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출간… 딱딱한 보험 쉽고 재밌게
보험업 유망분야는 사이버·기후·헬스테크… AI기술 활용 중요
[한국공제보험신문=박형재 기자] 전주대 경영대학장인 이경재 교수는 매우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보험자격증을 보유한 교수이고, 수많은 손해사정사를 배출한 산파이면서, 동시에 시인이자 강연자로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보험과 인문학’을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문학 책을 펴낸 이경재 교수를 만나 출간 계기와 보험학자로서 혜안을 엿봤다.
<시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라는 인문학 서적을 출간했습니다. 책 소개 부탁드려요.
이 책은 ‘시(詩)와 함께하는 치유와 행복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대중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51편의 자작시가 실린 시집이자, 시작(詩作) 노트를 곁들인 시 수필집이며, 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인문학서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시를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여 시에 흥미를 잃거나 시 쓸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이 책을 보면 시쓰기가 만만해질 것입니다. ‘전 국민의 시인화’, 즉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시를 쓰고 행복을 누리는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저명한 금융보험학과 교수이자 시 쓰는 경제학자로 유명합니다. 처음 시쓰기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쓰기와 보험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나요?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딱딱한 전공 강의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엔 유명 시인들의 시를 인용해서 강의에 활용했지만,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그게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필요 때문에 시를 쓰게 된 것이죠. 지금은 강의는 물론 각종 행사에 축사나 인사말 혹은 송별사까지도 계절과 행사 성격에 맞는 자작시를 인용해서 합니다.
보험과 시는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한편으론 유사점도 많습니다. 먼저 인식과 해석 측면에서 볼 때 보험약관과 시 모두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시는 언어와 표현을 통해 발전하는데 보험도 전문 용어와 법률 용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둘 다 의사소통의 형태로 볼 수 있는데 보험은 위험 관리를 위한 조건을 전달하는 반면, 시는 독자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감정, 아이디어 및 경험을 전달합니다.
또 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은유적 사고를 장려하는데, 보험전문가도 진화하는 위험과 시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상품과 솔루션을 개발하려면 시의 창의성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시를 읽고 쓰면 사고가 유연해지고 이리저리 응용하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창의성이란 다르게 생각하며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인데, 그러한 힘, 즉 창의력은 연결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틀을 넓혀서 전혀 관련없는 A와 B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시를 창작하는 과정도 무엇인가를 연결하는 것이고 그것은 기업에서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과정과도 매우 흡사합니다. 일반 기업에서 시나 인문학 강좌를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험업계는 당장 실적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무교육에만 치중하고 시나 인문학을 소홀히 해 아쉽습니다.
그동안 시민들을 상대로 ‘인문학에 빠진 보험’이란 주제 강연을 진행했는데, ‘보험+인문학’을 어떻게 연결하시나요?
보험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존재이고 보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인문학적인 영역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러나 보험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일반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이 팽배합니다. 이에 보험과 인문학을 융합한 학술·교양서적으로 언론 등 오피니언 리더에게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대중과 청소년들이 보험을 쉽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책을 발간하는 것이 저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마침 2019년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저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보험, 인문학에 빠지다’라는 책을 발간했고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가는 등 보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냈습니다.
작년에 하남시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뿐 아니라 공무원 교육원 등에서 하는 ‘생활 속 보험상식’ 등의 강의도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대중의 보험에 대한 이해와 일상생활 가운데 알아야 할 보험상식 등을 다룬 강의입니다. 아무리 유익한 강의도 재미없으면 외면당하기 때문에 시와 영화, 문학, 역사, 철학, 심리학, 법학 등 인문학적인 요소들을 보험과 접목하여 쉽고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보험 자격증을 보유하고 다수의 공제·보험위원회에도 참석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해사정사 자격증은 신체, 재물, 차량보험 모두를 갖고 있으며, 그 외에 손해보험, 생명보험, 제3보험 중개사 자격도 취득했습니다. 본래는 자격증 취득 목적이 아니었는데, 자격증 시험 대비 강의를 하다 보니 출제경향이나 기출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시험에 응시했고, 자연스럽게 자격증 부자가 됐습니다.
위원회 활동은 금융감독원과 소비자원,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건설공제조합 등에서 분쟁조정위원을 맡았었고, 현재도 보험개발원 자문위원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 분쟁조정위원과 신협 소송위원 및 택시공제, 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습니다.
보험학자로서 10년 전과 지금 보험시장이 달라진 부분을 체감하실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최근 보험 산업은 무엇이 다른가요?
과거에 비해 디지털 전환, 상품 다양화, 소비자 중심의 변화, 규제 및 정책의 변화,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대응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보험시장을 더 혁신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 발전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따라 보험시장은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도 많이 바뀐 듯합니다. 저도 대학시절에 손해사정사 자격을 취득한 후 보험사에 입사했는데 맞선을 볼 때마다 보험회사 다닌다는 이유로 상대가 기피하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서 장가가는 데 애를 먹기도 했었지요.
이렇게 차츰 바뀌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지방에서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합니다. 그래서 보험관련학과의 신입생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결과 보험관련학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최근 보험업계 최대 이슈는 무엇입니까. 보험종사자들은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최근 이슈가 되는 부분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활용,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지속 가능성 강조, 고령화 사회와 관련된 상품 개발, 규제 변화와 자본 건전성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법 강화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보험 종사자들이 대비해야 할 사항으로는 디지털 역량 강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 및 고객 서비스 역량 강화, 비대면 상담 및 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 ESG 경영 이해 및 실행, 지속 가능한 상품 개발, 고령자 친화 맞춤상품과 서비스 개발, 금융소비자 보호법에 따른 준법경영 강화, 소비자 불만 최소화 체계 구축 등입니다.
이러한 이슈와 대응방안을 숙지하고 준비함으로써 보험종사자들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험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신규 먹거리 고민이 많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가 유망하다고 보십니까.
보험업계는 전통적인 사업 부문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지만, 보험사가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새로운 사업 소스를 활용하기 위해 탐색할 수 있는 몇 가지 유망한 분야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로는 사이버 보험, 기후 위험 보험, 헬스테크 보험, 공유 경제 보험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계속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보험 상품이 개발될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혁신과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탐구하는 보험사는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도태될 것입니다. 보험사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사업 분야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방안, 전문가 제언이 있다면?
앞으로는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보험사 역시 인공지능(AI)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보험 인수 및 위험 평가, 보험금 청구 처리,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제품 추천, 정책 문의 지원, 사전 위험 관리 조언, 사기 탐지 및 예방, 상품 혁신, 시장 동향이나 고객 선호도 혹은 위험 요소를 분석하여 제품 차별화를 꾀해야 합니다. AI기술을 수용하고 이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보험사는 역동적인 시장 환경에서 성공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