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법 제정의 중요성

2024-09-30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한국공제보험신문=최미수 교수] 보험계약은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약이지만 우연한 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보험료와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수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계약의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면에서 보험법의 이념은 상법의 이념과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보험계약법을 상법에 그대로 두기 보다 이를 독립법으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와 경제력, 협상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가 요구되고 있고 해외 주요국의 법 개정 방향도 소비자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영국, 호주, 중국,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험법을 독립한 단행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과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세부적으로 규정한 독립법 제정이 필요하다. 보험소비자의 지위를 보다 강화하고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보험거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보험계약법 제정이 중요하다.

보험계약법 제정시 고려할 사항은 첫째,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보험자의 정보제공의무를 보완해야 한다. 보험계약 체결시 보험자는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각국의 보험계약법은 계약성립시 이 외 보험기간 중 보험자의 정보제공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보험자의 정보제공의무를 계약성립 전후로 나누어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지의무 수동화 및 위반효과 주지가 강화돼야 한다. 보험계약자는 계약체결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여야 하며, 여기에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위험의 인수여부 및 보험료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보험자가 질문한 사항에 답하면 고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규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고지의무 수동화라 한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 고지의무 수동화는 국제적인 추세이며 독일 보험계약법과 일본 보험법에서도 자발적인 고지의무가 아닌 보험계약자는 보험자가 문서로 질문한 위험 사실만 고지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일본 보험법에서는 보험모집인에 의한 고지 방해가 있었을 경우 보험자가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고지의무 위반의 효과도 보험계약자에게 주지시킨 경우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적 조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보험사기에 대한 제재로 선의의 보험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현행 상법 보험편에는 사기에 의한 보험금 청구와 관련한 조항이 없고 표준약관에만 사기에 의한 보험금 청구시 보험자에게 보험계약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표준약관만으로 보험금 사기 청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으므로 사기 청구에 대한 강한 제재를 부여해 선의의 보험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보험계약법 제정시 고려할 사항 두번째로 공제감독의 일원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2014년 상법 개정시 상법 제664조에 공제관계 등에도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상법 보험편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공제 소비자는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제조합은 98개이고 17개 부처 38개 개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공제사업 전문인력 및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부족하고 각 소관 부처의 감독 여력 및 전문성도 부족하다. 또 공제 관리감독이 일원화되지 않아 공제조직 전체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못하고 공제사업에 대한 건전성제도 및 장치가 미흡하다. 공제계약 분쟁발생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를 해결해 줄 법적,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

일본의 경우 민법 적용을 받던 공제계약이 보험법 제정으로 보험법으로 규제받으면서 공제민원이나 분쟁이 감소하는 등 소비자보호가 강화되고 있다. 우리도 공제계약을 보험계약의 하나의 유형에 포함시켜 규제함으로써 일원화된 감독체계를 통해 공제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보험과 온라인 보험의 활성화로 인해 전통적인 대면계약 방식이 아닌 비대면 계약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계약 방식 등 환경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보험은 일반 상거래와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어 지금과 같이 상법에서 보험편을 묶어두는 것은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보험계약법을 독립된 법률로 위상을 재정립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인식과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험산업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다. 독립된 보험계약법 제정이 가시화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