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조직”
지원센터 통해 협동조합 상담·교육·컨설팅 등 제공
준비된 협동조합은 실패율 낮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협동조합의 센터 이용률, 재이용률 높일 것
[한국공제신문=김장호 기자] 협동조합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던 2012년 52개에 불과했던 국내 협동조합 수는 전국 1만7497개, 서울 3995개로 증가했다. 서울에서만 매년 600여개의 협동조합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설립 준비단계부터 스스로 자생력을 얻기까지 전 과정에 거쳐 상담·교육·컨설팅을 제공하는 곳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다.
올해 새로 취임한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을 만나 협동조합 지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앞으로 지원센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1월23일부터 서울시협동조합센터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취임 소감을 들려달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서울지역 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 2011년 11월 출발했다. 지원센터의 주업무는 협동조합 관련 상담·교육·컨설팅 및 각종 정보 제공과 제도개선 업무 등이다.
저는 센터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일을 했고 또 협동조합의 교육과 컨설팅을 위해 설립한 쿱비즈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2014년부터 취임 전까지 활동했다.
이 모두가 협동조합지원센터 업무와 연속선상에 있는 일들이다. 앞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잘 운영되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취임 소감을 대신하고자 한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이후 협동조합이 단기간에 괄목할 성장을 했다.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서울지역 협동조합은 초기 2~3년 동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13년, 2014년에는 매년 700개 내외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그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7년 이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해마다 500~6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기 삶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지위 개선 필요를 느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합 설립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자영업자, 시민,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계층이 조합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협동조합인이자 지원센터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가치에 대한 물음은 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일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원센터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조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는 ‘그러한 사업조직은 불가능한 사업조직’이라는 인식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사공이 많으면 배가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 물론 빨리 가기 위해서는 미션과 비전에 대한 사람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합의가 되면 일은 속도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빨리 가는 과정에는 적절한 규칙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전제가 되면 주식회사가 낼 수 있는 효율을 협동조합도 낼 수 있다.
주식회사든 협동조합이든 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협동조합은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해서, 그것이 편견이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센터장으로서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를 어떻게 바꿔나갈 계획인가
센터장으로서 센터 이용률과 재이용률을 체계적으로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협동조합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보니 ‘준비된 협동조합은 실패율이 낮다’는 경험적 신념을 갖게 됐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협동조합의 준비된 설립을 돕기 위해 상담·교육·컨설팅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하는 그룹이나 기 설립된 협동조합 모두, 센터가 열어 놓은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개별 조합이나 조합원들은 일상적인 상담뿐만아니라 협동조합 관련 교육이나 경영 컨설팅 등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센터에 대한 이용률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조합과 조합원의 센터 이용 만족도를 높여 지속적으로 센터와 교류할 수 있게끔 하는 재이용 순환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육성된 건강한 조합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자생력을 갖춘 협동조합의 탄생을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은 교육으로 시작해서 교육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영국의 쿱은 150년,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70년, 이탈리아는 100년의 협동조합 교육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교육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협동조합들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각종 마케팅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교육을 강화하여 구성원 모두가 협동조합의 가치를 공유하고 상담과 컨설팅을 지속 제공하여 조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면 협동조합의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오리라 본다.
또 교육은 자기 업종에 맞는 전문적인 교육과 컨설팅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간접지원 조직보다는 해당 조합이 속한 업종별 연합회나 협의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좋다.
그런데 현재 연합회가 구성돼 있는 업종은 학교, 의료, 프랜차이즈, 공동육아, 돌봄, 학교협동조합 정도다.
우리나라는 아직 협의회나 연합회가 제대로 구성돼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앞으로도 센터가 일정 부분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구성원이 소수인 협동조합이 교육을 기획하고 꾸려 나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센터가 교육분야를 계속 지원하는 이유다.
협동조합 경쟁력은 ‘교육’이라 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현재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은 '찾아오는 교육과 찾아가는 교육'으로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입문교육을 예를 들자면 센터 교육장에서 집합 교육하는 경우와 협력강사풀을 활용하여 외부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센터나 협동조합의 현장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교육시스템이다. 그 중에서 시민이나 예비협동조합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찾아가는 협동조합 입문교육’은 센터에서 강사를 협동조합에 직접 파견해 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활동이 원활치 못했다는 평가가 있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에 세계협동조합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지원센터 입장에서 이 대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대회의 주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인이다. 이 대회를 통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 뜻을 더 깊이 새기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오는 12월에 개최하려던 대회를 내년 3월로 연기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한차례 연기되긴 했지만 이번 제33차 서울대회는 국제협동조합연맹 창설 125주년이자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대회다. 대회 자체로 의미가 크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이번 대회를 위해 서울시민 대상으로 협동조합 정체성 교육을 준비 중에 있으며, '감염병위기에 대응하는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로 공식 세션도 마련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조합이 많다.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조합들의 위기 극복 및 체질 개선을 위해 현재 특별히 집중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의 위기극복을 위해 5월 4일부터 ‘코로나19 관련 협동조합분야 상담창구(1544-8603)’를 개설했다. 상담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안내해 준다.
협동조합간 연대와 협력으로 일자리를 나누고, 또 어디에 일감이 있는지 몰라서 일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치 않도록 돕고 있다. 상담·교육·컨설팅은 삼위일체이다. 각자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한 몸과 같은 것이다.
그 밖에도 센터는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 단계별로 경영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협동조합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스타트업들이 스케일업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첫 단계는 ‘초기 성장지원사업’으로 협동조합을 하는 사람들의 준비된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팀을 선별하여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업비를 지원한다. 다음 단계는 성장기 활성화 사업과 기술 및 컨텐츠 지원 사업이다.
이는 초기 성장 단계를 넘어선 조합 중에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조합을 선별하여 지원하고 기술 및 컨텐츠를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사협동조합에, 교보재를 지원하여 조합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등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금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시민 모두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서울지역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돕는 전문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의 준비된 설립을 지원하고 이미 설립된 협동조합의 성장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당장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협동조합을 위해 상담센터 운영을 강화하여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앞으로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센터가 이 분야에 대응하는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플랫폼협동조합처럼 주식회사 방식이 아닌, 사회 관계적 방식의 모델개발을 통해 협동조합의 시장 진출을 돕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올해는 국제협동조합연맹 창설 125주년이자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이 되는 해다.
역사적인 해를 맞이하여 협동조합 관계자 모든 분들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