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실손 손해율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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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談] 실손 손해율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3.02.20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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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보험에는 많은 숫자가 등장합니다. 어떤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할지, 또 이걸 보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보험료가 필요한지 같은 걸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숫자이기 때문이죠.

이 중에 손해율이란 게 있습니다. 특정 보험상품에서 보험사가 거둬들인 수입(보험료) 대비 지출(보험금)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보험사들은 이 손해율을 토대로 보험료를 조정합니다.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보험료 인상, 인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을 통해 많이 조명돼 이젠 일반 소비자에게도 그리 생소한 단어는 아닐 겁니다.

지난해 말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을 때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를 넘었다는 얘기가 많이 언급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130원을 보험금으로 지출했다는 건데요. 그만큼 손해가 크기 때문에, 실손보험 운영을 지속하려면 보험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보험사 측의 논리로 쓰였습니다.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130%는 위험손해율입니다. 손해율은 위험손해율과 경과손해율로 분류되는데요. 위험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것이고, 경과손해율은 분자는 같지만 이를 영업보험료(경과보험료, 위험보험료+부가보험료)로 나눠 산출합니다. 

위험보험료는 순수하게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되는 재원입니다. 부가보험료는 계약관리와 모집인에 대한 수수료 등 사업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죠.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에는 보장을 위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로 쓰이는 부가보험료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통상 실손보험 사업비율은 11% 정도로 나타납니다. 보험사는 100원을 받아 130원을 지급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111원을 낸 셈이죠. 그래도 19원 적자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적자가 30원이라며 보험료 인상을 말하는 것보단 설득력이 덜 합니다.

물론 보험사들이 위험손해율을 말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실손보험이 장기상품(보험기간 3년 이상)이라 그렇다는 겁니다. 국내 보험사들은 장기보험에서는 위험손해율을, 단기보험에선 경과손해율을 사용합니다. 장기보험의 경우 해당 연도에 거둬들인 부가보험료가 반드시 당해에 쓰이는 게 아니라 장래에 사용될 사업비 재원도 혼합돼 있다는 점 때문이죠.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최초 1년간만 부가보험료가 포함된 영업보험료를 내는 걸까요? 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부가보험료를 낼 텐데 말이죠. 이러한 문제 제기와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6년 12월부터 실손보험에서 위험손해율과 경과손해율을 모두 산출하도록 했습니다.

여기까지 분모에 대한 얘기였다면, 이제 분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손해율을 산정할 때 분자로 쓰이는 발생손해액은 반드시 당기에 지급된 보험금으로만 책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또 미확정손해액(OS)이 더해집니다. 

OS란 말 그대로 손해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법정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죠. 소비자는 5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가 면책을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라면? 보험사 입장에서 패소 시 발생 가능한 최대 손실은 5억원이지만, 승소 때는 0원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편차에도 불구하고 손해율 산정식에 넣을 때는 보험사의 재량권이 상당히 크게 작용합니다. 보험사가 손해율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5억원으로 넣을 수도, 반대로 낮춰야 할 땐 0원으로 기입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가 여럿 쌓인다면 어떨까요? 더구나 실손보험은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진료항목이 얽혀 있어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유독 많은 분야인데 말이죠. 실손보험료를 인상해야 했던 보험사, 그 당위성을 입증하려면 손해율이 높을수록 유리한 상황, OS 적용에 큰 자율성까지. 보험사들이 말하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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