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불황형 대출, 팬데믹 후 경기 침체로 이용 급증
담보 안정성 불구 높은 금리 지적도…상생 취지에 적합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보험업계의 상생금융 방안으로 보험약관대출 금리 인하가 유력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보험약관대출이 급증해 가계부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을 담보로 하는 대출상품이다.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해지환급금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득 기준 대출 규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의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1금융권에서의 대출이 어렵거나 DSR 기준을 초과했을 때 유용하다. 가입된 보험의 보장은 유지하면서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단 시중은행 상품보다 금리가 높고 자칫 보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러한 특성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에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상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소비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해지 대신 대출을 통해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과 이자 수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보험사별 보험약관대출 평균금리(확정형)는 3.82~8.56%, 최소로 가정해도 평균운용자산이익률을 넘어선다.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약관대출은 69조37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7조9904억원에서 6개월 동안 1조3798억원이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지속된 경기 침체로 가계대출이 늘자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은행권 역시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보험약관대출로 몰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가계대출 감소를 위한 대책으로 보험약관대출을 DSR에 포함하려는 논의가 시작됐을 때, 보험업계는 보험계약을 담보로 해 부채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 그런데 같은 논리라면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율의 명분도 약해진다. 이 때문에 보험약관대출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생금융을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선 오랜 기간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보험업의 특성상 새로운 상품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특정 상품만으로는 다수의 편익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상황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은 금리 인하만으로 상생금융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더구나 최근엔 보험약관대출과 함께 계약해지율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보험업계 역시 이젠 높은 금리로 얻을 수 있던 이익과 비교해도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관건은 대출상품을 운용하는 타 금융권의 반발 가능성이다. 이미 DSR 규제에서 제외되며 혜택을 받는다는 비판이 있는 와중에 보험약관대출의 금리 인하가 달가울 수 없는 거다. 상생금융이란 대의에 편승해 대출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것이란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9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로 보험약관대출 금리 인하의 추진 당위성이 만들어졌다는 시각도 내비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적인 고금리, 담보와 신용 부족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사금융에 강력히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불법사금융에 대한 경고였으나, 보험업계에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서민층을 위한 상생금융으로 보험약관대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