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다면] 보험회사에 취직한 지인이 태블릿 PC를 슬쩍 내밀었다. 보험 점검 차 조회를 한 번 해보자는 거였다. 나는 “보험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지만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조회해보면 부모님이 어렸을 때 가입해둔 게 하나씩은 있다”면서 조회를 권했다.
개인정보입력과 정보제공 동의 서명을 할 때 손이 멈칫하기는 했지만 이미 공공재가 되어버린 개인정보에 미련은 없었다. 동의와 서명의 몇단계를 거쳐 조회를 마쳤으나 태블릿 PC에는 흰 여백만 가득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지인은 놀란 표정으로 ‘맨몸(보험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인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보험 하나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건선이라는 면역질환이자 피부병으로 대학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정신과에 다녀오기도 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진료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영수증을 보고 있으면 실비보험이라도 들어둘걸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다. 건선 치료 주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데 이 병은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한 난치병이다. 때문에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다면 평생 주사를 투여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한 번 맞을 때 대략 130만원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1년이면 1500만원 가량이 된다. 실비보험이 있으면 부담이 줄었겠지만 나는 ‘맨몸’이기 때문에 청구되는 비용을 전액 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갈 때 13만원 정도만 낸다. 건강보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에 의해 희귀질환 및 중증난치질환자는 본인부담금이 치료비의 10%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정특례 질환에만 적용되며 특례 기간이 정해져 있어 정기적으로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산정특례 신규 등록 과정도 쉽지는 않다. 건선 산정특례의 경우 건선 진단을 받고 3개월 이상 전신 약물요법과 12주의 광선치료를 받았음에도 효과가 없을 때, 건선이 체표면적 기준치 이상에 퍼져 있을 때 인정된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3개월 이상 병원 치료를 연속적으로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치료비를 내는데 치료를 위해 일을 쉬면 치료비가 없고, 치료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면 연속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산정특례가 인정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건선 산정특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다.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산정특례 제도는 중증질환,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이 되는 제도다. 사보험을 들기 어렵거나, 보험을 들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만약 나도 산정특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치료를 시도하지도 않았을 거다. 실제로 초기에 먹는 약이 아닌 주사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한 번에 약 300만원이며, 일 년에 네 번 맞아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그냥 포기했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도 산정특례가 없다면 경제적 여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더 많았을 것이다.
보험이라고 하면 보험회사를 통해 가입하는 사보험을 떠올리기 쉽다. 그래서 보험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병‧의원을 갈 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이 없더라도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질병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 진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