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의 시행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 판례

2024-09-26     한창희 국민대 교수

[한국공제보험신문=한창희 교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 업권별 감독법인 은행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상의 규제 차익을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제거하고 본래 목적을 더욱 강화하고자 2020년 3월 20일 제정됐다. 시행일은 2021년 3월 25일이었으니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된 후 이미 상당한 시일이 지났다. 
  
이 글은 7월 3일부터 시행 중인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혁 방안으로 금융회사 임원의 책무 구조도와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서 영업행위 일반원칙·준수사항에 관한 법원판결을 내용으로 한다.
 
먼저 금융권의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횡령·배임 등 금전사고다. 2018년에서 2023년 6월까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보험사의 금전사고는 연평균 14.5건, 88억5000만원으로 직원이나 보험설계사가 보험료, 보험계약대출금 등을 횡령·유용하는 소액 금전사고가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은행의 증권대행부서 직원들이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일정 등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서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정보공개 전 주식을 매매해 66억원 규모의 이득을 취한 법규·윤리의식 위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대규모 불완전판매사고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아래에서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 펀드 사건과 홍콩 ELS 사건에 대해 살펴본다. 
 
2018년~2019년 판매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 자산운용사 건에선 위험도와 투자위험등급이 1등급으로 도박과 다름없는 금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사가 제시한 손실 구조를 검토·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높은 확정금리형 펀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치매 치료 중인 80세 고령자에게 판매하기도 해 금융당국으로부터 6월의 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은 하나은행 측에 패소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다음으로 홍콩 ELS 사건이다. ELS는 개별 주식·지수가 일정 구간 안에 머무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홍콩 ELS는 홍콩 H지수(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으로, 홍콩 H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며 올해 들어 손실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올해 1월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과 개별판매에서의 불완전판매를 확인하고,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했다. 

기준안은 상당히 정교해졌다. 판매사 요인(23~50%)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와 판매정책 및 소비자보호 관리체계 부실 여하에 따라 결정되며, 투자자 요인(±45%)은 판매사의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경험 및 금융상품 이해도 등 판매사 및 투자자의 과실 사유에 따라 개별 투자건별로 배상비율이 가감된다. 
 
이와 같은 금융권 내부통제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 임원과 직원의 직책별로 책무구조도의 작성방법·제출 시기를 규정해 시행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의 대표이사 등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임원과 직원의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문서다. 임원 개개인은 직책별로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책무기술서)와 이를 도식화한 문서(책무체계도)를 작성해 이사회 의결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전반의 책임자로서 총괄관리 의무를 진다. 금융사의 책무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회사 임원을 포함한 임원은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자신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조치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한 판례에 대해 살펴본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시기는 사항별로 정해져 있다. 금융상품판매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은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때 또는 대리·중개업무를 한때고, 철회는 동법 시행 이후 청약한 경우부터 적용한다. 위법계약의 해지는 동법 시행 이후 체결한 계약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한 1심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먼저 2023년 3월 3일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은 보증보험사건으로 원고는 휴대전화 판매업무 위탁회사로서 F와 통신사업자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F는 원고로부터 매장 일부를 전차해 휴대전화 판매 등을 했다. 

원고는 F에 대한 매장의 임차료, 관리비, 원상 복구비 등의 손해를 보상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F를 보험계약자로 하는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는 원고가 납입했다.

따라서 이 보험은 신용보험이라고 판단된다. F가 임차료 등을 지급하지 않고 행방을 감춰 손해를 입은 원고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영업행위 일반원칙인 관리책임 위반 여부가 쟁점이었다. 

원고의 직원이 보증보험계약을 보험사와 체결할 때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인 D를 통해 체결했고, 이때 의정부점포 2개 중 1개에 대해서만 체결하고 나머지는 계약에 포함시키지 않아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은 임직원 및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가 업무를 수행할 때 법령을 준수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성실히 관리해야 하는 점에서 D를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다는 것을 이유로 민법상의 사용자책임과 받지 못한 보험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원고가 손해배상채무의 지급보장대상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고 의문이 있으면 보험사에 직접 문의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다음으로 2023년 4월 25일 선고된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은 보험 계약의 환승과 관련해 보험설계사의 모집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건이다. 

피고인 보험사 소속의 보험설계사인 A는 보험계약자인 원고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이보다 이율이 더 높은 보험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며 신규보험료를 선납하면 5% 할인 혜택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 환승을 유도했다. 이에 원고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피고로부터 해지환급금을 입금받은 후 A의 계좌로 약 9260만원을 송금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구 보험업법 제102조에 관한 법리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구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으나 통합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는 금융상품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대리‧중개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 또는 보험회사의 임원 또는 직원이 대리·중개 업무를 할 때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됐다. 

다만 판결에선 원고는 일시납 보험상품을 판매하는지 피고에게 직접 문의해 확인하지 않은 채 선납할인이 있다는 말만 믿고 그의 개인 계좌로 송금한 점, 설명에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 고객센터로 문의하면서도 설명받은 보험상품의 존재, 보험료 선납제도의 존치 여부 등을 따로 확인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의 40%로 제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불완전판매를 제거해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예를 들어 은행상품에는 설명의무가 인정되지 않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법·보험업법·자본시장법으로 업권별로 규율함에 따른 금융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후 상당한 시일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ELS 사건과 같은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그 예방책으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를 강화한 책무구조도가 도입·시행되고 있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한 실무가 축적되고 있고, 동법을 적용한 1심법원판결이 내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홍콩 ELS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금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은 판매사 요인, 투자자요인 등으로 세분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6대판매규제를 적용하여 합리적인 손해배상액산정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