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아파트, 화재보험료는 왜 40층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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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 아파트, 화재보험료는 왜 40층 기준?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2.12.0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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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구획 완화 여파…공동 지하주차장이 연결통로로
화재 확산 가능성 커…인접 고층건물 할증요율 적용
회사별 언더라이팅 지침 갈려…소비자 혼선, 민원도
아파트 화재보험시장에서 공용 지하주차장 사용에 따른 고층건물 할증요율 적용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화재보험시장에서 공용 지하주차장 사용에 따른 고층건물 할증요율 적용 관련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아파트 화재보험시장이 시끄럽다.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건축법령이 모호한 탓이다. 각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방침이 엇갈리면서 소비자들의 혼선과 불만까지 야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는 고층건물 할증요율 적용에 관한 민원이 제기됐다. 전체 층고가 20층인 아파트 화재보험을 가입하려는데 보험사가 40층에 해당하는 할증요율을 적용해 높은 보험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분쟁은 공동 지하주차장에서 비롯됐다. 이 대단지 아파트는 20층부터 40층까지 다양한 건물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연결돼있다. 민원인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20층이니 당연히 20층 건물의 화재보험료를 내면 된다고 생각했고, 보험사는 전체가 하나로 이어진 공간으로 보고 ‘동일 공간 내 열세요율 적용 원칙’에 따라 40층 기준 요율을 적용한 것이다.

고층건물 할증요율, 동일 공간 열세요율

고층건물 할증요율은 주택이나 일반건물, 공장물건 등의 화재보험 가입 때 11층 이상 또는 높이가 35m를 초과하는 건물에 대해 총 층수에 따라 요율을 차등하는 것을 말한다.

개별 물건별로 다른 위험도를 공정하게 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험개발원 재물보험 참조순보험요율에 명시돼 있다. 통상 건물의 화재보험요율은 기본요율에 고층건물 할증요율과 소화설비 및 불연내장재 할인요율을 곱하고 우량물건, 특수건물 할인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동일 공간 열세요율 적용은 화재보험 언더라이팅의 기본적인 방식이다. 화재는 확산성을 가지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여러 구역이 분리돼 있더라도 개별 구역의 리스크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전제한다.

한 건물 안에 사무실과 유흥업소가 공존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때 사무실은 유흥업소보다 화재 위험성이 낮지만, 유흥업소의 리스크를 반영한 요율을 적용받는다.

화재보험요율 산출 체계. 자료=보험연구원
화재보험요율 산출 체계. 자료=보험연구원

공동 지하주차장

최근에는 많은 아파트가 하나의 지하주차장을 공유하는 형태로 지어지는 추세다. 지상에 차량을 줄여 단지 내 교통사고 감소를 도모할 수 있고 녹지 활용이 가능한 공간 확보 등 장점이 많아서다.

문제는 이처럼 대형화되는 지하주차장이 건축법상 방화구획 의무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방화구획은 화재 발생 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건물 공간에 화염과 연기의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구획하는 것을 뜻한다. 콘크리트 벽을 비롯해 성능이 입증된 방화셔터나 방화문으로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건축법시행령 제46조에서는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로 된 주차장’을 방화구획 의무에서의 예외대상으로 명시한다. 즉 지하주차장은 그 면적이 아무리 크더라도 내력벽과 기둥, 바닥, 보, 지붕틀, 주계단만 불연재료로 구성하면 방화구획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고층건물 할증요율 적용에 관한 논란이 여기서 비롯된다. 높이가 각기 다른 여러 동이 하나의 지하주차장을 공유하는 경우다. 방화구획 규제를 받지 않는 지하주차장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화재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는 옆 건물이 높다는 이유로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불만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여러 건물 중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가 연결된 공동 지하주차장을 통해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동 지하주차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파트 공동 지하주차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짜 위험은 연기

지하주차장에는 화재에 대비해 많은 소방시설이 설치된다. 자동화재탐지설비부터 직접 불을 끌 수 있는 스프링클러, 피난을 돕기 위한 유도등과 비상조명등 같은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주요구조부를 불연재료로 구성하는 것도 불길이 쉽게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화구획이 되지 않았다는 건 연기의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또 많은 화재사고에서 큰 인명피해의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연기다.

특히 화재로 인한 열기와 공기보다 가벼운 특성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연기가 지하에서 발생했을 때는 시야 차단까지 더해져 원활한 대피가 쉽지 않다.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기에 언더라이팅 측면에서는 배제하기 어려운 리스크다.

언더라이팅은 선택의 영역

현재 화재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사들의 지침은 엇갈린다. 방화구획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공동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에 가장 높은 건물의 요율을 적용하는 곳도 있고, 개별 건물의 요율을 별도 적용하는 곳도 있다.

개별 요율을 적용하는 보험사 또한 이같은 리스크를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제각각의 방침이 나타나는 건 회사별 선택의 기준에서 발생한다. 크게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하거나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감내하는 등의 스탠스 차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사진=청주서부소방서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사진=청주서부소방서

소비자는 혼란…명확한 기준 필요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에 일반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때문에 지하주차장 방화구획 여부, 유사한 성능 입증 등과 관련해 명확한 법령 정비나 국토교통부의 공식적인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령에서는 주요구조부의 불연재료 사용으로 방화구획 의무를 완화할 수 있다는 명시만 있을 뿐, 이것이 방화구획된 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가졌다고 인정하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화재보험협회가 제공하는 특수건물 정보에서도 이 같은 지하주차장의 방화 성능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방화구획 의무에서 제외돼 특별한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에만 별도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지하주차장에 방화구획을 해야 할 의무와 관련 정보가 없어 실제 화재 시 불길이나 연기가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누군가가 열어놓으면 그만인 방화문이 설치됐다고 해서 안전성을 100% 확신하긴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방화구획 완화 대상이라는 것이 구획화하지 않아도 비슷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다고 보는 것인지, 건축법상 별도의 구역으로 인정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며 “특수건물 안전점검 때 공동 지하주차장의 화재 확산 가능성을 분석해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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