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홍정민 기자] 2021년 공제업계는 다사다난했다. 해묵은 협회와 조합 간 갈등을 비롯해 공제기관 업역다툼, 직원 성추행 사건 및 방만경영 논란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등이 새롭게 출범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21년을 돌아보며 공제업계 주요 이슈 5개를 정리했다.
新공제기관의 탄생
한국노총에서 배달대행, 가사 노동자,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 소득이나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형·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공제회를 설립했다. 바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다.
지난 10월 26일 출범한 공제회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목돈마련 ▲건강증진사업 ▲공제사업 ▲교육사업 ▲회원교류 및 조직사업 등을 지원한다.
플랫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받지 못해 저임금과 과로, 사고와 재해 등에 내몰려도 마땅한 보호대책이 없다. 이에 플랫폼공제회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목돈마련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회원이 월 10만 원씩 납입하는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연간 최대 24만 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올해 서울시의 배달라이더 안전교육 공모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도 비정형노동자 건강검진지원사업으로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지원받기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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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는 방위산업공제조합이 출범했다. 방위산업 관련 업무는 그동안 방위산업진흥회에서 수행해왔으나, 협회 차원의 보증업무 수행이라서 관리·감독 체계가 불명확하고 수익사업을 펼치기 어려워 공제조합을 출범하게 된 것이다.
방위산업공제조합의 자본금은 2500억원이며, 운영 투명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기존 협회로부터 분리하여 독립법인으로 설립됐다. 앞으로 기존 보증사업은 물론 공제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여기사 나온 이익은 조합원 편의 증진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조합의 사업범위는 방위산업 관련 보증사업, 방산제조·생산·연구시설 및 장비 등에 대한 공제사업, 융자 및 투자사업, 조합원 편익 증진 사업 등이다.
건공 vs 엔공 업역갈등 심화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의 업역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올해 초 엔공에서 보증사업 범위를 기존 설계·감리에서 ‘공사’ 영역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엔지니어링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전문건설·건설·기계설비공제조합 등 건설 관련 공제조합이 공동대응에 나서면서 법 개정 저지에 나섰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은 엔산법 개정으로 엔공의 사업범위가 공사 영역까지 확대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개정안 중 엔산법 범위와 엔사업자 신고 사항에 대해 엔산법을 다른 법률보다 우선하도록 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엔산법을 건설산업진흥법 등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할 경우 엔공과 건공의 업역다툼시 엔공에 유리한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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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엔산법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됐다. 이에 엔공은 지난 7월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내용은 지난해 2월 국토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토부 산하 16개 공공기관에 발송한 공문이 부적절하며 이로 인해 엔공이 업무상 피해를 입었다는 것. 업계에서는 엔산법 개정이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과 국토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장 마음대로”...방만경영 도마위
이번 국정감사에서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의 방만경영이 도마위에 올랐다. 올해 포장재조합 이사장의 급여는 2억3000만원으로 대통령 연봉과 맞춰 지급됐으며 이사장, 상근임원 등 특정인에게 전용차량을 배정해 대통령 공식 의전차량과 같은 차량을 운행 및 전용차량을 위한 운전직도 별도 고용했다. 또한 법인카드의 경우 18개가 발급돼 전체 40명 중 45%가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재조합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를 대며 구체적인 사용내역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관련기사: 포장재공제조합, 환경부 낙하산 고위직 독점...방만경영 논란
건축사공제조합 이사장의 전횡도 논란이 됐다. 자금 운용 결정은 내부 규정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협의 후 진행해야 하지만 조태종 이사장이 회의 소집 절차를 무시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3월 대신증권 상품을 44억원 사들이기로 한 결정을 번복한 후 이중 절반을 삼성증권에 예치했다. 삼성증권의 금리는 2.7571%로 대신증권(2.7608%)보다 0.0037% 낮았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내부결재도 생략했다. 리스크위원회 위원장이 공석이 된 5월에는 위원회 소집 없이 삼성증권 상품을 10억원 가량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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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공-협회 갈등 폭발
올해 2월 국토부가 58년만에 건설·전문건설·기계설비 등 3개 공제조합의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 관련 협회장과 공제조합 이사장을 모두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3개 공제조합은 그동안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받아온 소형지점 축소에 나선다. 건설공제조합은 39개 지점을 연말까지 34개로, 내년 6월까지 7본부 3지점으로 대폭 축소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32개 지점을 내년 2월까지 28개로 축소, 2025년 2월까지 20개 지점으로 단계적 축소에 나선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측은 이사장은 공제조합과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최고 책임자인데 의결권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되며 이번 조치로 공제조합 운영 전반에 협회장이 간섭하는 관행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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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영묵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이 돌연 사퇴하며 건설협회와 공제조합 간의 갈등이 재차 수면위로 올랐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10월에 종료됐으나 후임 이사장 선임까지 직책을 유지하던 도중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건설협회장이 압력을 가하면서 경영권을 침해당해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협회장이 운영위원장이 아닌데도, 지속적으로 건설공제조합 경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노조 측은 심각한 경영권 훼손 행위로 받아들이고 강력 투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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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재공제조합, 부하직원 성추행 논란
지난 5월 자본재공제조합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자본재공제조합 A부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 6명을 상대로 수년간 직원들 엉덩이잡기, 쓰다듬기, 가슴만지기 등 성추행을 비롯해 머리를 때리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 및 폭언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이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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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조합은 노조를 통해 여러번 정식 항의가 접수됐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사건을 키웠다. 내부 고발이 접수돼 공식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사건을 축소하고 덮는데 집중했다.
피해자 1명이 지난 3월 노조를 통해 A부장의 가해 행위를 신고하면서 비로소 징계 절차를 밟게 됐으나 징계 수위가 고작 감봉 2개월로 결정돼 솜방망이 처벌로 비판 받았다. 가해자가 운영지원팀장과 리스크관리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평소 경영진과 친밀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