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최미주] ‘지각 2번 이상 1000원, 결석 2번 이상 2000원, 숙제 안 해 오면 2000원…….’
체육대회, 학교 규정위반 청소 등으로 학원을 자주 빠지는 학생들이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야 괜찮지만 지각, 결석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업도 함께 정한 약속이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아이들과 상의해 가며 우리만의 규칙을 정했다. 돼지 저금통에 벌금을 조금씩 모아 크리스마스 이브에 치킨파티를 하기로 했다.
다만 예상못한 상황을 대비해 결석 쿠폰을 나눠줬다. 신중하게 생각해 진짜 중요한 날에만 쿠폰을 썼으면 좋겠다고 일렀다. 놀기로 한 친구가 갑자기 오지 않으면 기분이 안 좋듯 선생님도 학생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니까 수업이 오지 못할 경우 꼭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다 같이 규칙 만들고 며칠 정도 아이들이 들떴다. 지각하지 않으려 화장실 갔다가도 재빨리 교실에 들어왔다. 나 또한 다른 선생님과 이야기하느라 수업에 늦을 때면 돼지 저금통에 벌금을 넣었다. 얼마 동안 국어 수업이 활기차게 진행됐다.
그런데 숙제 내 준 다음 날이었다. 평소 지각, 결석을 잘 안하던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 수업 가서 숙제 못한 대가로 벌금을 내는 것보다 남아 있는 결석 쿠폰 쓰는 게 더 이득이란 판단에 결석을 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경우의 수였다. 벌써부터 규칙을 악용하는 방법을 터득한 건 아닌지 속상했다.
최근 주차장에 숨어 있다 고의로 차에 부딪히는 보험 사기 뉴스를 접한 적 있다. 보험료를 타기 위해 몸을 혹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어머니 교통사고 처리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사고 난 사람이 보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설명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으면 보험사 측에서 병원을 찾아와 진짜 아픈지 확인한다는 것도 알려줬다. 아이들은 아픈 걸 왜 믿지 못하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 너희들이 잠시 벌금 내는 걸 피하거나 숙제 못한 걸 무마하려고 결석 쿠폰을 쓰게 되면 선생님도 보험 설계사처럼 진짜 집에 일이 있는지, 아픈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서로가 서로를 순수하게 믿기 위해 모두가 양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눈치였다.
언젠가 동사무소에서 사정하는 할머니에게 직원이 하는 말을 엿들은 적 있다. 그는 할머니 딱한 사정을 이해해 바로 해드리고 싶지만,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도 공적인 일의 절차가 점차 까다로워지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보험 약관을 떠올려 보자. 사실 문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맥락상 ‘이 정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겠구나’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간혹 억지를 쓰며 ‘안 적혀 있잖아요? 그럼 해도 되는 거 아닌가?’하고 큰소리 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몇몇 사람들이 약관을 악용하기 시작하면 정직하게 규칙을 지킨 사람조차 피해를 보게 된다.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건들이 하나씩 붙고 결국 절차는 계속해서 복잡해질 것이다.
여러 소비자들이 보험의 좋은 혜택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 교묘하게 머리를 쓰다 보면 보험사는 결국 방지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결석 2번 허용 2000원 (단, 부모님과 통화해서 이유가 인정될 경우)’
혹여나 위와 같이 교실 규칙을 바꾸는 날이 올까 마음 졸인다. ‘단’이라는 조건이 달리지 않게 모든 학생들이 순수한 양심을 지켜주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