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개정 취지 공감…현행 시스템은 수사차질 불가피”
비용부담 주체 명시, 현행 병원별 심사 프로세스 고도화 과제
[한국공제보험신문=이재홍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입원적정성 심사업무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이를 골자로 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에 건보공단이 수용 의사를 전했다.
이를 통해 그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단독으로 수행해오면서 대두됐던 인력과 인프라 문제를 해소, 신속한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나 여러 기관의 심사 결과가 다를 때 해결 방안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입원적정성 심사는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입원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지난 2016년 제정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심평원이 수사기관에 의뢰를 받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심평원의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는 쏟아지는 심사의뢰를 제때 소화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심평원 입원적정성 심사업무 담당자 한 명이 연간 처리하는 건수는 2017년 852건에서 2020년 936건으로 늘었다. 심사 적체가 증가하면서 보험업계의 불만도 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심한 경우 심사 결과를 회신받기까지 2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며 “보험사가 아무리 명백한 부정 입원 증거를 내밀어도 수사기관은 일단 심평원의 판단을 들어보자는 입장이라 계속해서 의뢰는 늘고 처리는 지연되는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는 입원적정성 심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이나 경찰자문의료단에도 의뢰할 수 있도록 해 심사 지연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보공단을 포함하는 개정안이 나왔다. 건보공단 또한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단 선결과제들이 있는 만큼 시범사업 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보공단이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는 업무 수행에 따른 비용부담이다. 심평원은 건보재정(심평원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 지원을 위한 업무에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이에 따라 수사를 위한 업무인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 개정안에 국가의 비용지원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게 건보공단의 생각이다.
또 다른 걱정은 건보공단의 심사 결과가 보험사의 조사 결과와 달라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허위입원을 이미 자인한 환자 사례에 심평원이 무려 3년 만에 입원적정 판단을 내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심사 방식의 한계로 인한 문제라며 건보공단 참여와 함께 입원적정성 심사 프로세스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방식은 진료기록부와 검사결과지 등 자료를 토대로 의료기관별 입원기간 등을 고려해 심사하는 형태”라며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요인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병원을 옮겨다니는 소위 ‘메뚜기환자’를 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0여곳의 병원을 옮겨다니며 수백일을 입원한 경우 보험사는 이상 신호로 보지만, 현 시스템은 의료기관별 입원일이 2주 이내면 적정하다고 평가한다”며 “단순히 업무 수행기관을 늘리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