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약관 준용한다지만…안내하는 보상기준은 그대로
상실수익액 등 피해자 권익 보호장치 적용안돼 ‘논란’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전세버스공제조합이 변경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공제약관에 반영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운 약관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고 다른 육운공제들은 모두 이에 맞춰 공제약관을 개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조합 측은 공제약관만 개정하지 않았을 뿐 실무에서는 바뀐 약관을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상실수익액 산출 등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공식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서 피해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선 9월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발표한 대국민 보험료 절감 및 권익 보호를 위한 ‘자동차보험 제도개선방안’의 일환이다.
표준약관 개정안에는 ▲경상환자 치료비(대인Ⅱ) 과실책임주의 도입 ▲경상환자 장기 치료 시 진단서 의무화 ▲마약‧약물운전 사고부담금 신설 및 강화 ▲음주‧무면허‧뺑소니 사고부담금 강화 ▲군인의 상실수익액 보상 현실화 및 상실수익액 할인방식 개선 ▲이륜차 전용의류 보상 등이 담겼다.
개정 표준약관의 시행일은 올해 1월 1일부터였다. 당시 금융위는 “마약 및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보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요인을 제거해 선량한 가입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교통사고 피해자 권익 제고로 자동차보험의 사적 안전망 기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육운공제도 준용이 원칙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은 육운공제약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사고 관련 보험과 공제 모두 자동차손해배상진흥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부 특약을 제외한 타인에 대한 배상책임은 표준약관으로 규정, 동일한 원칙에 의해 이뤄진다.
버스공제조합, 개인택시공제조합 등 타 육운공제들은 개정사항을 담아 공제약관을 손질했다. 규정상 국토부의 승인 절차가 있지만 바뀐 표준약관을 준용하는 것이기에 까다롭지 않다. 또 이번 개정의 경우 국토부가 공제약관에 신속한 반영을 당부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세버스공제조합은 시행 9개월이 넘어가는 동안에도 공제약관을 개정하지 않았다. 운영위원회에서의 승인 문제로 공제약관을 개정하지 못했으나, 보상 관련 실무에서는 바뀐 약관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조합은 홈페이지에 팝업 형태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보상기준 항목에서는 여전히 기존 약관 내용을 제공한다. 일반 교통사고 피해자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늑장 개정에 피해자 보상금 감소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는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요소가 반영됐다. 대표적인 것이 상실수익액 산정 할인율 적용방식 개선(2022년 1월 1일 책임개시건부터)이다. 복리방식의 라이프니츠 계수에서 단리방식의 호프만 계수로 바꾼 것이 골자다.
상실수익액은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영구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없었다면 경제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액을 배상해주는 금액이다. 월 소득액에서 피해자의 생활비를 제한 후 취업 가능한 기간을 곱해 산출한다.
미래의 예상 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때문에 선지급으로 인한 이자를 공제한다. 이때 사용하는 이자 적용방식을 복리에서 단리로 바꾼 것이다. 예컨대 11세 여성 피해자를 기준으로 라이프니츠 적용 시 2억900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던 것이 호프만 적용 때는 약 4억5000만원으로 증가한다.
전세버스공제조합은 보상기준에서 라이프니츠 계수 사용을 명시하고 있다. 반면 공제약관을 개정한 버스공제조합은 호프만 계수 사용을 안내한다. 11세 여성 피해자가 버스 사고로 영구 장애를 입으면 4억5000만원을 받지만, 전세버스 사고라면 2억9000만원 밖에 못받는 것이다.
표준약관 준용, 맞다면 주먹구구식 운영
공제약관을 개정하진 않았지만, 실무에서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따르고 있다는 설명에도 문제가 있다. 조합원이 낸 비용으로 설립된 공제 역시 관련 법과 약관에 맞춰 엄격하게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약관은 있으나 이와는 다르게 보장하고 있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은 장기간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사안별 적용 시점에도 차등을 뒀다.
이러한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표준약관 반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공감을 얻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