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참석자, 유보통합 이후 영유아 안전 단일기관 필요 ‘한목소리’
영유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상·배상체계 구축 등 해결과제 산적
교육부 “이제 첫 걸음, 다양한 의견 듣고 최선의 정책 입안할 것”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유보통합을 주제로 한 대규모 정책토론회가 열려 주목된다. 지난 5일 어린이집안전공제회(이하 공제회)가 주최한 ‘창립 15주년 기념식 겸 정책토론회’에는 300여명의 영유아 보육·교육계 인사와 학계 전문가, 교육부 관계자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특히 현실로 다가온 유보통합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쏟아졌다. 행사 전반의 모습과 정책토론회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어린이집안전공제회(이하 공제회)가 ‘창립 15주년 기념식 겸 정책토론회’를 5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창립 15주년을 맞아 그간 공제회 발전에 도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아울러 공제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1부 창립 15주년 기념식 및 유공자 포상, 2부 정책토론회로 나눠서 진행됐다.
김영옥 공제회 이사장은 1부 행사 인사말을 통해 “공제회는 어린이집 내 영유아돌연사 등 사고 발생시 민간보험의 보상 한계와 재정적·법적 분쟁으로 인한 어려움 등에 의해 2009년 11월 설립됐다”며 “이후 15년간 공제회원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 공제사업 및 안전예방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내실을 다지며 지속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년의 결실을 바탕으로 앞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더욱 섬세하게 살피고 지원함으로써 합리적인 보상체계와 안전예방콘텐츠, 복리후생사업으로 공제회의 역할과 책임감을 보다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규 교육부 영유아정책국장은 격려사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지난 6월 27일부터 교육부가 영유아 교육·보육 주무부처가 되었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을 위한 실행계획이 추진되는 시점에서 이번 창립기념식과 정책토론회 개최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교육부는 유보통합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학부모가 원하는 시기에 자녀를 밑고 맡길 수 있는 질 높고 안전한 보육·교육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축사를 통해 “공제회는 보육교직원과 영유아들을 위한 다양한 공제상품과 예방사업을 운영하며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경제적·심리적 안정은 물론 어린이집 안전을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정훈 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은 최근 손주의 어린이집 참관수업 일화를 소개하며 “며느리가 어린이집을 옮기기 싫어서 이사를 안 간다고 한다. 그만큼 어린이집이 영유아 보육 및 가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일선에서 어린이집의 안전을 지원하는 공제회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어린이의 생명과 건강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유치원도 어린이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도 지금까지 활동해왔던 것처럼 어린이 안전사고 보상 및 예방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유보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사 처우문제와 재정문제”라며 “지난 국감 때 여야 의원들과 유보통합에 대한 만전의 준비를 당부한 만큼, 정부에서도 꼼꼼히 준비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법과 제도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부 정책토론회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경구 사무총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한경구 사무총장은 기조강연에서 ‘저출산 시대, 교육과 보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저출산에 따른 사회적 변화와 미래 교육·보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교육·보육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외국 생활 당시 아들을 학교에 보내며 현지 적응을 위해 ‘피터’라는 영어 이름을 지어줬는데, 외국인 선생님이 본래 한국 이름을 물어보더니 친구들에게 한국 이름으로 부르게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름이 다른 아이가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며, 아이 입장에서도 자부심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 사무총장은 “유네스코가 하는 일 중에 교육 사업도 있는데, 그 안에는 문화 간 이해, 문화다양성에 대한 부분도 있다”며 “선생님의 판단으로 우리 아이가 이름을 되찾은 것처럼, 어린이집 등에서 수행하는 영유아 교육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영유아 안전사고 보상체계 및 예방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국민대 법대 한창희 명예교수는 ‘영유아 사고 보상체계 구축 및 발전’을 주제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보상 현황을 분석하고, 영유아가 질 높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통합적 사고 보상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예방팀의 김인숙 박사는 ‘영유아 안전사고 동향 분석 및 대안’을 발표하면서, 영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춘 안전교육이 필수적임을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실질적 안전 정책 개발을 촉구했다.
