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보험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예상 못한 일들이 일어나야 한다. 그 일이 행운일 지 불행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주 일요일 새벽, 새로운 한 주가 농구와 함께 시작된다. 나는 친구들과 실내 체육관을 빌려 새벽 농구를 한다.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지난 시간 동안 일주일에 세 시간,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뛰며 땀흘린다. 우정은 그렇게 더 돈독해진다.
얼굴을 정기적으로 보다 보니 서로의 대소사를 다 알고 있으며 때때로 부부끼리 모임을 갖기도 한다. 행복한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최근 나와 농구를 가장 즐겁게 함께한 친구가 부상을 입었다. 녀석은 경기를 하다 코트 위에서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무릎에서 ‘뚜둑’ 소리가 났다는 얘기에 모두 심각한 부상임을 직감했다. 실제로 그랬다.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병원에 간 녀석은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예기치 않은 부상이었다. 팀원들은 마음이 너무 아파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 지 몰랐다. 가장 담담한 건 오히려 다친 녀석이었다. 최근에 몸도 좋지 않았고, 이렇게 다친 김에 재활도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도 해서 근육남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십자인대 부상은 운동하는데 치명적인 부상 중 하나다.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고, 재활도 오래 걸린다. 어쩐지 녀석의 밝음이 사람들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친구와 앞으로 다시 농구를 다시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우울해졌다. 아무렇지 않게 매주 누렸던 시간이 갑자기 소중하게 다가왔다. 나는 녀석과 50대까지 이렇게 매주 큰 일 없이 농구를 할 줄 알았다.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는 간절한 바람이 돼버렸다.
십자인대를 다친 이후 운동에는 제약이 따른다. 본인이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거나, 혹 아내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으니까. (아내들은 남편이 운동을 하다 다치고 오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나 또한 그래서 소소한 부상들로 아내에게 많이 혼나곤 했다.)
수술 후 생활에 지장이 있을 지 모르고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른다. 수술 날짜를 잡기 전 점심 먹기 위해 만난 녀석의 얼굴은 생각보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밝았다.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녀석은 의외로 무릎이 멀쩡하다고 수술받지 말까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녀석은 한 번도 실비나 각종 보험을 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써 본다고 이래서 사람들이 주식이나 코인이 아닌 보험을 드는구나하고 말하기도 했다.
녀석은 진지하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보험에 중요성에 대해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보험이 있어 수술 전 생활에 지장을 덜 받고 있으며, 수술 후 재활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정의 보상금도 나올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그 너스레에는 기쁨보다 씁쓸함이 더 많이 묻어 있었다.
보험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친구 녀석이 보험을 사용할 일이 애당초 없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만약 우리가 그 날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녀석이 그런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까. 신도 모를 일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사고로 더 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에 우리는 보험을 드는 것이다.
끝으로 이 글을 빌어 친구 녀석의 쾌유를 빌고 싶다. 제발 수술이 잘 끝나 후유증이 남지 않기를. 그리고 언제가 됐든 또다시 매주 일요일 코트에서 함께 땀을 흘릴 수 있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