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퇴근길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장한평역에서 장안동 삼거리까지 2km 구간에 많은 음식점이 모여 있다. 매년 가을 세계 거리 춤 축제가 열릴 때면,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공연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축제는 없어졌고, 외식에 나선 행렬도 크게 줄었다. 음식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지역의 랜드마크였던 호텔과 쇼핑몰도 오피스텔로 바뀌는 중이다. 자주 들르던 코인 노래방의 지하 간판 불도 꺼진 지 오래다. 수많은 소상공인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갔다. 우중충한 공사장으로 변해버린 대로변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
이처럼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폐업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공제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다. 공제에 가입 후 일정 금액을 매달 납입하다 폐업, 사망, 질병 등의 사유로 해지하면 복리 이자를 적용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소득공제도 되고, 적립 금액의 최대 90%까지 대출도 가능하다. 게다가 공제금은 법에 따라 압류, 양도가 금지되어 있어,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 최근 공제 가입 인원이 150만명이 넘었고, 소상공인들의 최후의 보루로 노란우산공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제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니 암울하다. 소상공인들의 폐업으로 인한 공제금 지급 건수와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1년 전반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가 4만8000건으로 작년보다 17%나 급증했고, 대출 잔액도 1조9000억에 이른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은 점점 어려워지자, 당장 필요한 생활자금을 위해 공제금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만약 일정 기간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복리 이자 혜택 등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심정으로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와 피해를 소상공인들이 오롯이 짊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소상공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관광객 중심 상권이던 명동거리는 폐허가 된 것처럼 황량하고, 대학가 중심 상권도 비대면 수업의 확산으로 인해 젊음의 활기가 온데간데없다. 노란우산공제가 잠시 간의 비를 막아줄 순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외국에서는 위드코로나(With Corona)를 통해 일상으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를 감기와 같은 일상적인 질병으로 여기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코로나와 함께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가끔 외국 스포츠 중계를 볼 때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빼곡한 관중석이 비춰지면 묘한 이질감이 드는 이유다. 한국 정부도 10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추석 연휴 이후 일 3000명 수준까지 확진자가 증가하자 다시 고민에 빠져든 형국이다. 더불어 소상공인들의 시름과 한숨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사람이 만든 제도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어딘가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이고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새어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방향성에 대한 공감이다. 노란우산공제가 소상공인들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정부의 방역정책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갔으면 한다. 재난지원금과 같은 일시적인 혜택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고, 실패하더라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도 뒷받침돼야 한다. 잠시 스쳐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던 코로나가 긴 장마가 되어 버렸지만, 노란 우산을 함께 쓰며 힘든 시간을 견뎌내 보자. 세찬 비가 지나고 나면 분명 더 맑은 햇살과 상쾌한 내일이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