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 민간경호…근본적 안전장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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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자 민간경호…근본적 안전장치 필요하다
  • 이재홍 기자 leejaehong@kongje.or.kr
  • 승인 2022.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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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업무 중 배상책임 발생, 물리적 충돌에 경호원 부상 위험 가능성
비용‧인력 한계에 ‘땜질 처방’ 비판…소액단기보험, 공제 필요성 부상
경찰은 늘어나는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고위험 피해자에 민간경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찰은 늘어나는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고위험 피해자에 민간경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내년부터 스토킹 고위험 피해자에 대한 민간경호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다. 근래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스토킹 범죄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또 다른 부작용을 파생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예산과 지원 대상의 한계가 자명해 계속 늘어나며 심각성도 짙어지는 범죄에 근본적인 대응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공제 등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토킹 피해자 민간경호 서비스

경찰청은 ‘고위험 피해자 민간경호 서비스’ 항목으로 내년도 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경찰에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신청한 스토킹 피해자 중 신변 위협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경우 14일간 민간경호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7억원은 하루 10시간의 서비스 제공을 기준으로 100명까지 지원 가능한 규모다. 당초 경찰은 240명에 대한 지원을 목표로 13억44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이같이 책정됐다. 

경찰은 또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재신청까지 공백에 놓인 피해자를 고위험군으로 봤다. 이후 가해자와의 완전 분리가 이뤄지는 평균 기일을 고려해 민간경호 제공 기간을 14일로 산정했다.

턱없이 부족한 임시방편

지난해 스토킹 범죄 피해 우려로 경찰에 안전조치를 요청한 건수는 2만4901건에 달했다. 2017년 6924건에서 5년 새 약 3.5배나 증가한 것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부터 올해 3월 31일 사이에도 3039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63%(1912명)가 기소됐다. 

민간경호 서비스 지원안에 대한 첫 번째 우려가 이처럼 실제 발생하는 범죄건수와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고위험군 일부에만 한정된 서비스로 여전히 넓은 사각지대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원대상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100명에게 14일간 민간경호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7억원이다. 스토킹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보호해야 할 대상도 급증하는데 이에 맞춰 신속히 예산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필요한 돈을 확보하더라도 검증된 민간경호업체 공급이 따라줄지 미지수다.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업무 위탁 위험성

경찰의 고유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경찰이 민간경호 서비스 제공을 검토했던 것은 근래 적잖은 스토킹 범죄 사례에서 살인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경호업체라 해도 크게는 경찰이 보호해야 할 민간인이다. 특성상 또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큰 스토킹 범죄 예방을 민간에 맡기는 자체에 위험성이 있다. 혹여 경호원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땐 후폭풍도 거셀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호 중 스토킹 가해자가 부상을 입는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범인을 제압하다 발생해도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경호업체로서는 만일의 사고 시 책임소재와 배상책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

민간경호업체 업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배상책임에 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간경호업체 업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배상책임에 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 보호, 소액단기보험이 대안

공제와 보험업계에서는 부족한 경찰력을 보완할 해법으로 소액단기보험의 활용을 들고 있다. 한정된 예산 탓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와 위탁업무로 인한 민간경호업체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헷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는 앞선 일본의 사례를 주목한다. 아소시아 소액단기보험이 지난 2020년에 내놓은 스토커 특화보험 ‘안도 미’가 그것이다. 

이 상품은 월 500엔(한화 약 49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경호원 고용비와 일시 대피, 이사, 변호사 상담비용까지 보장한다. 피해자가 관할 경찰서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고 가해자에 대해 경찰의 경고나 금지명령이 발령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아소시아는 상품 개발부터 소고경비보장주식회사(ALSOK)와 협업했다. 피해자가 위험한 상황일 때 ALSOK 경비원 긴급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저렴한 비용으로 경호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으나 스토킹 범죄에 한정된 만큼 손해율은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아소시아 측의 설명이다.

이는 고위험군에서 제외돼 경찰이 제공하는 민간경호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피해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안전망이 될 수 있다.

경호업체 리스크는 공제로 분산 가능

일각에서는 경호업무에 수반되는 위험을 공제로 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소속 경호원의 부상이나 스토킹 가해자의 제지, 제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배상책임 사고를 공제보험으로 커버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전문인배상책임보험 형태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경호업은 피보험자(경호원)의 상해 위험 및 배상책임사고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돼 손해율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직업의 급수를 나눠 가입 기준을 차등하고 있다. 보험사가 위험직군 종사자의 가입을 꺼리는 것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이로 인해 지난 2018년 상반기부터 금융감독원이 위험직군 가입비율, 거절직군 운영 현황 등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했지만 현재까지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렵게 보험상품을 만들더라도 경호업체로서는 부담스러운 보험료가 책정될 수밖에 없다. 수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보험보다 동일한 리스크를 가진 업계의 공제가 주효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등록된 경비법인은 4407개에 이른다. 경비법인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1명의 경비지도사와 20명 이상의 일반 경비원이 필요하다. 규모가 큰 회사까지 고려하면 이들의 니즈에 맞춘 공제상품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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