지 등이 명확해야 의미가 있다.

창업자의 의지를 읽고, 시련의 의미를 담고, 도전과 그에 따른 성과를 되새겨 자랑스러운 역사와 추억을 돌아보는 등의 목적성이 분명해야 좋은 사사가 나온다.

내용적으로도 재미와 감동, 조합원과의 화합, 기관의 성과,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 등 어느 부분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사사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잘 만든 사사는 낡은 사진 한 장, 반가운 옛 동료의 얼굴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나 동료애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거래처나 이해관계자에게 회사를 홍보하는데도 유용하다. 요즘 같이 지속가능경영이 중요해진 시기에는 기업이 수십년 이상 영속하고 있다는 메시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교직원공제회 등 다수의 금융기관 사사를 제작한 다니기획 성지은 기획실장은 “사사는 발간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가 활용 목적과 가치와 의미를 명확히 정하면 그 길을 따라서 만드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체크포인트_ 자료 수집 

메인 컨셉을 잡았다면 관련 데이터를 모을 차례다. 지난 10년간 연표를 기준으로 공제기관의 터닝포인트가 된 중요한 사건을 체크하고 이에 따른 사진과 자료들을 수집한다. 각 실무부처에서 이 자료를 갖고있는지, 아니면 분실했는지에 따라 작업 난이도가 달라진다.

평소 데이터 관리를 잘하는 조직이라면 손쉽게 자료가 취합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난감한 상황에 부딪힌다.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꼭 필요한 내용인데 관련 자료가 없으면, 외부 자료로 대체하거나 해당 내용을 간략히 처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기획조정실 등 사사편찬TF팀에서 각 부서에 자료를 요청해도 빠르게 회신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느정도 자료가 모이면 본격적인 사사 편찬 작업에 들어간다. 이사장 인터뷰를 통해 인사말, 사진 등을 확보하고, 국회의원 등 영향력자와 공제기관 설립 발기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축하메시지를 확보한다.

필요에 따라 전문가를 활용해 산업 동향 및 조합 발전방향을 싣기도 한다. 실제로 직접판매공제조합은 20주년 기념백서에서 ‘직접판매산업의 내일’이라는 주제로 교수들의 전문 칼럼을 활용했다.

메인 컨셉과 연표에 따라 파트1~4 정도로 나눠 공제기관의 최근 10년을 기록하면 비로소 사사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출판기획사와 만나 내용 수정을 반복한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출판대행사와 미팅을 통해 샘플들을 전달받고, 그 중에 우리에게 가장 맞는 편집방식을 정하고, 내용도 사건 중심으로 갈지, 히스토리별로 할지 등을 정한다. 초고가 완성되면 조합 상황에 맞게 다듬고 이를 윗분들에게 보고해 피드백을 반영하는데, 이런 수정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사이동 주기가 짧은 곳들은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료가 없기도 하고, 의사결정권자가 막판에 수정을 거듭해 내용이 이상해지기도 한다.

체크포인트_ 사사 편찬 꼭 필요한가?

결국 사사 편찬은 조합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그 성과를 집대성하며 이를 외부에 알려 조합의 영향력을 과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사사 편찬이 꼭 필요한 일인가? 라는 물음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사 편찬을 찬성하는 측은 “10주년 같은 기념할만한 이벤트를 그냥 넘어가기 아쉽고, 이번 기회에 데이터를 한번에 싹 훑어서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반면, 반대 측은 “많은 시간과 비용, 품이 드는데 비해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사사 편찬을 하려면 최소 3~4명의 인력이 1년 가량 투입되는데, 막상 백서가 완성되면 몇 번 살펴보고 만다는 것이다. 잠시 추억을 회상하고 조합 역사에 대해 자부심이 느껴지지만,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사사를 굳이 만들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사사의 최대 장점은 그동안의 역사를 싹 들여다보고 재정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만들어놓고 보면 처음 한두번 빼고는 아무도 안본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만큼 공제기관의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제조합 관계자 역시 “백서를 한번 만들어보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긴다. 그러나 회의록 정리, 이사회 위원회 명단, 법 제도 개선사항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야 하고, 이를 모으고 수정 편집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사장 입장에선 10년 만의 이벤트를 그냥 놓치기 아쉽겠지만, 진짜로 필요한지는 고민해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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