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트래픽의 장기보험 전환 난항, 은보감회 규제 강화 등 영향
[한국공제신문=김지효 중국통신원] 워터드롭 상호구조플랜이 출범 5주년을 앞두고 회원들에게 돌연 ‘통폐합’ 공고를 냈다. 바로 일주일 전 경쟁사 칭송 상호구조플랜이 운영을 중지한 직후여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중국에서 상호구조플랜들이 잇따라 운영 중단을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터드롭사는 ‘통폐합’ 이유에 대해 ‘운영정지’가 아닌 ‘업그레이드’라고 하면서 향후 상업보험과 건강서비스로 기존의 상호구조보장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이퇀 상호구조, 바이두의 덩화(등화, 灯火)상호구조, 퉁신(동심, 同心)상호구조, 17상호구조, 푸궁잉(민들레) 상호구조 등 다수의 플랫폼이 최근 잇따라 영업을 정지한 바 있다.
온라인 상호구조는 위험에 노출(중대질병, 사망, 상해 등)된 가입자를 위해 여타 가입자들이 약속한 부조금을 분담하는 개념으로 출발해 빠르게 가입자를 늘려왔다. 2020년 말 기준 약 1억6000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다수의 온라인 상호구조플랫폼은 크라우드펀딩/상호구조플랫폼을 통해 잠재고객을 누적하고 이들의 위기의식을 일깨워주어 결국에는 상업보험에 가입시켜 유저로 전환시키는 ‘트래픽+위기의식 교육’의 업무모델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의 상호구조보험 가입자들에게 받는 ‘관리비’는 보험사 입장에서 큰 수익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플랫폼에 유입된 단기 트래픽을 장기고객군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수익률 창출의 관건이다.
하지만 프론트 엔드에서 심사를 느슨히 하면 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온라인 상호구조플랫폼에 대량의 건강 위험군이 유입돼 분담금이 껑충 뛸 가능성이 있는 것. 결국 건강한 사용자들이 상호구조플랫폼에서 이탈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상호구조 참여자가 대량으로 이탈하고, 배상청구건수가 점차 많아지면, 보험사의 경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구조 참여자의 이탈로 자체 플랫폼에서 상업보험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잠재고객들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한다. 상호구조플랜은 보험 사업 관리비 정도만 남는다고 보면, 결국 보험사에선 이익 창출을 위해 장기보험 등으로 단기 고객을 전환시켜야 하는데 이런 전환율이 낮아져 수익모델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보통 상호구조플랫폼들이 모 기업 보험사를 끼고 운영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돈 안되는 사업에서 철수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이번에 통폐합을 결정한 워터드롭 상호구조플랫폼의 경우, ‘워터드롭 크라우드펀딩-상호구조(워터드롭 상호구조)-보험(워터드롭 보험몰)’이라는 영업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순환고리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상호구조 플랫폼 기업들을 향한 중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이번 폐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상호부조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상업보험의 특성을 갖추고 있지만 그 동안 감독주체가 불분명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불법 금융활동 척결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온라인 상호부조 플랫폼 기업들은 무허가 영업, 법규 위반, 금융질서 문란, 불법자금 모집 및 운용 등의 이유로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시와 제재를 받게 돼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은보감회에서 불법 금융활동을 단속하기 위해 발표한 ‘불법상업보험활동 분석 및 대책제안 연구’에 따르면, 상호보, 워터드롭 상호구조플랜 등 온라인 상호구조플랫폼은 회원수가 방대하지만 합법적 경영범위 내에서 운영되지 않아 만약의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플랫폼에서 보험 관리 비용을 가입자에게 사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인해 상당한 유휴자금이 형성되어 고객 돈을 ‘먹튀’할 위험도 존재한다.
대형 온라인 상호부조 플랫폼 기업들의 폐쇄가 잇따르면서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온라인 상호부조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