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보험신문=이광호 기자] 백남길(68)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혁신과 소통을 강조했다. 조합원과 같이 호흡하는 공제조합이 목표이며, 이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혁신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직선제를 통해 14대 이사장으로 당선된 이후 경영혁신특별위원회 신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매뉴얼 개발, 조합원 면담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백남길 이사장을 만나 조합의 방향성과 청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월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으로 당선됐다. 당선 소감을 들려달라.
중요한 시기에 막중한 임무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1983년 10월 설립돼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1만7000여개사가 가입한 조합은 최근 자본금 2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에는 국제신용평가 A-등급을 획득하고 2017년에는 글로벌스탠더드 혁신경영대상을 수상하는 등 금융보증기관으로의 내실을 갖췄다.
이처럼 견실한 기관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우선 전기공사공제조합은 안정성을 추구해온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률이 1%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지분상승 요구가 상당하다. 지분상승을 하려면 지금보다 공격적인 영업과 투자로 수익성을 높이고 어느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조합원 이익을 늘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안정과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우선 경영혁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조합 시스템을 점검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화를 이끌고, 수익사업도 새롭게 구상하고자 한다.
이사장에 당선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영혁신특별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지난 3월 조합 전반의 제도개선과 공약 이행을 위해 위원회를 신설하고, 하위 조직으로 기본제도, 영업제도, 중대재해처벌법 및 조합원 복지제도 등 3개 분과를 두고 관련 연구‧조사에 착수했다.
경영혁신특위에서 이미 성과를 낸 부분도 있다. 조합원들의 건강진단을 위해 종합검진센터를 기존 21개에서 전국 37개사로 늘렸다.
선거 공약으로 ‘전기공사협회 및 유관기관 상생’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들려달라.
협회와 조합은 새의 양 날개와 같다. 한쪽만 있으면 제대로 날지 못한다. 협회는 회원 먹거리 창출을 담당하는 비영리단체이고, 조합은 보증·금융기관이면서 조합원을 돕는 서포터 역할을 해야 한다.
타 공제조합도 마찬가지이지만 협회와 조합 구성원은 거의 동일인이다. 조합이 2~3000명 적은데 예치를 해놓고 가입을 안 한 사람이 있어서 인원의 차이가 생길 뿐이다. 협회 회원이면서 조합원사인 경우가 많으므로 조합과 협회와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전기신문사, 전기산업연구원, 전기안전기술원이 있다. 전기신문이 광고를 고민하지 않고 할 말 하고, 쓸 것을 쓰는 정론지가 될 수 있게끔 해야 회원사가 이득을 본다고 생각한다. 산업연구원도 연구에만 전념해서 조합원사를 위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공제조합은 수익사업이 가능한 만큼 전기공사업계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협회와 조합이 상생하면 업무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조합에서 받은 서류가 협회에서도 필요한 경우 전산으로 이첩해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서류를 한 번만 접수해도 되는 효과가 있다.
입법 활동도 중요하다. 조합과 협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전기공사업자들이 자본금 100분의 25를 공제조합에 의무예치 또는 출자하게 된 것도 전기공사업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기공사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협회와 조합이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요즘 전기공사업계 최대 이슈는 무엇이며,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회사 대표까지 형사처벌할 수 있고,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지 않아 불안해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이에 대비해 조합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에 조합원들이 손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합 홈페이지 안에 ‘중대재해업무지원 서비스’ 코너를 마련했다. 이는 조합원의 중대재해 발생시 피해자와 합의, 민·형사 소송 및 법률자문 등을 신속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조합은 손해사정사, 노무법인, 법무법인 등 외부기관 연계해 법률자문, 산재처리 자문, 손해사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조합 내부에 ‘중대재해업무지원 TF팀’을 구성하고 2022년 사업계획에 ‘중대재해처벌법 공제상품’ 개발을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기사고는 화상이 많으므로 화상전문병원과 MOU를 체결해 치료비 간접지원 혜택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력의 기계화·장비화를 대비한 공제도 만들 생각이다. 사람 손으로 했던 작업을 장비로 하게 되면서 이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면 일시적으로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럴 때 조합이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장비 전환을 돕는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 조합원 1만7000여개사 중에서 50인 이상 사업자는 몇 퍼센트 안 된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당장 피부로 와닿진 않지만, 2024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공제조합이 언제나 조합원사 가까이에 있으며,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또한 조합원과 같이 호흡하는 공제조합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같이 호흡하는 공제조합’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자세히 이야기해달라.
