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전통시장화재공제가 사회안전망으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재보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낮은 가입률과 보장 한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공제금을 지급하고 있어 효율적인 리스크 헷징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유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928개 시장, 2만6921개 점포가 전통시장 화재공제에 가입했다. 그해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접수된 청구건수는 290건으로 8억9400만원의 공제금이 지급됐다. 손해사정비 1억3600만원을 제외한 공제료 잔액은 47억1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전통시장 화재건수는 65건(시장별), 재산피해액은 28억5000만원에 달했다. 소방서 추산 피해가 보수적으로 잡히는 것을 감안해도 28억5000만원의 피해에 이뤄진 보장은 31.3%에 불과하다.
이를 또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과 대비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당 연도의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점포수 기준)은 14.7%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전통시장 화재공제는 가입 대상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으며(낮은 가입률), 운영적 측면에서도 비효율이 발생(가입률 14.7%, 보장률 31.3%)하고 있다. 동시에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셈(피해액 28억5000만원, 보장액 8억9400만원)이다.
일차적 문제는 빈약한 보장이다. 건물 및 시설, 집기,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한 보장 한도는 3000만원에 불과하다. 제3자의 재산 손해가 발생해도 특약으로 1억원까지만 담보한다. 공제료가 아무리 저렴해도 의무가 아닌 한 굳이 가입할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전통시장 화재공제사업 개선방안’에 따르면 상인들의 45.8%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이는 낮은 가입률로 이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다각적인 지원에도 지난해 가입률 역시 9월 기준 24.6%에 그쳤다. 위험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상인들의 생업 안전망이 되겠다는 취지가 무색한 수준이다.
전통시장 화재공제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보장을 강화해 가입률을 높이더라도 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운영적 측면이다.
화재의 경우 하나의 사고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연간 재산피해액 규모의 편차가 크다. 지난 2020년 피해액 28억5000만원은 최근 5년(2017~2021년) 중 연도별로는 두 번째로 높은 수치지만, 해당 기간 연평균 피해액은 167억원을 상회한다.
제일평화시장 화재가 있었던 2019년에는 당해에만 765억9000만원의 피해가 났다. 하지만 전통시장 화재공제에서 지급된 공제금은 6억3100만원(공제료 잔액 27억2700만원)이 전부였다. 가입 대상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현행 보장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가입률이 높아지면 사업의 지속적인 영위를 장담할 수 없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매년 공제금과 손해사정비를 지급하고 남은 공제료를 보통예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47억4200만원이 이렇게 쌓였다.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한해 피해액이 765억원 이상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대비책이 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보험을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상인들의 눈높이를 충족해 가입률을 높이고, 큰 사고가 나더라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률이 높아지면 공제료 수입도 늘겠지만, 전통시장이 가진 잠재 리스크가 워낙 커 전통시장 화재공제 단독으로 대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면 상인들이 원하는 수준의 보장 제공이 가능하고 가입률을 높여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