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 필요한 보험만
상태바
필요할 때 필요한 보험만
  • 다면 dumber421@nate.com
  • 승인 2021.04.0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30 보험라이프]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다면] 우리나라 국민 중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3분의 1에 속해있다. 이곳저곳 연락을 돌려봤지만 병력이 있어 가입이 어려웠다. 설계사님과의 상담을 권하는 곳이 몇 군데 있어 연락처를 남겼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지인에게 말하자 평소 아는 설계사가 있다면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나는 반복되는 실패에 지쳐 ‘그래봐야 가입이 안 될 거다’라고 했으나 치료를 받고 있어도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심지어 본인 보험 상담을 받으며 나의 보험 설계서까지 받아 왔다. 이름은 빠져있었지만 구체적인 상품명과 나이, 성별, 금액까지 적혀 있었다.

수차례 가입 문의를 했지만 확답을 준 곳이 없었는데 이렇게나 쉽게 가입이 되다니. 역시 우리나라는 지인을 통해야 일이 돌아가는 건가 싶었다. 나는 가입이 가능하다면 내 전화번호를 전해달라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계사님께 연락이 왔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상황을 피하려 했지만 설계사님께서는 만나서 설명을 한 번은 듣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내 생각에도 계약을 하려면 서명을 해야 하니 결국 한 번은 만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 뒤 집 근처 카페에서 설계사님을 만났다.

실손보험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들었다.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가입이 가능하냐고 재차 여쭤보니, 심사를 통해 해당 질병에 대해 일정 기간 혹은 평생 무보장이 될 수 있으나 다른 질병에 대한 가입은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가방에서 노트를 하나 꺼내 도표를 그리시면서 재테크 관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생애주기에 맞는 저축과 보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종신보험 설계서를 하나 건네셨다. 질병에 대한 보장도 받을 수 있고, 일정 기간 이상 납부하면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는 보험이라고 했다.

지인과의 관계가 있어 바로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설명을 들었다.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없어 숨을 고르시는 사이 실손보험만 가입할 수는 없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어렵다고 하셨다. 다른 곳에서도 실손보험만 단독으로 가입은 안 해줄 거라면서 말이다. 나는 실손보험은 가입 할 의사가 있지만 종신보험과 함께 가입하는 건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내게 추천해준 보험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고, 50장이 넘는 상품설명서도 꼼꼼히 읽어봤다.

반나절을 들여 알아본 뒤 내린 결정은 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험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게 맞지 않는 보험인 거 같았다. 실비보험과 생명보험 등의 기본적인 보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보장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보험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다른 보험도 없고, 고정적인 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종신보험에 10만원 후반대의 금액을 내는 건 부담이었다. 이 보험이 나를 불편하게 할 거라는 게 명확했다. 마치 운동회에 비싼 정장을 입고 간 것처럼 말이다.

우선 강조하셨던 것과 달리 저축 목적의 보험이 아니었다. 상품설명서에도 ‘이 상품은...종신보험이며, 단기저축성 상품이나 연금보험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나와 있었다. 이율이 비슷하다면 내가 금액을 설정해 적금을 들거나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질병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납입 기간도 길고 액수도 높아 유지에 부담이 되었다. 주계약은 납입기간이 길지만 특약은 갱신되기 때문에 금액이 오를 가능성도 있었다.

납입 일시 중단, 중도 인출이 가능하지만 보장 내용에 변동이 있을 수 있었고, 미혼에 자녀도 없는데 벌써부터 사망보험금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가 처음 필요성을 느끼고 가입하고자 했던 보험은 실손보험이었다. 월 1만원 내외의 실손보험을 가입하려고 15배가 넘는 금액의 타 보험을 가입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이었다.

몇 달에 걸쳐 보험과 부딪히며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가입하고자 하는 보험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보자는 것이다. 물건을 살 때와 달리 보험에 관해서는 보장받는 항목이 무엇인지, 다른 상품에 비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으려 했던 건 보험을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해서였다. 집에서도 금융감독원과 보험사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었다.

둘째는 추천만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지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보험을 필요로 하는지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혹시 내가 좋은 상품을 놓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도 사라졌고, 거절도 가능해졌다.

셋째, 실손보험만큼은 건강할 때 가입해두자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 원칙은 이미 지킬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앞의 두 가지는 꼭 지킬 예정이다. 나와 설계사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