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보험라이프] 교과서에 왜 보험 교육은 없을까?

2020-10-27     최미주

한국공제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신문=최미주] 환절기 핑계로 카디건을 사려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민무늬, 꽈배기무늬부터 시작해서 네이비, 차콜, 블랙, 브라운 등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쉽게 결정 내리지 못했다. 색깔별로 다 사자니 부담이고, 하나만 고르자니 미련이 남았다. 

옷 사는 것부터 시작해 무언가와 만남을 이루기까지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세상은 넓고, 이것 저것 다 하고 싶지만, 하나를 선택하면 꼭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택 문제는 교육에도 적용된다. 국가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내용을 추려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여러 지식, 경험 중에서도 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한 교육 요소들을 뽑아 교육 계획을 세운다.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그렇게 교육기관에서 정해놓은 대로 학습한다.

이때,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배울만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못 배운 것들을 영교육과정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배울만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교육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중요하다 생각하는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고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수많은 보험이 존재하며, 위기 상황의 안전망으로 작용하지만, 보험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미적분을 배우고, 시와 노래를 배웠지만, 정작 일상에서 중요한 보험을 보는 눈은 갖추지 못했다.

보험에는 전액 환급을 보장하는 것과 환급되지 않는 상품이 있다. 때로는 거액의 사은품을 토대로 보험을 권하기도 한다. 상조보험에 가입하면 에어컨을 준다는데 왜? 라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한 달에 2만원 가량을 지불하고 에어컨, 크루즈 여행 등의 혜택을 다 받을 수 있는걸까?

전화로 보험 들어본 사람은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약관 동의 녹음을 위해 빠르게 질문하는 상담원에게 ‘네’라고 대답하면서도 무엇에 대답하고 있는지 몰랐던 경험. 중요한 내용들도 사전 지식이 없으니 그냥 대충 넘겨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만일 학교에서 보험 지식을 가르쳤다면, 보험 분쟁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나 또한 몇 번 보험을 들어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보험에 가입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 마치 엄마없이 처음 혼자 옷 사러 간 날처럼 옷 재질도 모르고 부르는 가격대로 옷을 사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들은 든든한 보호막을 만들고 싶어한다. 보험사에서는 앞으로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것이고 우리는 맞춤 상품을 선택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약 조건을 비교하거나 약관에 적힌 표현 정도는 읽을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환급 비율 계산 등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육은 보험 가입뿐 아니라 학생들이 앞으로 부딪히는 많은 영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