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친구가 비혼을 선언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것이었다. 남겨줄 가족도 없을 거라 종신보험은 아무 쓸모 없다는 이야기였다. 대신 적금을 추가로 들 예정이라고 한다. 친구는 한 달에 15만 원을 아끼게 된 기념이라며 이자카야에서 비싼 사케를 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신규계약은 2022년 말 78만8413건으로 200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혼인율 감소와 저출산이 종신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2022년 혼인 건수는 약 19만1천 건으로 2011년 32만9천 건 이후 11년 연속 감소했고, 올해 8월 국내 출생아 수는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그렇다면 비혼자에게 보험은 사치일까? 오히려 건강과 노후를 오로지 혼자 책임져야 하는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잔소리가 이어졌다.
우선 친구에게 실손보험과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보험은 절대 해지하지 말라고 말했다. 혼자 일하다 심각한 병에 걸리면 소득이 끊기므로 더더욱 만약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도 꾸준히 납입해 노후용 고정소득을 만들어두고, 나이를 더 먹으면 치매보험이나 간병보험도 들어두라고 했다.
친구는 걱정을 덜기 위해 비혼을 택했는데 오히려 걱정거리를 더 안겨주는 거냐며 웃었다. 열심히 돈을 모았다가 밥이며 건강을 다 챙겨주는 럭셔리 시니어 레지던스에 들어갈 거니까 나중에 부러워하지나 말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고 했다. 나를 포함해 이미 결혼한 친구들은 일 년에 겨우 한 번 만나는데, 아이까지 낳으면 그조차 힘들어질 테니 누구랑 놀아야 할지 걱정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보험은 50년 넘게 남은 인생을 혼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친구의 인생에는 이제 부부싸움이나 육아의 고충은 없겠지만 비혼자로 살며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거다. 삶의 방향이 달라지더라도 가끔 만나 서로 위로해주는 사이로 남길 바란다. 취미로 복싱을 배워볼까 혼잣말하는 친구에게 그럼 이빨 빠질 거 대비해서 치아보험도 들어두라고 농담하며 헤어졌다. 친구에게 종신보험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안전망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