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지난 6월 제3기 환경책임보험사업 시작과 함께 손익분담 국가재보험이 도입됐다. 이익과 손해를 모두 나눠짐으로써 손해율 안정기에는 보험사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고, 거대위험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이 일었다. 보험업계와 재보험업계의 우려가 컸고 일각에서는 의혹의 시각도 내비쳤다. 환경책임보험에서 손익분담 국가재보험 도입이 가지는 의미와 업계가 부정적 견해를 내놓는 이유를 살펴봤다.
국가재보험과 손익분담
국가재보험은 정책보험에서 민간 보험사가 감당하기 힘든 거대재해를 국가가 담보하는 제도다. 미국 농작물보험 사례가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도 환경책임보험을 비롯해 농작물재해보험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손해율(혹은 손해액)을 보장하는 초과손해율 방식과 사전에 정한 방식에 따라 손익을 나누는 손익분담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경책임보험에 도입된 국가재보험은 손익분담 형태다. 7:3(보험사:국가) 비율의 비례재보험과 구간별 손해율에 따른 분담을 골자로 한다.
원수보험료 1000억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국가가 재보험료 명목으로 300억원을 거수한 뒤 남은 700억원을 손해율에 따라 나누는 식이다. 가장 낮은 구간인 0~30%의 손해율에서는 이익의 90%를 국가가 가져간다. 사고가 한 건도 없다고 가정하면 보험사의 이익은 70억원, 국가는 630억원이 된다.
의혹①-미약한 도입 당위성
손익분담은 국가재보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유형 중 하나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의 의문은 국내 환경책임보험에는 맞지 않는 형태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농작물재해보험에서 손익분담 국가재보험을 운영 중이다. 연방농작물보험공사(FCIC)와 민간 보험사가 재보험 계약을 맺고 3단계에 걸쳐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방식은 상당히 복잡하다. 사고가 많을 땐 일반적인 초과손해율 방식에 비해 재정 부담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여러 재보험 형태에서 손익분담 방식이 드문 이유다. 미국도 테러보험에 대해서는 초과손해액(트리거 2억달러, 정부 부담 80%)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손익분담 방식이 주효하기 위해선 몇 가지 요건이 있다. ▲공영보험 또는 국가 원보험자 모델에서 민영 보험사를 참여시켜 범위를 늘리고자 할 때 ▲민영 보험사의 경험이 부재한 상황에서 재보험 담보를 구할 수도 없을 때 ▲거대 리스크가 예견되나 수요의 문제로 낮은 요율을 제공해야 할 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보험사에 최소 수익을 보장해야 할 때 등이다.
미국 농작물재해보험은 국가가 원보험자로 시작했고 계속해서 범위를 확장해왔다. 커버리지가 넓어 지역별 리스크 차이도 크고 재해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막대하다는 요소도 있다. 필요한 수준의 보장성을 확보하려면 민간 보험사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했고, 이를 위해 최소한의 수익을 보전해줘야 했던 것이다.
환경책임보험의 상황은 다르다. 국가 주관의 의무보험이지만 초기 보험상품 개발부터 홍보, 운영까지 대부분 실무를 민간 보험사가 수행했다. 6년여가 지나면서 운영 경험을 축적,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했고 이제는 참여하려는 보험사도 늘었다. 구태여 운영상 어려움을 감수하며 손익분담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던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익분담은 원래 재보험계약에서 통용되는 NCB(No Claim Bonus)와 유사한 것으로 손해율이 좋으면 재보험자가 재보험료의 일부를 원수사에게 환급해주는 개념”이라며 “그런데 환경책임보험에서는 30% 재보험료를 거수한 뒤 손해율이 좋으면 다시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의혹②-국정감사는 명분 만들기?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손익분담 국가재보험을 거론한 건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의 지적 이후였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은 높은 영업이익률(평균 30%)을 들며 사회적 필요에 의해 도입된 정책보험이 민간 보험사들만 배불리는 용도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손익분담을 들었다. 보험사의 이익을 100억원 이하로 조정하고 나머지는 국가계정으로 적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계획을 발표한 건 국감에서의 지적 후 불과 한 달이 지난 시점(2021년 11월)이었다. 현실적으로 면밀한 검토는 불가능한 시간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국감 한 달 전인 2021년 9월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연구용역을 발주했었다. ‘국가재보험 운영성과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라는 이름이었다. 여기에는 기존 초과손해율 방식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국가재보험을 통한 환경책임보험의 공공성 강화방안을 도출하라는 과제가 담겼다.
