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3년 7월 25일, 3783대의 자동차를 선적 후 독일의 베레머하벤항에서 출항하여 이집트의 포트사이드항으로 항해하던 Freemantle Highway호(2013년 건조, 파나마 선적)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독일 에머랜드 해안에서 11시 45분경 발생한 이 사고로 23명의 선원이 사망했고, 침몰 직전의 선박으로부터 약 1600톤의 연료유, 약 200여톤의 디젤유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본선에는 약 500여대의 전기자동차가 선적되어 있었다.
워낙 대형사고였으므로 과연 전기자동차로부터 발화된 것인지의 여부 등 화재의 원인, 정확한 보험손해액(2024년 2월 기준 3억불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 산출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나, 아직까지는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리튬 이온 전지의 자연발화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2024년부터 적용될 전기차 운송의 안전 운송 표준 및 리튬 이온 전지의 충전, 해상화재 발생시의 소화 방법 등에 대한 의무적 적용 규정을 도입하기로 하였다.
이번 사고의 발생 이후 전기자동차에 장착되는 리튬 이온 전지에 대한 위험관리방안과 함께 해상보험에의 영향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기 시작하였다.
본고(本稿)에서는 리튬 이온 전지의 운송과 해상적하보험 인수에 관한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을 다루기로 한다.
2. 리튬 이온 전지란?
리튬 이온 전지는 이차전지의 일종으로 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전지이다. 충전 시에는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여 제자리를 찾게 된다. 리튬 이온 전지는 충전 및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차 전지인 리튬 전지와는 다르며, 전해질로서 고체 폴리머를 이용하는 리튬 이온 폴리머 전지와도 다르다.
리튬 이온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기억 효과가 없으며,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자가방전이 작기 때문에 시중의 휴대용 전자기기들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밀도가 높은 특성을 이용하여 방산업이나 자동화시스템, 그리고 항공산업 분야에서도 점점 사용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에서 생산 수출된 리튬 이온 전지(HS코드 8507.60) 누적 금액은 38억628만 달러(약 4조8195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5.6% 증가했고, 공급량은 같은 기간 18.9% 늘어난 9만5160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리튬 이온 전지는 잘못 관리하게 되면 폭발할 염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즉 화학적 반응으로 인하여 운송 중에 전지가 합선되거나 의도치 않게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합선이나 활성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모든 배터리를 규정에 맞게 포장해야 하고, 운송 중에 전지가 다른 전지, 전도성 표면 또는 금속 물질과 접촉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물운송에서 의도적으로 잘못 신고되거나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리튬 이온 전지에 대한 인식 부족 및 사고의 증가가 우려되곤 한다.
리튬 이온 전지는 크게 양극, 음극, 전해질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물질들이 이용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음극 재질은 흑연이다. 양극에는 층상의 리튬코발트산화물(lithium cobalt oxide)과 같은 산화물, 인산철리튬(lithium iron phosphate, LiFePO4)과 같은 폴리음이온, 리튬망간 산화물, 스피넬 등이 쓰이며, 초기에는 이황화티탄(TiS2)도 쓰였다. 음극, 양극과 전해질로 어떤 물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지의 전압과 수명, 용량, 안정성 등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최근에는 나노기술을 응용한 제작으로 전지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전지의 용량은 mAh(밀리암페어시) 또는 Ah(암페어시)로 표시하는데, 휴대폰에 사용하는 전지는 3000~4000mAh가 가장 많이 쓰이며, 스마트폰에는 1500~5000mAh도 사용된다. 노트북에 사용되는 전지는 2400~5500mAh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했듯이 리튬 이온 전지의 운송에 있어 세계적으로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각종 휴대 전자기기와 화물의 생산 및 수출 또한 무척이나 활발하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리튬 전지 운송량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며 향후 더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위험물로 분류되는 리튬 이온 전지의 안전한 운송 방법 및 화재 발생 시 적절한 소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해상적하보험의 위험관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3. 리튬 이온 전지와 해상적하보험 실무
리튬 이온 전지의 문제는 사실 이를 장착하는 전기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최근에 갑자기 부각된 문제도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Freemantle Highway호 화재사고로 그 경각심이 부각되었을 뿐이다.
(1) 우리의 해상적하보험 실무
해상적하보험 실무상 보험가입되는 화물에 리튬 이온 전지를 장착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나하면, 리튬 이온 전지는 거의 모든 산업재와 소비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장난감 화물의 인수 여부를 심사한다고 하면, 그 화물에 리튬 이온 전지가 장착되어 있는지는 관련한 상업송장 기타 물건매매계약 서류, 운송관련 서류에 기재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장난감 화물이라는 요소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적어도 완성품으로서의 리튬 이온 전지(즉, 보험가입되는 화물 자체가 리튬 이온 전지인 경우)의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우리나라 해상적하보험 실무상 신중하고 합리적인 언더라이팅 절차가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위험물의 인식
리튬 이온 전지는 기본적으로 위험물이며 임시 보관, 포장 및 발송 시 위험물 안전관리법의 규정을 따른다. 그 포장과 적재는 교육받은 직원만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IMO : 국제해사기구의 국제위험물 규정 - IMDG Code 및 ICAO : 국제민간항공기구 및 IATA : 국제항공운송기구, 기타 각국의 관련 법령).
