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이루나] 지난 5월 경기도 용인 소방서에서 농기계 창고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농로가 붕괴되면서 30대 소방관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다음 날 전국 6만여 소방관에 ‘순직 조의금을 모으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계급별로 1~3만 원의 조의금이 소방공제회를 통해서 모였다. 전국 소방관의 99%가 동참했고, 최소 5억 원 이상의 순직 조의금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 각 소방서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하던 모금을 2007년부터 대한소방공제회를 통해 한꺼번에 모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 소방관의 슬픔을 공제회가 대신 모아주는 것이다.
소방관의 순직은 일회성 뉴스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2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6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사고의 원인이 가족 간 다툼으로 인한 방화였고, 방화범이 아직 집에 있다는 집주인의 말에 화마로 뒤덮인 현장에 진입한 소방관들이 변을 당한 안타까운 참사였다. 이로 인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졌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필자가 복무한 의무소방대가 창설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소방관의 사고는 여전히 이어졌다.
2005년 경남 김해에서 도금공장에 출동하던 의무소방대원이 화학물질에 담긴 대형 용기에 빠져 전신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몇억원 이상의 화상 치료비가 소요된다는 소식에 소방서 직원들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성금을 마련해 전달한 사연이 잊히지 않는다. 나와 같이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심한 화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평생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다행히 사고를 당한 대원은 여러 차례 수술을 이겨내고 4년 후 당당히 채용 시험에 합격해 소방공무원이 되었다. 아름다운 결말이긴 하지만 개인에게는 너무 큰 아픔일 것이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의 순직과 공상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보상 시스템은 미흡하다. 특히 현장 출동이 잦은 젊은 소방관이 순직할 위험이 높은데, 젊은 가장을 잃은 유가족은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해진다. 이를 돕기 위해 소방공제회에서도 부조금, 특별 위로금, 장학금을 지원하지만,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동료들이 나서서 순직 조의금을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것이다. 순직 공무원에 대한 보상 법률이 강화되고, 소방공제회의 지원 제도가 확충되어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이 유가족의 아픔으로 남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며칠 전 소방관으로 근무하신 아버지의 고희연이었다. 코로나-19로 주변 친지들을 초대하지 못하고 가족 식사 자리로 대신했다. 10여 년 전 퇴직하신 아버지는 아직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소방관으로 근무한 것을 감사히 여기신다고 한다. 필자도 2년 남짓 의무소방으로 근무하면서 아찔한 사고 현장의 소식을 직간접적으로 수없이 겪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문처럼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이라도 뛰어드는 것이 소방관의 숙명이라지만, 희생 뒤에 숨은 눈물을 닦아 줄 제도와 이를 뒷받침할 조직의 완비가 시급하다. 슬픔을 함께 하는 동료들의 모금 행렬도 소중하지만, 모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차가운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소방관이라면 항상 가슴속에 새겨 두는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로 글을 맺고자 한다.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아내와 우리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