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상한제, 실손 보장 논리에 가려진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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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상한제, 실손 보장 논리에 가려진 오류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3.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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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상한선 1014만원인데 상해‧질병급여 한도 5000만원
위험률 과다계상 논란…보장 않는다면 보험료도 조정해야
실손의료보험 보험금과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액 이중 수령을 차단하려는 논의가 시작되면서 실손의료보험의 요율 조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손의료보험 보험금과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액 이중 수령을 차단하려는 논의가 시작되면서 실손의료보험의 요율 조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국민건강보험(이하 건보)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 보험금을 같이 받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이중 수령을 막기 위한 방안 논의에 착수했는데, 이로 인해 실손의 보험요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보 본인부담상한제는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4년 도입된 복지제도다. 건보 가입자를 소득분위에 따라 나누고 연간 최대 본인부담액을 설정, 이를 초과한 금액은 이듬해 8월경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보험업계는 이 환급금을 두고 소비자와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실손 원리와의 상충 때문이다. 실손은 건보의 본인부담금과 치료를 위해 필요한 법정 비급여 항목을 보장한다.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하며 이로 인한 초과이득은 취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한다. 

보험사들은 이같은 점을 내세워 본인부담상한제로 돌려받는 금액은 실손의 보장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의료비 납입과 실제 환급 간 시점의 차이가 커, 먼저 실손 보험금이 지급되고 추후 일부 환급까지 받으면 초과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건보와 실손 모두 각각 보험료를 내고 가입한 별개의 보험이고 본인부담상한제는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공익적 목적의 제도인데, 환수를 인정할 경우 국민 복지를 위한 건보 재원이 민간 보험사의 지급보험금 감소에 쓰이는 것으로 전락한다며 반박했다.

처음엔 금융당국과 보건당국도 의견이 갈렸다. 금융당국은 실손의 원리를, 보건당국은 국민 복지의 취지를 강조하며 대립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감사원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 보험금 이중 수령은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되자 실손 보험요율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건보 급여항목의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한도가 지나치게 크게 설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건보 본인부담상한제의 상한선은 1014만원이다. 아무리 고소득자라도 연간 의료 이용에 따른 본인부담금 합계가 이를 초과하면 그 이상은 환급받는다. 

그런데 실손의 급여항목 보장 한도는 상해와 질병 각각 5000만원(입‧통원 합산)으로 설정돼 있다. 산술적으로 발생 가능한 최대 보험금 지급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실손으로 최대 1014만원(건보 급여항목)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보험료는 1억원(상해 + 질병) 한도로 산출된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또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기준이 개인의 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걸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득이 적을수록 환급 기준도 낮아져 실손에서 보장하는 한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실제 발생한 비용만 보장하는 게 실손의 원리라면 보험료 또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한도를 차등해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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