그러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의 손익분담 방식을 구체적 예시로 명시했다. 사실상 손익분담 방식으로 전환할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해당 용역은 유찰 등 난항 끝에 보험연구원이 맡았고 2022년 4월 30일에 완료됐다.
이미 제3기 사업자가 선정(2022년 2월)되고 손익분담 방식 도입(2022년 6월)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체계에 대한 분석과 개선방안이 나왔다. 중차대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난 후에야 뒤늦게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한편 손익분담 방식은 3기 사업부터 적용 중이다. 그런데 환경산업기술원은 또 이보다 5개월이 늦은 2022년 11월에서야 ‘손익분담 방식 국가재보험 운영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주요 과제는 ▲손익분담 방식 도입 효과 분석 ▲손해율 산정 및 통계관리 방안 마련 ▲정산 및 대차청산, 회계처리 방안 마련 ▲지급준비금 산출안 마련 ▲구제계정 목표적립액 및 재원별 분리 운용 방안 마련 ▲업무매뉴얼 개발 등이다. 상식적으로 도입 전에 마무리됐어야 하는 사안들이다.
의혹③-국‧공영화 위한 포석?
환경부는 이보다 앞서 환경책임보험의 국‧공영화를 추진했었다. 1기 사업이 진행 중인 2018년 11월. 그때도 수행기관은 환경산업기술원, 추진 명분은 정책성보험으로서의 공공성 강화였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점진적이고 복합적인 환경오염 피해의 특성상 보험금 지급 기간을 짧게 인정하는 민간 보험사 위탁 운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환경산업기술원 내 신규 조직 설치, 독립법인 설립 두 가지 안을 심층 검토했다.
보험업계는 예상 외의 안정적 손해율이 국‧공영화 추진의 배경이었다고 평가한다. 환경책임보험 도입 당시 리스크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사들도 참여를 꺼렸다. 그러나 첫해(2016년) 12.1%, 이듬해 10.1%로 낮은 손해율이 이어지자,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전환을 꾀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공영화는 무산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환경부는 국가재보험(당시 140% 초과손해율 방식) 명목으로 전체 원수보험료 중 일정 금액을 재보험료로 거수해왔다. 이 중 일부를 다시 코리안리에 재재보험으로 출재하고, 남은 금액은 환경책임보험 구제계정에 적립해온 구조다.
2021년 9월 6차연도를 기준으로 환경부가 거둬들인 국가재보험료는 91억원. 이 중 31억원이 코리안리에 재재보험료로 지급됐다. 의무보험으로 가입률이 98%를 상회하고 보험료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규모는 매년 비슷하다. 그렇다면 재재보험료를 제외한 적립금 규모는 연간 60억원 수준. 불과 3년 만에 보험사들을 배제한 채 국‧공영 체제로 전면 선회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손익분담 방식에서는 국가가 가져가는 금액이 커진다. 그간 환경책임보험의 UY기준 발생손해율(추정치)은 5.9~13.8%의 분포도를 보인다. 보험연구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의 손해율에서 국가의 연간 이익은 초과손해율 방식일 때 74억7000만원, 손익분담 방식에선 317억원으로 산출된다. 손해율이 80%까지 뛰더라도 국가 이익은 77억4000만원으로 오히려 증가한다.
기존 초과손해율 방식에서 산술적으로 구제계정에 적립할 수 있는 최대치는 589억원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2월까지 구제계정에 적립된 금액은 정부 출연금을 포함해도 609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손익분담 방식을 취하면서 환경부가 최대로 적립할 수 있는 금액은 1222억원으로 늘어났다. 적립금을 늘려 향후 국‧공영화를 재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의 배경이다.
의혹④-환경책임보험사업단의 용도?
환경부는 2019년 8월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을 출범시켰다. 2기 사업이 시작되던 그해 6월 설립허가가 내려졌다.
