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고라니]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등졌다. 대전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고인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으며 버텼다고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부분이 이미 무너졌던 걸까. 그는 끝내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교사들의 비극적인 소식에 교육 당국은 이제야 교권 회복을 위해 움직이는 분위기다. 단순반복 민원은 챗봇이 처리하고, 그 밖의 민원은 콜센터 상담원이 담당해 교사가 직접 학부모 민원을 받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한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교실마다 비상벨도 설치하겠다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살려달라고 외칠 수 있는 창구는 언제나 있었다. 인권침해의 피해자가 교사일 땐 이상하게도 그 가해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잣대가 지나치게 관대하게 적용된다는 게 문제였을 뿐이다. 또한, 공적 보호장치가 부족해 아동학대로 고소라도 당하면 소송 비용을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직원 안심보험, 즉 교권침해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5년 전인 2018년보다 가입자 수가 다섯 배나 늘었다고 한다. 민사·행정 소송 비용, 교원소청 변호사비용, 법률상 배상책임 등 교사업무를 수행하다 생길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비한 보험이다.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침해로 심의된 경우나 휴직·퇴직으로 소득이 상실되었을 때도 보험금이 지급된다.
공적 보호장치의 빈자리를 개인의 주머니로 채우는 상황은 씁쓸하다. 이렇게라도 내가 입은 피해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 교사는 안 그래도 월급이 적은 직업으로 유명하다. 이슈가 크게 터지면 멀리는 소송 비용, 가깝게는 심리상담 비용도 필요할 텐데 정신적인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지면 교사로서 사명감을 유지하기란 힘들 것 같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의 극단적인 사례가 주목받으며 보통의 선량한 학부모들이 소위 ‘진상 학부모’ 취급을 받을까 봐 반드시 해야 할 말도 못 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진 않다. 무엇보다 교권침해 논쟁이 벌어지면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 분위기로 흘러가 안타까울 때도 많다.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나도 존중받고 너도 존중받아야 마땅한 게 인권이다. 우린 어디까지가 존중이고 어디부터가 폭력인지 그 선을 정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원 공부’에 지장이 가지 않게 숙제를 조금만 내라고 강요한다거나,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므로 왕자에게 말하듯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라고 요구하는 게 바로 ‘악성 민원’이라는 걸 모두가 인지하는 날이 온다면, 교권침해보험 가입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