김 박사는 “영유아는 발달단계별로 걸음마기, 영유아기, 유아기, 학령기 등의 안전사고 동향이 다르다”면서 “그러나 발달단계 수준에 맞는 적합한 교재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영유아 안전을 위한 협력적인 거버넌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좌장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유보통합의 취지를 살려 영유아특성에 맞는 질 높고 격차없는 보육·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와 해법이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장은 “어린이집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얼굴, 머리 등이 다치는 경우가 많고, 흉터는 10년 이상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보육교사와 학부모 분쟁이 매우 많다”며 “게다가 영유아 상해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친권자에 준하는 강력한 의무를 요구하는 대법원 판례도 있어 현장에서 많이 힘들어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앞으로 유보통합으로 인해 어린이집과 유치원·학교의 안전을 보장하는 세 기관(어린이집안전공제회, 학교안전공제회, 교육시설안전원)이 통합될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통합하는 게 합리적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학교안전공제회는 인적 공제만 운영하고, 교육시설안전원은 물적 공제만 운영하며 이들 모두 영유아보다 학령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인적 물적 공제를 모두 운영하는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상품에 유치원 상품을 합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관별 힘의 논리가 아니라 영유아를 중심에 두고 인적 물적 지원을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길인가, 보상체계를 어떻게 통합하는 것이 그들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영미 한국유아교육학회장 역시 “유보통합은 그 목적과 지향점인 우리나라 0-5세가 균등하게 질 높은 교육·보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며 “영유아 안전을 위한 3개 조직이 당분간은 공존할 수 밖에 없지만, 추후에는 행정력 및 재원 낭비를 막기 위해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정부가 도전적·창의적 교육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런 활동이 수반하는 안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유보통합 이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법률이 상이하고 규제가 다른데 이를 어떻게 통합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억 국회 어린이안전포럼 사무총장은 선진국의 영유아를 위한 제도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허 사무총장에 따르면, 미국은 인펀트 카시트(Infant carseat)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신생아가 병원에서 출생 시 보호자 차량에 신생아용 카시트가 없으면 퇴원시키지 않는 제도다.
또한 스웨덴은 세이프 키즈 클럽(Safe kid Club)를 운영하고 있다. 자녀가 3세가 되면 부모와 함께 지역 세이프 키즈 클럽에 가입하여 자녀에게 빈발하는 사고 사례와 예방법 중심의 안전교육을 받는 것으로, 스웨덴 인구 1000만명 중 200만명이 가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어린이 안전교육 인증제도를 통해 영유아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와 함께 안전하게 학교 가기, 등하굣길 위험요소 찾기 등 충분한 안전교육을 받고 소정의 시험에 합격하면 안전교육 인증서를 부여한다.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 낯선 교통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교통사고, 유괴 등 각종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를 대비한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시 안전교육 이수증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있다.
허억 사무총장은 “향후 유보통합 이후 영유아 안전망 구축 과정에서 선진국의 안전사고 감소 기법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중 공제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밝힌 유보통합의 비전과 목적을 보면, 격차없는 질 높은 영유아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는 어느 지역, 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차이가 없고, 지금보다 질 높은 영유아 교육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유아는 안전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영유아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보상 및 배상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안전사고 예방사업과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손해사정사, 변호사 등 전문인력 확충, △정부의 공제 및 예방활동 예산 지원, △신고접수, 사고처리, 보상범위를 일치시키는 작업, △전산시스템 정비, △영유아 안전체계에 대한 현장 및 학계 등 전문가들의 공동협력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사무총장은 “궁극적으로 영유아의 특성을 고려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수요를 고려한 전문적인 영유아 안전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교육부 영유아정책국 과장은 “유보통합 진행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통합기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곳에서 진행하는 예방사업을 어떻게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인가 등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늘 나온 여러 제언들을 반영해서 안전과 관련된 좋은 정책을 입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