공제조합은 조합원 없이 살 수 없다.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불편한 곳을 해결해주는 것이 조합의 주요 역할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과의 소통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전국 각 지점과 조합원이 있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누구보다 많이 소통했다. 귀를 크게 열고 들으면 우리의 지향점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많은 제안과 의견을 소상히 듣고 그걸 바탕으로 선거 당시 조합원 맞춤 공약을 내세울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은 이사장이 된 뒤에도 변함이 없다. 영업점 방문 등 조합원을 만날 때마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이를 조합 정책에 반영해 ‘친구 같은 조합’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공제조합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경직되기 쉽다. 더불어 금융업 특성상 원리원칙대로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조합 직원들에게 가급적 ‘No’라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조합원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보라고 주문한다. ‘No’라는 이야기는 이사장이나 경영진, 임원들이 대신하겠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소소하지만 전화 안내멘트도 친절하게 만들고, 지점 창구에 찾아오는 조합원을 위해 다과와 음료수도 준비하도록 했다. 창구 직원들이 조합원을 만날 땐 일어서서 안내하고 응대하라고 했다. 보증, 공제 등 업무로만 찾아오는 조합이 아니라, 심심할 때, 목마를 때, 언제든 찾는 조합이 되고자 한다. 특히 조합원 75%는 최소좌수인 200좌 조합원들인데,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자기자본금 2조원, 조합원수 1만6832개사를 돌파했다. 이처럼 조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또한, 조합원 출자금에 대한 자산운용은 어떻게 하고 있나?
조합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건공이나 전문건설과는 다르게 우리는 연대보증제도가 아직 존재한다. 신용으로만 갔을 때는 어느 한 회사가 문제가 되면 전체 조합원의 리스크가 된다. 이 경우 자본잠식 위험이 있는데, 연대보증은 당사자끼리 문제가 되고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연대보증이 현재 추세와는 맞지 않지만 안정적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여유자금으로 원금 보장 투자를 했다. 그래서 성장률이 약 1% 정도다. 물론 지금처럼 물가가 4~5% 올라간다고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했다고 봐야 한다. 조합원들은 좌당 지분액을 올리고 배당도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배당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있다. 앞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등 공격적으로 자산운용을 할 생각이다. 대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겠다.
자본금 규모가 2조원을 넘으면서 전문인이 아닌 사람들이 자금을 운영한다는 것이 조금은 힘에 부친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전문경영인을 구해보려고 한다. 건설공제조합도 전문경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사장 제도하에 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하되 공모를 팀으로 할 것인지, 개인으로 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의견 일치가 되면 전문경영인을 채용해 밀어주고 책임지면서 함께 갈 예정이다.
조합의 주요 사업은 보증 및 공제, 융자 등이다. 기존 상품 외에 추가로 개발 중인 상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전업인 노후 복지연금 상품’ 등을 개발 중이다. 퇴직금 제도로 노란우산 공제가 있지만 조합 자체적으로 운영해보려 한다.
또한 내년에는 전기차를 구입해서 지점 영업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업무보고를 보니 화재공제 가입 건수가 생각보다 저조했다. 전기인들이 가지고 있는 건물이나 창고 수에 비해 아쉬운 수치다. 이에 지점장들에게 보증이나 융자를 전산으로만 하지 말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현장 지원과 동시에 애로사항도 들으면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점에 전기차를 사주면 돌아다니면서 화재공제, 중대재해처벌 대응 매뉴얼 교육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사업주 공제보험도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사고가 나면 변호사 비용, 법률지원비용, 합의금, 변호사 선임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최근 조합에서 하루에 한 번 꼴로 보도자료를 내고 조합 업무를 적극 홍보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
공제조합은 보수적인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양반처럼 조용히 있는 게 아니라 신문에 적극적으로 내보내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컨대 최근에 채용공고를 내고 ‘조합 공채’에 대해 홍보했다. 필기 시험도 내부에서 내지 않고, 면접위원도 60%는 외부인으로 구성했다. 이런 내용을 본 사람들은 조합의 채용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밖에 최근 공제조합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는 다양하다. 조합이 자기자본금 2조원 돌파했다는 소식이나, 근로자재해공제 등 일부 공제상품 수수료를 최대 20% 인하한다는 내용, 업무 효율성 강화를 위해 ‘6실 13팀 1센터’로 조직개편을 한 것 등등 조합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합원은 물론 대중과 소통함으로써 투명한 조합, 일하는 조합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결국에는 조합원 이익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사장으로서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들려달라.
조합원사 경영에 버팀목이 되는 조합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조합원과 적극 소통하는 열린 이사장이 되고자 한다. 사무실에만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언제나 필요한 게 있으면 달려가고, 이사장의 존재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제안을 받고 의견도 들을 생각이다. 소통은 곧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전국의 조합원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사장으로서 경영에 대한 조언도 듣고, 투자 제안이나 아이디어도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일선의 제안을 공유할 수 있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만들어서 수시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향후 비전은 조합원들에게 거둬들이는 융자나 보증, 공제에 대한 수수료가 아닌 외부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조합원에 혜택,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영업수익 외에 수익형 부동산 등 영업 외 사업으로 높은 수익을 얻고, 조합원들의 좌당 지분액 상승 및 배당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