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보험상 워런티에 관한 싱가포르 법원판결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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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보험상 워런티에 관한 싱가포르 법원판결의 이해
  • 한창희 국민대 교수 kgn@kongje.or.kr
  • 승인 2024.07.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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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영국 보험법의 주요 특징인 워런티제도는 지난 2016년 8월 12일부터 개정‧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2022년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은 워런티에 관해 준거법인 2015년 영국 보험법을 적용했다. 

우리 대법원은 영국을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으로 인정해 영국의 법률과 실무를 국내 사건에 직접 적용해 오고 있다. 또 2010년 사건판결에서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않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통제원칙에 비춰 이질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워런티 조항을 사용해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는 원칙적으로 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번 칼럼은 개정된 영국 보험법상의 워런티제도를 적용한 싱가포르 법원판결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피티 아디다야 에너지 만디리' 대 '엠에스 퍼스트 캐피털 인슈어런스 엘티디' 사건에서 보험목적인 단일지점계류부표가 부착된 저장선박(브라타스나호)과 충돌해 훼손됐다. 약관에는 (1)부보시설은 적절하게 교육받고 허가받은 사람의 감독 아래서만 운영된다 (2)부보시설을 저장·처리·이송·운영할 때 적절한 예방조치와 보존·관리조치를 취한다는 워런티 조항이 삽입됐다. 

제레미 라이오넬 쿠크 판사는 "계약자는 브라타스나호가 단일지점계류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부보시설의 유지관리·책임자의 적절한 교육과 허가가 결여한 점에서 워런티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또 계약자는 "워런티의 불충족이 손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실제로 손해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음을 증명할 개연성이 없다"고 했다. 
 
나아가 약관에는 "계약자가 증권상 보장되는 보험금 청구를 발생하게 하는 사고를 아는 경우 30일 내에 그 상황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보험금 청구통지 조항을 담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통지는 2018년 8월 6일까지 행해져야 했는데, 9월 5일에야 통지됐다. 

법원은 이 보험금 청구통지는 전제적으로 위험을 정의하는 것에 해당하고, 통지를 했다고 해도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로서 보험자는 면책이라고 판시했다.
 
2015년 영국 보험법 제정 전 워런티 위반은 치유가 허용되지 않고, 위반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되지 않았다. 전자의 예는 전쟁지역을 진입 금지지역으로 워런티한 경우 일단 전쟁지역에 진입했다면 무사히 그 지역을 빠져나왔다가 해상위험으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면책인 사례를 들 수 있다. 

후자는 부보재산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스프링쿨러를 설치하도록 워런티했는데, 홍수로 부부재산이 훼손된 경우 워런티 위반인 스프링클러의 미설치가 홍수로 인한 시설의 훼손 손해를 감소시키지 않은 경우에도 보험자는 면책인 사례다.
 
영국 보험법은 우리 보험법과 달리 보험 기간 중 보험계약 성립 시보다 사고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의무가 없다. 이는 워런티제도로 규율되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대인배상·무보험차상해·자기차량손해 종목에선 영리를 목적으로 요금이나 대가를 받고 피보험자동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빌려준 때 생긴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하고 있다. 

반면 영국의 1929년 머레이 대 스코티시 오토모빌 앤드 제너럴 인슈어런스 컴페니사건에선 ‘자동차의 사적인 사용에만 보상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자동차가 ‘거래 또는 영업과 관련해 사용되는 경우에는 면책’이라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자동차는 습관적으로 자영업에 사용됐고, 자영업을 행한 후 귀가한 날 입고한 주차장 화재가 발생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조항은 워런티에 해당한다고 보고 면책으로 판시했다. 
 
영국의 워런티제도는 특히 구제수단과 관련해 (1)치유불인정 (2)인과관계 불인정의 점에서 보험계약자에게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2015년 영국 보험법은 워런티제도를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첫째, 이전의 1906년 해상보험법에 따르면 워턴티를 위반하는 경우 보험자는 그 이후 보험자의 주장이 없어도 자동적으로 면책이라는 조항을 폐지하고, 위반시 책임이 정지되고 위반이 치유되는 경우 보험자는 치유 이후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했다. 

1786년의 드 한 대 하트리사건에서 50명의 선원을 승선하도록 하는 워런티가 있었다. 항해개시시에는 46명이었지만 항해 중 6명이 추가 승선해 항해하다 직후 멸실됐다. 법원은 면책이라고 했다. 2015년 개정법에 따르면 워런티 위반이 치유됐고, 이후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보험자는 보상책임을 진다.
 
둘째, 구법에선 계약자가 워런티를 위반하면, 실제 손해를 야기 또는 기여하거나 실제 손해와 어떻게 관련됐는가를 묻지 않고, 자동 면책이었다. 이에 따르면 보험자의 책임은 실제 손해가 폭풍 또는 화재로 인해 발생한 경우 강도경보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또는 손해가 낮에 발생한 경우 야간경비원의 배치를 요구하는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보험자의 책임은 면제됐다.
 
개정법에 따르면 워런티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에도 (1)당해 워런티나 조건의 충족이 특정한 유형의 손해, 특정한 장소에서의 손해, 특정한 시점에서의 손해를 감소시키는 것이고 (2)피보험자가 워런티나 조건의 불충족이 손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실제로 손해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음을 증명한 경우 피보험자는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1)의 경우 위험을 전제적으로 정의하는 것에는 제외되는데, 그 예는 위에서 적시한 사고 발생의 통지 워런티를 들 수 있다.

또 농업기계보험계약의 조건이 기계가 미성년자에 의해 작동되지 않을 것을 규정한 경우를 보자. 이는 기계가 미성년자에 의해 작동되는 동안 기계가 훼손되는 상대적으로 좁고 특수한 위험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험을 전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조건은 부보된 자동차를 작동하는 자의 연령과 아마도 경험에 관한 조건이고, 이에 근거해 영국법원은 위험을 전체적으로 정의하는 조건으로 고찰한다. 
 
우리 대법원은 (1)선주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규정한 경우 (2)로이즈대리점의 검정인이나 한국선급협회의 검정인으로부터 감항증명서를 발급받을 것을 워런티한다고 규정한 경우 (3)적하보험에서 ‘본사에 일일 어획량을 보고한다’는 특별어획물약관이 있는 경우 (4)선박보험의 경우 선급을 유지한다고 규정했는데, 한국선급협회의 승인없이 격벽을 철거한 경우에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를 적용하는 등 다수의 판결이 존재한다. 

나아가 선박보험에서 영국의 워런티제도에 보험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은 경우 보험계약에의 편입을 부정한 판례도 있다.
 
글로벌화의 진전과 계약자 보호를 강화해 노르웨이, 스웨덴 보험업계에 대응하고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인 영국에서 해상보험법이 크게 개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워런티제도다. 워런티 위반의 치유,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등 계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현대화됐다. 

다만 개정은 영국의 판례를 입법한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하지 않아 영국법원의 판결로 명확히 될 사항도 존재한다. 우리 대법원이 해상보험에서 영국법률과 실무를 적용해 해결하는 방식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개정된 2015년 보험법을 적용한 대법원 판결은 나와 있지 않다. 워런티에 관한 최근의 싱가포르 법원판결이 개정된 영국 해상보험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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