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고라니] 얼마 전 부모님이 운전 중 작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대기 중 뒤에서 택시가 추돌한 사고였다. 다행히 저속으로 추돌해 다친 곳은 없었다. 택시의 과실이 명백한 상황이었지만 부모님은 걱정이 많은 기색이었다. 일반 보험사가 아닌 공제조합을 상대해야 하는 게 신경 쓰인다는 것이었다.
공제조합은 같은 직종에 속한 조합원들이 기금을 형성해 상부상조하는 곳인 줄로만 알았지 자동차 손해보험사의 역할도 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공제조합은 사고접수, 긴급출동, 보상처리 등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련의 사후조치를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택시, 버스, 화물차, 렌터카 등 사업용 차에 한정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만 달랐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공제조합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합의금 액수는 애초에 기대하지 말고 담당자의 친절이나 신속한 대응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실선 침범을 하고도 과실비율을 90:10으로 고집해 공제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갔다거나, 대인접수는 물론이고 대물접수조차 거부당해 본인 보험으로 치료와 수리를 받고 구상권을 청구하느라 진을 뺐다는 사례도 있었다.
공제조합을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에 민원부터 넣고 진행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쯤엔 의문이 생겼다. 공제조합이 악의 화신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서비스가 불량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했을 땐 일반 손해보험사들에겐 이윤이 가장 중요한 반면 공제조합은 공적 기능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사고가 생겼을 때 더 책임감 있게 대처하지 않을까 싶었다.
공제조합이 일반 손해보험사보다 서비스가 열악한 건 구조적인 이유에 기인한 것 같았다. 소득이 넉넉지 않은 생계형 조합원들이 주를 이루므로 사고보상금 지급에 있어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보상금을 넉넉히 지급하면 그만큼 조합비가 올라가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 보험사들과 달리 고객 풀이 정해져 있어 회사 이미지관리나 서비스 개선에 투자할 유인이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고객이 될 가망이 없는 이들에게 굳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부모님은 병원비와 수리비를 부담할 테니 개인적으로 합의를 보자는 택시기사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제조합과 오랫동안 사건을 진행하며 스트레스받느니 일찌감치 깔끔하게 끝내는 게 남는 장사라고 본 거다. 부모님은 병원에서 목과 허리를 진단받고, 믿을 수 있는 공업사에서 수리비 견적을 받은 다음 합의를 마무리했다. 손해 보는 장사였다고 말하면서도 부모님의 얼굴은 한결 후련해 보였다.
난 아직 교통사고에서 공제조합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주변에서 들은 악명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 혹여나 택시나 버스와 사고가 나면 몇 배는 더 긴장한 상태로 사후처리를 진행하겠구나 싶을 뿐이다. 공제조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항간의 이야기를 듣고 몸을 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