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글로벌 재보험시장, 체크포인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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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글로벌 재보험시장, 체크포인트 3가지
  • 이광호 기자 leegwangho@kongje.or.kr
  • 승인 2022.06.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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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의 시대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산업 구조를 바꿔놨고, 러시아전쟁은 물류비, 원자재값 상승을 불렀다. 기후변화, ESG 등 새로운 규제도 생겨나고 있다. 돌발 변수가 많아지면서 기업의 위험을 최종 단계에서 감당하는 재보험사들의 영업전략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시장 이슈와 전략을 살펴봤다.

코로나19 손해율↑ 재보험시장 경색

글로벌 재보험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 펜데믹이다. 특히 생명보험 분야는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를 담보하거나, 코로나로 인한 행사 취소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 많지 않지만 해외에선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이나 휴업 등을 보장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해외 생명보험사들의 손해가 누적됐고 이를 받아준 재보험사 역시 큰 손해를 봤다.

사실 생보업계는 코로나 영향을 제한적으로 예상했다. 마스크 및 백신 보급, 치료제 개발 등 수많은 제약회사와 의료진들이 바이러스에 맞서고 있으니, 사망률이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낙관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 위험성을 보험요율에 일부 반영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상당한 손해를 본 생보사 및 재보험사는 팬데믹 손해율과 사망률을 이전보다 크게 반영하는 추세다.

전홍규 젠 리(Gen Re) 대표는 “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비교적 적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계약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망자가 많았다”면서 “코로나 이후 사망률에 대한 추정이 더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 여파로 재보험시장은 하드마켓(hard market)으로 변했다. 하드마켓이란 재보험사의 담보력 부족으로 재보험 가격이 상승하는 시장 환경을 뜻한다.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거나 재보험사의 실적 악화 등으로 보험사들의 위험 인수가 어려울 때 형성된다.

코로나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로 인해 원보험사와 재보험사의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피보험자에게 예상보다 많은 보험료를 지출하면서 높아진 손해율로 인해 재보험사의 담보력이 떨어졌으며, 예전보다 신중하게 보험을 인수하는 곳이 많아진 것이다. 또한 리스크가 큰 보험은 인수를 거절하거나, 전문 인력을 두고 위험 분석을 철저히 하는 재보험사도 늘고 있다.

역설적으로 발병 초기 보험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 코로나가 2021년 이후에는 재보험사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재보험사들이 코로나 펜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담보력을 축소·조정한 결과 재보험료가 상당히 증가했다. 코로나 관련 사고가 많아지고 손해율이 악화돼 재보험사가 위험 인수를 꺼리니 재보험요율이 상승한 것이다. 2021년에는 자연재해도 적게 발생해 재보험사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재보험시장 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 후유증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가 잦아드는 추세지만, 중국이나 대만 등의 코로나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홍태식 코리안리 홍보팀장은 “코로나로 인한 보험금은 바로 청구하는 게 아니고 병원에 방문하거나 사망한 이후 등 뒤늦게 청구하므로, 관련 보험사의 피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규 SGIS 이사는 “재보험 담보력이 충원되고 자본이 재보험 시장으로 들어오면 움직임이 나타나겠지만 트렌드의 변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2~3년은 하드 마켓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전쟁, 해상·운송보험료 상승

재보험시장의 또 다른 이슈는 러시아전쟁이다. 우선 전쟁 이후 많은 보험사들이 러시아 관련 담보를 제한하는 인수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험 약관에 전쟁, 테러 등의 부담보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만 전쟁이 발생했지만 주변 국가로 확전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사태 해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추가 전쟁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컨대 대만과 같이 긴장도가 높은 지역에서의 전쟁 발생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재보험사들은 전쟁이나 테러, 핵 등에 대한 면책조항을 예민하게 검토하는 추세다.

러시아전쟁은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류비나 원자재는 보험료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물류비 상승이 반드시 재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경색에는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해상보험, 운송보험, 수출신용보험, 신용보험, 사이버보험 분야에서 보험료 증가, 보험 제공 중단, 보험금 분쟁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와 ESG, 위험인수에서 관리로

재보험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세 번째 체크포인트는 기후변화와 ESG 이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환경 및 기후변화에 대비해 굴뚝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일산업이나 석탄사업 등에 대한 언더라이팅을 하지 않는 기업도 등장했다.

스위스리(Swiss Re)는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보험 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ESG를 고려하지 않은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위험 인수를 배제함으로써 ‘착한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시장에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드론 등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산업 변화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고, 재보험 역시 바늘과 실처럼 보험을 따라가기 때문에 산업 트렌드 변화와 새로운 위험 발생을 유심히 살펴보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황인규 SGIS 이사는 “산업 트렌드가 변하거나 위험이 발생하면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보험이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4차산업과 AI, 전기차 등으로 인해 보험 산업에 선행하는 근간 산업들이 변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반영해 별도의 담보나 상품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험시장의 구조적 문제, 보험시장이 위험 인수에서 관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과거와 달리 위험을 전가하는 것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초점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현 스코르(SCOR) 대표는 보험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돈을 거둬들이는 전략을 펼쳐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환율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면서 “스테그플레이션에 임박해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이로 인해 보험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재보험사들이 평균적인 성장은 하겠지만 금리, 환율 같은 세계적인 변수로 인해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시대가 변하고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이나 뇌졸중과 같은 중증 질환이 생사의 문제가 아닌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게 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은 물론 재보험도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현 대표는 “영역을 파괴하는 밸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생명보험, 손해보험으로 나눌 필요 없이 융·복합 되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스코르는 생명보험에서 운전자 보험을 판매하거나, 규제 샌드박스로 플랫폼 사업자를 받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재보험사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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