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박물관은 없나요?

[2030 보험라이프]

2024-10-21     이루나

한국공제보험신문이 ‘2030보험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30세대의 보험·공제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실생활에서 진짜 필요한 보험 및 제도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합니다.

[한국공제보험신문=이루나] 아이와 함께 주말이면 여행을 다닌다. 가을엔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많이 열리기에, 여행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 전국을 다녀보면 예전에 비해 박물관, 전시관 등의 문화 시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최근에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을 다녀왔는데 규모도 압도적이었고, 사막, 대서양, 열대, 지중해 등 기후별 공간마다 오롯이 몰입하게 만든 동식물들과 동선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지역의 특색을 잘 담은 문화시설은 관광객을 모으는 유인책이 된다. 부산 영도의 국립해양박물관은 해양도시의 특색을 잘 살렸고,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은 우주과학관을 지어 우주를 향한 꿈을 접하게 한다. 누에로 유명한 부안에는 누에타운이 있고, 무주는 반딧불이 축제를 열고 있다. 이처럼 지역 고유의 테마를 발굴해 관련 시설을 짓고, 축제도 연계하며 홍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전국의 많은 문화시설을 들르고 체험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국내에 보험 관련 박물관이 있을까? 보험업의 역사를 따져보면 제법 오래되었다. 최초의 보험회사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설립되었다고 하니, 한 세기를 함께 한 셈이다. 1962년에 보험법이 제정되어 법률적 기반도 마련되었다. 이후 경제 고도 성장기에 다양한 보험 상품들이 출시되었고, 외국 보험회사도 국내시장에 진출하여 함께 경쟁하는 현재에 이르고 있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보험은 우리의 일상과 고난을 함께 했으니,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의 전자 문서, PDF로 대체되었지만, 과거에는 책자와 같은 두꺼운 증서와 약관이 제공되었다. 보험 증서의 변천사를 살펴봐도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 같다. 보험상품의 홍보를 위한 다양한 지면 및 영상 광고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어떤 유형의 보험이 많았는지를 보면 당시의 주요 이슈와 관심사를 읽을 수 있다. 교육, 태아, 재난, 노령 관련 보험 출시를 시대상과 연결해 보면 당시 대중들의 고민과 걱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두운 얘기지만, 시대별 보험 사기의 유형과 법적인 처벌 수위의 변화도 모아보면 재밌는 자료가 될 것이다. 점차 중요해지는 보험업의 데이터와 IT 기술 적용 현황도 보여준다면 보험의 미래까지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은 단순히 가치 있는 것들을 잘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최근 박물관들은 많은 수장품을 많이 보여주기 보다 제대로 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에 들어가면 넓은 원형 공간에 반가사유상 2점이 전시되어 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두 조각상의 은은한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게 된다. 예전 같으면 다른 유물들과 함께 전시되었을 테지만 전시 방법을 바꾸자, 감동의 차원이 달라졌다. 사유의 방을 다녀온 관람객은 마치 종교시설을 방문한 것처럼 경건해진 표정으로 나오곤 한다.

보험 박물관이 만들어진다면 단순히 보험 관련 자료를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보험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고, 금융의 이해도를 높이는 체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보험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안정망으로 작동하는 요소들을 흥미 있게 풀어낸다면, 충분히 체험객들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긍정 경험을 통해 잠재적인 소비자도 확보할 수 있고,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보험업은 우리의 삶과 함께 해왔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같은 아픔도 겪었고, 경제 발전, 인구 구조의 변화, 법과 제도의 부침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성장해 왔다. 역사 속에 담긴 흔적들을 내팽개치지 말고, 우리의 자녀들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고이 갈무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 시일 내에 보험박물관이 생겨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체험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