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談] 문재인 케어와 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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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談] 문재인 케어와 보험업계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2.1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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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談]은 보험업계의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보험상품 개발 비하인드부터 각종 카더라 통신까지 보험업계 여러 담론(談論)과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 때로는 보험사들이 민감한 험담(險談)까지도 가감없이 전달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대대적 손질을 공언했습니다. 5년간 2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하며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보험업계는 처음부터 문재인 케어 도입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의료비 부담 완화가 불필요한 의료 쇼핑을 야기하고, 이것이 다시 건보 재정 악화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였죠.

반면 문재인 케어를 추진한 정부 측은 실손의료보험에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건보 급여항목의 본인부담금과 법정 비급여항목을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의 특성상 건보가 커버하는 범위가 확장되면 실손의료보험에서의 보험금 지급은 줄어들 거란 계산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보험업계의 예측이 맞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과잉 의료 이용을 부추기는 초음파와 MRI 등 일부 급여항목에 대해 철저히 재평가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급여화가 예정됐던 근골격계 초음파 검사도 제한적 급여화로 전환하고 지원 규모를 축소할 계획입니다. 또 본인부담상한제 기준도 상향한다는 방침입니다. 사실상 문재인 케어의 폐기 수순입니다.

그런데 보험업계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게 반대했던 제도를 폐기한다는 데도 말이죠. 공보험과 사보험의 복잡미묘한 관계 때문입니다. 

건보에서 보장하지 않는 항목에는 법정 비급여와 임의 비급여가 있습니다. 법정 비급여는 보건당국으로부터 의학적 효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의료기술입니다. 치료 목적에는 부합한 것으로 평가되나, 건보 재정상 보장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 항목이죠. 실손의료보험은 이 법정 비급여항목을 보장합니다.

임의 비급여는 공식적으로 효능이나 안정성 검증을 받지 못한 항목들입니다. 평가가 진행 중인 것들도 있으나 현재까진 치료에 꼭 필요한 의료행위로 인정받지 않았기에 건보와 실손의료보험 모두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문재인 케어의 폐기, 그러니까 건보 보장률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만약 급여항목의 본인부담률을 높인다면 실손의료보험에서의 보험금 지급은 되레 늘어나게 됩니다. 법정 비급여로의 전환도 마찬가지고요. 임의 비급여가 확대되는 게 보험업계에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하죠. 의학적 효능이 입증돼 보장하던 걸 갑자기 없앨 수는 없으니까요.

실손의료보험과의 관계만 보면 그런데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정액형 인보험이 대표적입니다. 건보에서 보장하는 범위가 좁아지면 반대급부로 별도의 인보험 가입 니즈가 증가합니다. 이를테면 암보험, 수술비보험 같은 것들이죠. 건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보험사들의 건강보험 포트폴리오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보험사에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어찌 됐건 장기적으로는 보험업계에는 나쁘지 않은 흐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부담률이 높고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할증이 가능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있어서입니다. 4세대 상품으로 갈아타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문제도 해소하면서 인보험 판매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돌고 돌아, 문제는 다시 문재인 케어 폐기의 구체적인 방향성입니다. 건보 보장률이 낮아지면 본인부담금이 없거나(1세대), 낮은(2~3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유지하려는 경향도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보험업계에 나쁘지 않은 흐름이 도래할 시기도 언제가 될지 모를 테고요.

좀 더 근원적인 불안요소도 있습니다. 정부의 방침은 또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강력하게 추진했던 정책이 폐기될 수 있는 것처럼,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면 언제든 재개되거나 전혀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보험업계가 아직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이유입니다.

#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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