위험물의 관리와 관련한 통용 규범인 IMDG Code Class 9 및 UN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UN번호 3480의 관리지침 하에 운송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환경부의 고시에 따른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납 등에 관한 고시”(2022년 1월 1일 시행)를 살펴보자. 국내 내륙운송에 적용되는 내용이다.
제9조(전기자동차 배터리 운반 방법) 배터리를 운반하려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점검·조치하여야 한다.
1. 배터리의 운반에 필요한 적정한 포장방식의 채택 및 방화·방수·방폭·절연·단열·부식 방지 등의 안전 방호 대책 수립
2. 배터리의 개별 포장 후 운반에 적합한 강도의 단단한 외부 포장재 포장 및 단락(short circuit) 방지(2개 이상의 배터리 운반에 한함)
3. 액체류나 폭발위험성이 있는 다른 위험물과 같이 포장하거나, 동일한 운송수단으로 같이 운반하지 않도록 주의
4. 진동 및 충격 영향, 더 심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배터리의 이동 방지 등 운반 중 위험한 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 마련 및 필요시 불연성 및 비전도성의 완충재 사용
결국, 해상적하보험자들은 리튬 이온 전지가 위험물임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언더라이팅 절차가 시작되어야 하며, 화재사고 등의 방지를 위하여 어떠한 위험관리 절차가 요구되는지 파악하여야 한다.
아래의 그림은 리튬 이온 전지의 생산업체가 수출 시에 적용될 포장 방법의 개선안의 일부이다.
(3) 국내 해상적하보험 실무상의 문제
국내 해상적하보험 실무는 오랫동안 보험가입화물의 품목을 분류할 때 통관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는 HS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에 따른 품목분류코드)에 따라 분류하여 왔다. 다만, 그러한 분류 방법이 의무적이고 절대적인 기준도 아니고 일부는 자의적으로 적용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의적 적용에 따라 품목의 분류에 따른 해상적하보험증권에 적용될 보험조건이 설정된다는 점이다(예 : 공제액의 적용, 면책위험의 부가, 담보위험의 확대, 추가보험료의 설정 등).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리튬 이온 전지는 위에서 언급되었던 위험물인 점을 감안하여 이에 상응하는 보험조건이 설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HS Code 분류 방식에 천착하여(일부는 자의적 분류도 적용) 고체화공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리튬 이온 전지를 고체화공품으로 분류하면 위험물 특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보험조건의 설정이 불가능하며, 다만 일부 포장방법에 따른 부족손 위험(Shortage)의 담보 여부에 대해서만 관련 조항이 편입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적으로 해상적하보험 발권시스템상 청약서의 입력시 HS Code 입력에 따른 자동 품목분류코드 설정, 이에 따른 각 품목별 적용특칙의 자동 편입의 순서로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위험물 특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보험조건의 설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리튬 이온 전지에는 고려할만한 위험노출도가 아닌 부족손 위험에 대하여만 그 담보여부가 특별조항으로 편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4. 맺으며
(1) 해상보험자는 리튬 이온 전지가 위험물임을 인지하고 그에 합당한 언더라이팅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2) 다양한 언더라이팅 요소 고려시 화주의 포장 및 운송과 관련한 각종 지침, 메뉴얼 등은 훌륭한 지침으로 작용한다.
(3) 기존의 관습적인 해상적하보험 품류 방식에 구애될 필요없이 급격히 발전하는 화물의 특성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보험조건 설정을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리튬 이온 전지의 위험물 특성 및 발화성 등을 감안한다면 아래와 같은 보험조건의 설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Warranted hazardous goods are carried in accordance with IMDG code and any other 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safe transportation and storage”
(4) 해상적하보험 이외에도 운송의 개시 이전 운송(주선) 성약 단계에서도 위험물 여부의 부실고지 등으로 인한 대형 화재사고의 위험이 상당히 내재되어 있다. 이에 운송(주선) 계약에 관여하는 복합운송주선인의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E&O 담보 부문의 가입 활성화가 필요하며, 화주가 직접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해상보험 상품 개발의 일환으로 화주의 제3자 배상책임보험 개발이 검토되어야 한다. [한국공제보험신문=황순영 버클리인슈런스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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