환경책임보험사업단 설립은 환경책임보험이 시작된 2016년부터 추진됐던 사안이다.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경부장관은 필요시 다수의 보험자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을 구성할 수 있다. 다만 보험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환경부는 효과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은 반대했다. 설립 목적이 ▲보험 가입 대상사업장 위험도 조사・평가 ▲보험금 청구건에 대한 손해평가(사정) ▲조사・연구 ▲컨설팅 ▲전산시스템 개발・관리 ▲교육・홍보 ▲기타 관련 위탁사업인데 이는 사실상 보험사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환경산업기술원 등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또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을 보험사들의 분담금으로 운영하는 것, 영리법인으로 계획했다는 점 등도 문제로 들었다. 보험사 입장에선 필요하지도 않은 업무를 영리 목적으로 수행하는 법인을 위해 별도의 돈을 내는 구조였던 것이다.
결국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하고 타협점을 찾았으나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지속됐다. 설립 목적에 열거된 사안 중 위험도 조사 및 평가, 손해사정, 교육‧홍보는 보험사들이, 전산시스템 개발과 관리는 보험개발원이, 국가재보험이나 연구용역 등 관련 위탁사업은 환경산업기술원이 담당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책임보험사업단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보험사들이 부담했다. 인건비는 물론 최근까지 사무실조차 간사사인 DB손해보험의 건물을 무상 임차해 사용했다. 불만이 고조되자 환경부는 보험개발원이 2015년에 구축한 통합관리시스템의 운영 권한을 이관하는 등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려 노력했다.
문제①-30% 재보험요율 적정성
보험사들은 전체 원수보험료 중 30%를 국가재보험료로 책정한 것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보험요율은 실제 리스크에 대해 적정한 수준으로 산출돼야 하는데 30%란 요율에는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환경책임보험이 참고한 미국 농작물재해보험에서는 전체 보험금액 중 손해율 180%를 초과하는 보험금액의 비율로 적정 재보험요율을 산출한다. 높은 손해율로 시름했던 국내 농작물재해보험의 사례(2001년~2015년, 초과손해율 방식)를 넣어도 22.5%가 나온다. 환경책임보험은 계속 낮은 손해율을 기록했다. 그간 국가재보험에서도 지출이 없었다는 얘기다. 지급보험금이 없었기에, 적정 재보험요율 산출식에는 대입조차 할 수 없다.
재보험료를 국가가 거수하는 데 따른 불만도 나온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기본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지원한다. 반면 환경책임보험은 모두 의무 가입대상자의 부담이다. 환경부의 말대로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이 적은 게 문제라면 보험료를 낮춰 가입자에 환원해야지, 보험사가 가져가던 이익을 국가로 귀속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②-미보고발생손해액, 재보험 정산 회계처리
환경책임보험은 배상책임을 담보하지만, 일반적인 발생기준(보험사고) 증권이 아닌 배상청구기준 증권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올해 사고가 났더라도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손해액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식이다.
이는 점진적 피해까지 보장토록 하는 특성과 맞물려 보험사엔 큰 골칫거리다. 기존 환경책임보험 사업자(보험사) 때 발생한 사고의 보험금 청구가 사업자 변경 후 이뤄져도 새로운 사업자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가 계속해서 참여하더라도 달라진 지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손익분담 및 재보험금 정산도 마찬가지다. 1차연도에 보험금 청구가 없으면 손해율은 0%, 국가가 이익의 90%를 가져간다. 이후 3차연도에 청구되면 그제야 보험금 지급과 재보험 정산이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는 1차연도에 거대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계상되고, 개별추산 준비금을 자산운용으로 돌려 투자이익을 도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손익분담 방식은 국가 배불리기?
환경부는 계속해서 환경책임보험에 대한 개입을 늘려왔다. 도입 초반에는 정작 사업자들은 반대하는 환경책임보험사업단 설립을 주장했고, 1기 사업이 양호한 손해율을 보이자 국‧공영화를 추진했다.
국감 지적 전 이미 손익분담 방식의 당위성을 입증하려는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국감 이후에는 연구결과가 도출되기도 전에 손익분담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목적 역시 환경책임보험의 지속 발전이 아니라 보험사들의 수익 제한과 국가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30%의 재보험요율을 설정하고 1222억원까지 계정에 적립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또 3기 사업자 선정에 앞서 보험사들에 손익분담 방식 도입을 공표하고 이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은 이제야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업법은 물론 수지상등 같은 보험의 기본적 원칙조차 도외시된다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보험사들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씌웠지만, 이익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게 아니라 국가계정으로 적립하겠다는 것이 세수 확보 목적임을 드러내는 방증”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제기되기도 전에 손익분담제를 대안으로 하려는 논리 마련에 나서고 우선 도입 후에야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자세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