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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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방제일 kgn@kongje.or.kr
  • 승인 2022.06.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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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방제일] 6월의 내게 있어 갱신의 달이다. 자동차 보험을 갱신해야 하고, 전세 계약도 연장해야 한다. 이렇게 계약을 연장해야 할 때가 오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걸 새삼 느낀다. 

며칠 전 임대인과 전세 재계약을 마쳤다. 임대인 부부의 배려로 다행히 보증금 증액 없이 계약을 연장했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기보다 무거웠다.

재계약만 하면 끝일 것 같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허들이 남아있었다. 일단 은행을 방문해 대출 연장을 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보증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2년 전 처음 이 집과 만날 때는 보증보험에 들지 않았다. 굳이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사건이 터졌다. 강서구 전세 사기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그나마 구제를 받았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았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입주했던 집은 지옥이 됐다. 한 순간에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긴 것이다. 그 누구도 이번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서 책임져주지 않았다.

전세사기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내게 연락을 해왔다. 혹시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알아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야말로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떨리는 손을 붙잡고 인터넷 등기소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했고, 아는 공인중개사 분에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있는 집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한번 생긴 불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계속해서 불안함을 떠안고 살았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재계약을 할 계절이 돌아왔고, 처음으로 집주인과 대면했다. 내가 집을 계약한 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임대인이 바뀐 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집주인 부부의 인상은 무척이나 좋았다. 강서구 전세 사기 얘기를 꺼내면서 그런 문제로 걱정했겠다며, 우리 부부를 먼저 다독여줬다. 계약을 마친 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전세 보증보험 가입절차를 밟았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일어나지 않은 최악의 일들을 상상한다. 만약에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달랐을까. 만약에 내가 그 보험을 들었다면 지금쯤 달랐을까. 전세 사기를 당한 이들이 했던 후회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결국 늦은 법이다.

결국 나의 불안의 실체는 불완전한 상황 속에서 왔다. 똑같은 후회나 불안을 떠안고 싶지 않아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마음이 편안해질 줄 알았지만 또다른 불안이 생겼다.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는 불안이다.

어쨌든 2년의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2년 동안은 어떻게 해서든 이런 상황을 다시 겪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노력만으로 가능하면 좋겠지만,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는 것에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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